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규회의 뒤집어보는 상식
우리는 나무의 둥근 ‘나이테(Tree Ring)’를 나무의 나이를 알려주는 선이라고 무심코 생각한다. 그래서 모든 나무에는 당연히 나이테가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이 믿음은 절반만 맞다.
나이테는 사실 나무가 계절과 날씨의 변화를 온몸으로 겪으며 남긴 흔적이다. 기후 변화가 뚜렷할수록 선은 선명해지고, 반대로 변화가 적을수록 희미해지거나 사라진다. 봄과 여름에는 비가 잘 내리고 햇빛이 풍부해 나무가 빠르게 자란다. 이때 만들어진 세포는 크고 성글어 색이 밝다. 반면 가을과 겨울에는 성장이 둔해지면서 세포가 작고 촘촘해져 색이 어두워진다. 이 같은 차이가 해마다 반복되면서 고리 모양의 경계가 만들어지는데, 그것이 바로 나이테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 같은 지역의 나무는 선명한 나이테를 갖는다. 하지만 일 년 내내 덥고 습한 열대 지방은 사정이 다르다. 날씨 변화가 크지 않아 성장 리듬도 일정하기 때문이다. 밝고 어두운 경계가 뚜렷하게 생기지 않아 열대우림의 많은 나무는 나이테가 거의 보이지 않거나 매우 불규칙하다.
아예 나이테를 만들지 않는 식물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대나무와 야자수다. 대나무는 이름에 ‘나무’가 들어가지만 생물학적으로는 풀에 가깝다. 줄기를 굵게 만드는 형성층이 없어 옆으로 두꺼워지지 않는다. 야자수 역시 겉모습은 나무와 비슷하지만 성장 방식이 달라 일반적인 나이테를 만들지 않는다.
설령 나이테가 있는 나무라 해도 그 수가 실제 나이와 정확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극심한 가뭄이나 병충해로 성장이 멈춘 해에는 나이테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을 수 있다. 반대로 한 해 동안 기후 변화가 비정상적으로 심하면 나이테가 두 개 이상 생긴 것처럼 보이는 경우도 있다. 더욱이 수백 년 이상 된 거목은 중심부가 썩어 비어버리는 경우가 많아 나이테만으로 나이를 확인하기 어렵다.
결국 나이테는 단순한 나이 계산표가 아니다. 나무가 견뎌낸 계절의 흔적이자, 자연이 나무의 몸에 새겨놓은 기후 기록인 셈이다.
도서관닷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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