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100마일(약 161㎞)을 달리며 신체의 극한에 맞서는 산악 마라톤. 지난해 말 북한산 국립공원이 2030년까지 산악 마라톤 대회를 금지하면서 마라토너들이 술렁대는 분위기다. 올 들어 금지 조치는 부산 금정산과 광주 무등산 등 전국 24개 국립공원으로 확산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북한산에서 산악 마라톤 대회를 강행한 단체에 6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됐다.
봄·가을이면 토·일요일마다 산악 마라톤 열풍으로 전국 주요 산에서 수많은 대회가 열렸다. 좁은 등산로를 빠르게 달리면서 등산객들과의 충돌은 피할 수 없었다. 특히, 2023년 북한산에서 뛰는 방향을 표시한다고 암벽과 돌계단에 래커 칠을 한 게 결정적 트리거가 됐다. 환경 단체들이 들고일어났다.
세계 메이저 대회인 유럽 몽블랑·미국의 하드록·일본의 후지 100 등은 아무나 달릴 수 없다. 지역별 예선 대회를 완주해 일정 점수를 쌓은 뒤에도 치열한 추첨 경쟁까지 뚫어야 한다. 기존 등산로와 겹치면 등산객에게 양보하는 게 원칙이고, 좁은 등산로에는 추월이 금지돼 있다. 선수들 관절 보호를 위해 트레킹 폴(스틱)을 허용하지만, 최근에는 후지 100 등 지반 보호를 위해 금지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대회 이미지를 개선하고 자연 훼손을 막으려는 포석이다.
요즘 최대 관심은 9월 19일 열릴 ‘서울100K(서울 국제 울트라트레일러닝 대회)’다. 광화문에서 출발해 인왕산∼북한산∼북악산을 도는 인기 코스로 이미 수천 명의 참가 신청이 완판된 상태다. 서울시가 공동 주최하는 행사지만 올해도 노른자위인 북한산이 포함될지는 불투명하다.
해외 주요 대회들은 아예 마을 축제 분위기다. 일반 등산객들도 알아서 마라톤 코스를 피해 가 준다. 주최 측도 100마일 본선만 토요일에 출발하고, 10∼50마일 대회는 평일로 분산시킨다. 하지만 매년 750만 명이 찾는 북한산은 붐벼도 너무 붐빈다. 오래전부터 ‘단위 면적당 탐방객이 가장 많은 국립공원’ 세계 1위로 기네스북에 올라 있다. 외국처럼 등산객의 자발적 양보를 바라는 것은 사치다. 아무리 달리고 싶어도 등산객과 자연 보호를 위해 절충점이 필요해 보인다. 완전 금지보다는 코스 분리나 변경, 등산객이 적은 평일로 분산 개최하는 것이 공존을 위한 지혜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