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시 퇴근 이후

 

신한은행 축구 동호회 ‘91FC’

직급·부서 안가리고 형님·동생

은퇴자·어린 아들도 함께 경기

신한은행 축구동호회 ‘91FC’ 회원들이 경기를 마치고 한자리에 모였다. 한 회원이 데려온 자녀(앞줄 오른쪽 두 번째)도 함께했다.
‘91FC’ 제공
신한은행 축구동호회 ‘91FC’ 회원들이 경기를 마치고 한자리에 모였다. 한 회원이 데려온 자녀(앞줄 오른쪽 두 번째)도 함께했다. ‘91FC’ 제공

동도 트지 않은 토요일 새벽 경기 과천시 문원체육공원. 지난 6일 오전 5시, 어둑한 그라운드에 한두 명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6시 정각 킥오프를 앞두고 축구화 끈을 조이거나 가벼운 패스로 몸을 푼다. 평일 지점과 본점 곳곳에서 일하던 신한은행 사람들이 이 시간만큼은 같은 유니폼을 입고 발을 맞춘다. 1996년 창단해 올해 30년째를 맞은 신한은행 전통의 축구동호회 ‘91FC’ 회원들이다.

‘91FC’의 현재 활동 인원은 39명으로, 30대 초반부터 60대 초반까지 연령대가 넓다. 현직 직원은 물론 은행을 떠난 선배들까지 함께 그라운드를 누빈다. “회사를 떠나도 공은 계속 같이 찹니다. 평일엔 못 보던 선배님들을 토요일 새벽에 다시 만나는 거죠.” 한 회원은 현직과 퇴직을 가르지 않는 동호회 분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회사 직급은 라커룸에 두고 나온다. 호칭은 오직 ‘형님’과 ‘동생’. 평일엔 지점장·부장·차장으로 불리던 이들도 그라운드에 들어서는 순간 형·동생으로 바뀐다. 상대 팀과 맞붙을 땐 직급에 상관없이 한 몸처럼 뛰고, 경기가 끝나면 선후배가 스스럼없이 어울린다. 한 부장은 어린 아들을 데려와 함께 공을 차기도 한다.

오랜 역사만큼이나 실력도 겸비했다. 2012년 부천시장배 아마추어 축구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만만치 않은 저력을 입증한 바 있다. 회사 동호회인 만큼 활동은 축구에만 그치지 않는다. 매 반기 정기적으로 야유회 등 친목 모임을 열어 그라운드 밖에서도 끈끈한 관계를 이어간다. 회원들은 토요일 새벽이라는 시간대 자체를 91FC의 가장 큰 매력으로 꼽는다. 최이혁 회원은 “토요일 새벽 두 시간이면 개인 건강과 가정의 평화, 회사 동료들과의 친목까지 세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는다”고 말했다. 어린 자녀를 둔 이지민 회원은 “운동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도 아이가 아직 자고 있을 때가 많아 육아 부담이 적다”며 “가족과 함께하는 주말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게 새벽 축구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순간으로는 “은퇴한 선배가 오랜만에 옛 등 번호를 달고 함께 뛰던 날”을 꼽았다.

주말에도 직장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부담스럽지는 않을까. 최 회원은 고개를 저었다. “그라운드에선 직급도 부서도 없이 형·동생으로 부르다 보니, 평일 업무로는 못 나눈 속 깊은 얘기를 오히려 더 편하게 합니다. 부서 간 벽이 허물어지니 평일 협업도 한결 수월해졌고요.”

이날 새벽 경기도 역시 명승부였다. 양 팀이 0-0으로 팽팽히 맞서던 후반, 상대 진영에서 페널티킥이 나왔다. 골문을 지키던 최광회 회원이 키커의 눈을 끝까지 노려보다 몸을 날렸고, 손끝에 맞은 공은 골대를 벗어났다. 분위기를 탄 91FC는 종료 휘슬 직전, 팀 최고참인 박종명 회원이 문전 혼전 끝에 밀어 넣은 결승골로 1-0 승리를 거뒀다. 20대부터 60대까지 뒤엉켜 얼싸안는 골 세리머니에 새벽 그라운드가 들썩였다. 30년을 이어온 이 새벽의 열기가 현직과 퇴직을 잇고 직급과 세대의 벽을 허물며 신한 사람들을 하나로 묶고 있다.

김윤희 기자
김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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