잔니 인판티노(56)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월드컵 참가국을 64개국으로 확대하면 번번이 예선에서 탈락하고 있는 ‘전통의 강호’ 이탈리아도 본선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는 조롱 섞인 농담을 던져 파문이 일고 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개막전 미디어 기자회견에서 관계자들의 입국 거부 사태와 관련해 가볍게 반응했다가 전 세계적인 비판을 받았던 그가 이번에는 이탈리아 국민의 분노를 사고 있다.
12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인판티노 회장은 월드컵 개막전 직전 브라질 디지털 방송 ‘카제TV(CazeTV)’와 만나 “참가국을 64개로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한 바 있으며, 이 사안은 FIFA 평의회에도 보고됐다”고 밝혔다. 이어 “64개국 체제가 되면 이탈리아도 본선에 진출할지 모른다. 아니면 아예 208개국으로 늘릴 수도 있다”고 웃으며 덧붙였다.
인판티노 회장이 ‘64개국’을 입에 올린 것은 최근 제기된 2030년 대회 확대 개편 논의 때문이다. 현재 알레한드로 도밍게스 남미축구연맹(CONMEBOL) 회장은 1930년 제1회 우루과이 대회 이후 월드컵 100주년을 맞는 2030년 대회의 참가국을 64개국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2030년 대회는 스페인, 포르투갈, 모로코가 공동 개최하면서 월드컵의 역사적 상징성을 기리기 위해 우루과이, 아르헨티나, 파라과이에서 일부 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인판티노 회장은 이 제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과정에서 이탈리아를 빗대 농담을 던진 것이다.
월드컵 통산 4회 우승을 한 이탈리아는 2018년 러시아 대회와 2022년 카타르 대회에 이어 사상 최초로 본선 진출국이 48개국으로 늘어난 이번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도 본선 무대를 밟지 못했다.
인판티노 회장의 가벼운 언행에 이탈리아 측은 불쾌감을 숨기지 못했다. 안드레아 아보디 이탈리아 체육부 장관은 현지 매체를 통해 인판티노 회장의 발언에 “당혹스럽다”며 직접 대화를 나누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아보디 장관은 “이탈리아와 멕시코의 거리가 멀기 때문에, 전화로라도 그와 대화하며 (어떤 의도였는지) 이해하고 싶다”며 “그의 입장을 직접 듣고 싶다”고 말했다.
스위스 축구 행정가 출신인 인판티노는 2016년 FIFA 회장에 올랐다. 전임 회장 제프 블라터가 대형 부패 스캔들로 축출된 직후였다.
인판티노 회장의 지나친 농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1일 멕시코 시티에서 열렸던 북중미 월드컵 미디어 컨퍼런스을 통해 공개 기자회견을 가졌을 때 소말리아 출신 오마르 아르탄 FIFA 국제심판 등 여러 관계자들이 입국 거부되거나 구금되는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미디어들이 성토하자 “진정하고 침착해라(chill and relax)”라고 아무 일이 아니라는 듯 제스처까지 써가며 가볍게 반응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가뜩이나 월드컵에 나가지 못해 국가적 자존심이 크게 상한 이탈리아를 농담의 대상으로 삼아 논란을 자초했다.
장재선 전임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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