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종전 합의로 코스피가 16일 오전 한때 8700을 넘어서고, 반도체 초호황으로 수출도 신기록을 계속 경신하는 등 한국 경제가 화려한 외양을 보여주지만, 그 이면에는 온갖 위험 요소가 도사리고 있다. 정규직·무기계약직 등 ‘양질의 일자리’로 불리는 상용근로자 숫자가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는 사실은 상징적이다. 1999년 12월 이후 무려 26년5개월 만이다. 국가데이터처 통계(5월 고용동향)를 분석한 보도에 따르면, 상용근로자는 1674만 명으로 1년 전보다 7000명 줄었다.

무엇보다 청년층의 고용 현실은 심각하다. 20대 상용근로자는 16만4000명, 30대는 3만3000명 감소해 두 연령대를 합하면 19만7000명이 사라졌다. 제조업에서는 20·30대 상용직(-9만2000명)이 빠진 자리를 60대 이상이 채웠고, 정보통신업에서는 20대 상용직이 5만7000명 줄었지만 30대는 2만6000명 늘었다. 제조업 부진과 AI 확산으로 기업들이 신입·초급 정규직 채용을 줄이고 경력직·외주 중심으로 채용 방식을 전환한 결과다. 30대에서는 전문·과학·기술 서비스업 감소폭(-7만6000명)이 컸는데, 역시 AI 노출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직군이다.

정부는 중동전쟁 장기화에 따른 유가·원자재 가격 상승 등 대외 변수를 거론하지만 그런 외부 요인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반도체가 호황이어도 자본집약 산업 특성상 고용유발 효과는 전 산업 평균의 3분의 1 수준에 그친다. 노인·공공 일자리 급증은 민간 고용 부진을 감추는 착시효과도 낳고 있다. 노인 일자리는 2015년 월평균 27만 명에서 2025년 1∼3분기 99만 명으로, 같은 기간 전체 공공일자리는 113만 명에서 208만 명으로 크게 늘었다.

이런 현상은 일자리 붕괴의 신호탄일 수 있다. ‘세금 내는 일자리’는 줄고 ‘세금 먹는 일자리’는 늘어난 셈이기 때문이다. 취업률 등 총량 지표보다 이 부분이 핵심이다. 청년 일자리 위기는 해당 연령대의 인구 감소를 고려해도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기업이 신산업에 과감히 투자해 안정적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규제 혁파와 노동개혁은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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