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 중구 장교동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민주노총 콜센터노동자연대회의 조합원들이 공공부문 콜센터의 교섭요구 불응을 비판하면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동훈 기자
중앙·지방노동위원회가 각각 한화오션·현대차의 급식·청소 등 생산과 무관한 협력 업체들도 원청과 직접 교섭할 수 있다고 결정한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고용노동부의 개정 노동조합법 해석지침을 확대 해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판단에 따라 생산공정을 넘어 구내식당·대리점 딜러 등 국내 주요 대기업 사업장의 사실상 모든 외주·도급 업무가 원청 교섭 대상이 될 정도로 무한 확장되는 만큼 단체교섭을 둘러싼 산업계 혼란 역시 전방위로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16일 노동 전문가들은 노동위의 이번 결정이 해석지침을 ‘취사선택’했다고 비판했다. 중노위는 전날 한화오션의 급식·세탁 등 업무를 맡는 협력 업체 노조(웰리브)가 원청과 직접 교섭할 수 있다고 결정하면서 “작업장의 노후 시설 및 설비 개선은 소유자인 한화오션의 협조·승인 없이 하청 사용자인 웰리브 단독으로 이행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통화에서 “일반적 도급관계와 구조적 통제관계의 구별이 필요한데, 구내식당은 전자에 해당하는 측면이 강하다”며 “노동부 지침에서도 구내식당을 일반적 도급관계의 대표적인 사례로 인정하고 있는데 예외 규정을 무시한 채 노동안전 측면에서만 사용자성을 판단하는 건 오류”라고 지적했다.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정부에서 지침을 줬지만 사실상 무시된 것”이라며 “노동위가 독단적으로 판단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꼬집었다.
노동부는 지난 2월 25일 발간한 개정 노조법 해석지침에서 “하청 업체가 원청과 같은 장소에서 일하고 업무 시 사용하는 시설이나 장비를 원청이 지배·통제하고 있다면 사용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적시했다. 동시에 “일반적인 도급계약 관계에서는 도급 목적 달성을 위해 도급인이 수급인에게 일반적·결과 지향적으로 계약이행의 내용이나 절차에 관해 지시할 수 있는 권한이 있으며, 이러한 요구·협의·조정은 계약상 관리범위 내 행위로 보아야 한다”고 해석했다. 대표사례로는 공장 구내식당의 조리·배식을 담당하는 사내 협력 업체를 제시했다.
이는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의미로서의 구조적 통제와 구별돼야 한다는 지적으로 일반적 지시권을 행사하는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해석이다. 박 교수는 “노동부 지침 자체가 모호하기도 하다”며 “처음부터 설계를 제대로 하지 않아 빌미를 준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대기업 노사가 임금·성과급·복지 문제를 두고 매년 극심한 갈등을 겪는 가운데 이번 판단에 따라 사용자성이 인정된 하청 업체 노동자도 “원청 성과의 일부를 공유해야 한다”며 N% 성과급을 요구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전날 성명에서 “생산 원하청 관계가 아닌 간접적인 지원 협력관계까지 단체교섭의 상대방을 확장할 경우 단체교섭을 둘러싼 산업 전반의 혼란을 확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향후 사용자성을 둘러싼 재심 판단도 쏟아질 예정이다. 중노위는 오는 17일 포스코에 대한 교섭단위 분리 사건에 대한 재심을 진행한다. 19일에는 고려아연 교섭단위 분리결정·극동건설 교섭요구 사실 공고시정, 23일에는 현대엔지니어링 교섭요구 사실 공고시정 재심이 열린다. 오는 24일에도 현대제철 교섭단위 분리·CJ 대한통운 교섭요구 노조 확정공고 재심 판단이 예정돼 있어, 노란봉투법(개정노조법 2·3조) 관련 원청 사용자성에 대한 중노위 판단과 현장 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한편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최저임금위원회 6차 전원회의가 열린다. 지난 11일 도급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여부가 부결된 가운데, 이날 의제는 경영계가 요구해 온 업종별 차등적용 문제가 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업종별 차등적용 역시 부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앞서 전날 노동계는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시급 1만2000원을 요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