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사관학교(육사) 총동창회(회장 박판준)가 16일 서울 용산 삼각지 한 식당에서 정부의 사관학교 통합 및 육사 지방이전 관련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육사 총동창회 제공
육군사관학교(육사) 총동창회가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로 추진 중인 육·해·공군사관학교 통합 및 ‘국군사관학교’ 건립, 육사 지방 이전 추진을 두고 “졸속 통폐합”이라며 “공론화와 숙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육사 총동창회는 16일 입장문을 내고 “정부가 2028년을 목표로 육·해·공군사관학교 통폐합 및 육군사관학교 지방 이전‘ 방침을 확정하고 급박하게 추진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총동창회는 “국방부는 객관적인 연구나 군사학적 검증, 관련 분야 전문가와 진지한 소통을 결여한 채 일방적이고 졸속으로 사관학교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사관학교 개편안은 단순한 행정구역 이전이나 교육기관 통폐합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예 장교 양성은 첨단과학기술전으로 진화하는 전장에서 국가 생존과 직결된 중대사”라며 “시행착오가 있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사안인 만큼 충분한 사전 검증을 위한 공론화와 숙의 과정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총동문회는 입장문과 함께 배포한 참고자료에서 통합사관학교가 “각 군의 특성을 고려한 전공이 상이해 기초과정 교과 구성이 곤란하다”면서 “통합 교육 2년 후 군종을 선택할 경우 군별 특화 전공 선택과 교과과정 연계가 제한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례로 공군사관학교의 경우 현재 4년 교육과정에서 신체 관리부터 공중적응훈련, 군사훈련, 전공 실습 등으로 교과 과정이 짜여 있어 사관학교 통합 이후 이를 재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총동문회는 현재 서울 노원구에 있는 육군사관학교를 지방으로 이전하고 해당 부지의 활용 문제를 국가 안보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육군사관학교에 인접한 태릉골프장(태릉CC)과 과천 경마장, 국군방첩사령부 부지를 활용한 주택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육군사관학교를 육군 상무대가 있는 전라남도 장성 등 지방으로 이전하면서 태릉골프장과 묶어 1만호 규모 대단지 주택 공급을 실행하기 위해 육사 이전을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총동문회는 “태릉 육사 부지는 지난 80년 간 대한민국을 수호해 온 군 리더를 양성한 호국간성의 요람이자 안보 거점”이라며 “국군의 창설지이자 호국 정신 발현의 성지 위에 구축한 국가 안보의 인프라임을 고려해 최선의 활용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 당장 사관학교 통폐합 및 육사 지방 이전 시계를 멈추고 원점에서부터 투명하고 객관적인 공론화 과정을 시작할 것을 강력히 호소한다”라고 덧붙였다.
박판준 육군사관학교 총동창회장은 이날 국방부 인근 서울 용산 삼각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국국방연구원(KIDA)에 사관학교 통합연구 용역을 주고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국방부에 사관학교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다. 얼마나 절차를 무시하고 성급히 하는지 알수 있다”며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군) 경험이 없어서 자기가 하는 일이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고 있는 것으로 비친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박 회장은 “(사관학교 통합이) 끝나고 난 다음 누가 그 일에 사인을 했고, 그 돈을 집행하는 데 노력했는지 우리가 추적해서 손해배상청구까지도 한번 해볼까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육사생도 학부모 등이 참여하는 ‘국방의 미래를 지키는 시민연대’도 이날 성명서를 내고 “사관학교 통합 및 학교의 지방 이전 논의는 지금 이 순간에도 학업과 훈련에 매진해야 할 생도들과 가족들에게 이유 모를 불안감과 미래에 대한 회의감을 안겨주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어 “국가 지도자의 공약이라는 이유로, 혹은 정략적인 토건 논리를 앞세워 호국의 간성이 자라나는 요람을 밀어내고 국방을 이끌어갈 근간을 흔들어 생도들에게 자신감과 패배 의식만 심어주는 이유 없는 밀어붙이기식 정책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며 사관학교 통합 논의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사회적 합의를 거쳐 신중하게 추진할 것을 요구했다.
시민연대는 성명서에서 “정부는 사관학교 통합에 대해 생도 등 당사자들에게 합리적인 명분과 납득할 수 있는 사유를 충분히 설명하고 그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라”며 “육사의 지방 이전에 대해 자본주의적 개발논리가 아닌 군사안보적 당위성과 필요성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정부는 국가안보와 직결된 장교 양성 체계를 충분한 검토와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신중하게 추진하라”며 “국가 방위와 직결된 중대한 국가적 논의는 철저한 연구와 객관적 검증,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신중하게 이뤄져야 하며, 정책의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이자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생도와 군 구성원들의 목소리가 절대적으로 우선 반영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