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세기 가장 중요한 현대미술가

89세 생일 앞두고 英 자택서 눈감아

1019억에 낙찰 ‘예술가의 초상’

LA 풍경 담은 ‘첨벙’ 연작 등 유명

찰스3세 “예술계 거인·진실한 친구”

데이비드 호크니가 2017년 9월 26일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에 기증한 자신의 작품 앞에 선 모습. AP 연합뉴스
데이비드 호크니가 2017년 9월 26일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에 기증한 자신의 작품 앞에 선 모습. AP 연합뉴스

굵은 선과 경쾌한 색감, 관습에 규칙에 얽매이지 않는 독창적 화법…. 20세기와 21세이 현대미술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로 평가받는 영국의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가 지난 11일(현지시간) 별세했다. 89세 생일을 약 한달 여 앞두고, 그토록 “아름답다”고 상찬했던 이생을 마감했다. 로이터 등 주요 외신은 이날 호크니의 홍보 담당자를 인용해 “호크니가 자택에서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1937년 7월 9일 영국 브래드퍼드에서 태어난 호크니는 영국 대표 현대미술가인 동시에,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로 꼽힌다. 2018년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 ‘예술가의 초상’(1972)이 약 1019억원에 낙찰되며 당시 생존 작가 중 경매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후 ‘살아있는 가장 비싼 작가’ 중 한 명으로 불렸다.

20대에 일찌감치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호크니는 다양하고 실험적인 작업을 멈추지 않아, 그 이름 자체가 하나의 장르이자 브랜드가 된 인물이다. 이에 대해 영국 역사학자 사이먼 샤머는 “호크니의 예술은 끊임없이 형태를 변화시키며 창의적인 실험을 통과한다. 그 인기와 지속성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고 평한 바 있다. BBC도 이날 호크니에 대해 “1960년대 미술계를 뒤흔들고,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미술관을 가득 채우고 있다”면서 “영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라고 헌사를 보냈다.

데이비드 호크니의 대표작 ‘더 큰 첨벙’(A Bigger Splash·1967).
데이비드 호크니의 대표작 ‘더 큰 첨벙’(A Bigger Splash·1967).

호크니는 초상과 정물, 풍경을 넘나들고 기존의 일점소실 원근법을 거부했으며 다양한 매체를 탐구했다. 대표작으로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 지내면서 탄생한 ‘더 큰 첨벙’(A Bigger Splash·1967)을 포함해 수영장을 배경으로 한 ‘첨벙(Splash)’연작이 있다. 이 시리즈는 단순한 원색과 간결한 형태뿐이지만, LA하면 연상되는 파란 하늘과 키 큰 야자수, 그리고 푸른 물이 찰랑대는 수영장을 사실적으로 묘사해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또, 유명 패션디자이너 부부를 그린 ‘클라크 부부와 퍼시’(1971), ‘예술가의 초상’(1972) 등이 있다. 회화뿐 아니라 1987년 LA 오페라에서 초연된 ‘트리스탄과 이졸데’ 제작에 기여하는 등 의상과 무대 디자인도 했다. 또, 판화와 사진 콜라주, 비디오 아트로도 작품 활동을 확장했으며, 말년엔 아이패드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호크니의  ‘예술가의 초상’(1972).
호크니의 ‘예술가의 초상’(1972).
지난해 11월 ‘영국 문화도시’ 특별 행사의 일환으로 진행된 드론 디지털 예술 전시. 데이비드 호크니의 자화상이 하늘에 펼쳐지고 있다. AP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영국 문화도시’ 특별 행사의 일환으로 진행된 드론 디지털 예술 전시. 데이비드 호크니의 자화상이 하늘에 펼쳐지고 있다. AP 연합뉴스

한국과도 인연이 있다. 2019년 서울시립미술관(SeMA)에서 아시아 첫 대규모 개인전을 개최한 바 있다. 전시는 30만명이 다녀가며 당해 가장 흥행한 전시가 됐다. 또, 2023년 그가 직접 참여한 몰입형 전시 ‘데이비드 호크니: 비거 앤 클로저(Bigger & Closer)’가 열려 관심을 모았다.

밝고 아름답고 독창적인 그림뿐만 아니라, 그는 늘 소년같은 천진난만함과 파격을 잃지 않았다. 2022년 11월 버킹엄궁에서 열린 메릿훈위 보유자 오찬에는 노란색 캐주얼한 신발을 신고 참석해 화제가 됐다. “일을 통해 젊음을 유지한다. 60년간 매일 하고싶은 일(그리기)을 한다”고 할 정도로 그림을 사랑했던 그는, 자신이 화폭에 담아낸 세상만물에도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갖고 있었다. 2021년 파리 전시 당시 “세상을 바라보면 정말 아름답다”고 밝힌 인터뷰가 유명하다.

데이비드 호크니가 2015년 5월 런던에서 열린 ‘회화와 사진’ 전시에서 자신의 작품 ‘카드놀이 하는 사람들 #3’(왼쪽)과 ‘더 큰 카드놀이 하는 사람들’ 사이에 앉아있다. AFP 연합뉴스
데이비드 호크니가 2015년 5월 런던에서 열린 ‘회화와 사진’ 전시에서 자신의 작품 ‘카드놀이 하는 사람들 #3’(왼쪽)과 ‘더 큰 카드놀이 하는 사람들’ 사이에 앉아있다. AFP 연합뉴스

호크니의 별세 소식에 전 세계 곳곳에서 애도의 메시지가 쏟아지고 있다. 찰스 3세 영국 국왕은 12일 “예술계의 거인이자 진실한 친구, 영감을 준 사람인 호크니의 별세에 매우 슬프다”고 밝혔다. 그는 “데이비드는 진정으로 독창적인 사람이었다. 좋아하는 노란 크록스 신발을 신고 궁 행사를 밝힌 것처럼 천재성을 가뿐하게 입었던 이”라고 과거 일화를 추억했다. 이어, “우리는 그 억누를 수 없는 매력과 재능, 끊임없는 혁신을 가장 그리워하겠지만, 그의 빛나는 창의성은 전 세계 미술관에서 살아갈 것”이라고 추모했다.

호크니 작품을 다수 소장하고 있는 국립 미술관 테이트 브리튼의 앨릭스 파쿼슨 관장은 BBC 방송에서 “호크니는 세상에 대한 특별한 시각을 지닌 무한히 창의적인 예술가였다”며 “그의 별세는 미술계에 엄청난 손실”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파리의 대표 현대미술관 퐁피두 센터도 공식 성명을 통해 “호크니는 생을 마칠 때까지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상할 만큼 창의적인 예술가였다”면서 “그의 작품은 계속해서 형형히 빛나고 영원히 살아 있을 것”이라고 추모했다.

박동미 기자
박동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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