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걸 (재)문화영토연구원 이사장, 국민대 명예교수

‘민주주의 꽃은 선거입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건물 앞에 새겨진 말이다. 투표용지 부족과 각종 오류로 그 꽃이 시들다 못해 꺾였다. 선관위 문제는 양파 껍질 벗기듯 거의 매일 새롭게 나오고 있어 굳이 반복할 필요조차 없다. 비난과 비판은 쉬우나 그 대안을 만드는 일은 쉽지도 않고 시간도 필요하다. 어떤 경로로 누가 그 일을 해야 하는지도 불분명하다. 선관위 개혁의 기본 방향과 구체적 과제를 제시해 본다.

선관위 개혁의 기본 방향은 무엇보다 ‘국민 참정권의 보장과 선거관리의 정치적 중립성·효율성·투명성 제고’일 것이다. 이를 위한 구체적 과제는 선관위 조직과 업무 수행 과정, 구성원의 행태 및 선관위에 대한 민주적 통제 체제의 수립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조직의 측면에서 현행 선관위는 중앙선관위에 각 시군구(255개), 읍면동(3555개)의 하위 조직에 총 3000명이 넘는 직원을 갖추고 있다. 대선과 총선, 전국동시 지방선거 등 큰 선거와 연 2회 봄가을로 시행되는 재보궐 선거관리를 위해 하위 조직까지 상설화할 필요가 있는지부터 재검토해야 한다. 업무를 가중시키면서도 민의 왜곡 시비가 떠나지 않는 사전투표도 재고해야 한다. 3000여 명 조직 규모의 크고 작음을 논하기에 앞서 선관위 조직 재설계를 위한 진단과 업무분석이 선행돼야 한다. 거버넌스의 측면에서 현재와 같은 위원회 구성, 즉 위원장을 모두 각 지역 판사가 겸직하고 비상임 위원으로 구성해 사실상 선관위 직원 몇 명이 실질적 결정권을 행사하는 구조는 바꿔야 한다.

선관위 공무원의 행태는 수없이 많은 비판의 대상이 됐다. 재외국민 투표 관리를 위해 막대한 예산을 들여 선관위 공무원을 해외공관에 파견할 필요가 있는지부터 선거철에 맞춰 대규모 휴직을 하고 이를 보충하기 위해 직원을 특별 채용하는 것까지 문제였다. 이미 스스로 ‘가족회사’라 부를 정도로 해이해진 기강으로 무슨 개혁을 할 수 있겠나. 결국, 선관위 개혁의 주체는 외부가 될 것인데, 누구를 어떤 방식으로 구성할 것인지부터 문제다. 선관위법을 개정해야 하니 국회 논의도 필수인데, 여야 동수로 구성된 특위를 운영하되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심의 조직을 별도로 마련해 독립적으로 대안을 심의하고, 특위는 가부만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선관위는 헌법기관이란 이유로 설립 이후 회계감사 외에 어떤 외부감사나 감찰도 받은 바 없다. 그것이 오늘날 선관위의 특권의식과 부실 관리로 이어진 결정적 이유다. 감사원 감사와 국회 국정감사의 강화뿐만 아니라, 선거 관리의 적정성과 투명성, 정치적 중립성 훼손 여부를 사후 감사하도록 해야 한다. 선거 불복이나 과정상의 문제에 대한 소송에 대비해 선거 후 일정 기간 선거특별법원을 설치해 선거 사건을 집중적으로 처리하는 것도 방법이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기 때문이다.

수만 명의 젊은이가 자발적으로 모여 매일 “부정선거, 재선거”를 외치고 있다. 그런데 참 이상도 하다. 김건희 논문 표절 사건에는 마치 나라가 망할 것처럼 피켓시위를 벌이고 목소리를 높이던 진보적 지식인들이 이번엔 입도 벙긋하지 않는다. 부정 또는 부실 선거보다 김건희 논문 표절이 더 중요하단 말인가. 양심이 있으면 응답해 보라.

홍성걸 (재)문화영토연구원 이사장, 국민대 명예교수
홍성걸 (재)문화영토연구원 이사장, 국민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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