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타 잘츠부르크와 협연
정갈한 반주로 임선혜 받쳐줘
관객들을 숨죽이게 하지만 동시에 긴장이 풀리고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미소 짓게 하는 연주.
다양한 레퍼토리 속에서 선이 굵은 흔적들을 남겼던 임윤찬이 이번에는 어깨에 힘을 빼고 자연스러움과 편안함, 천진하고 맑음으로 모차르트를 표현해 냈다. 피아니스트 임윤찬은 지난 15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티파니앤코와 함께하는 임윤찬&카메라타 잘츠부르크’(지휘 스즈키 마사토) 공연에서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5번과 24번, 그 사이에 소프라노 임선혜와 함께한 콘서트 아리아 ‘어찌 그대를 잊으리’를 연주했다. 임윤찬이 직접 선곡과 구성을 기획한 오직 모차르트만으로 채운 무대였다.
이날 임윤찬의 연주에서 가장 먼저 귀를 사로잡은 것은 소리의 작음이었다. 25번 협주곡 부분에서는 가벼우면서도 정갈하고 부드러운 연주를 보여 줬다. 화려한 기교나 역동적인 타건 대신 속삭임에 가까운 음색을 전면에 내세웠다. C장조가 주는 천진하고 투명한 느낌으로 시작해 행진곡풍으로 악상이 장중해진다. 오케스트라가 앞설 때는 한없이 누그러들었다가 피아노가 나설 때는 또렷하고 명징하게 소리를 냈다. 임윤찬이 공연에 앞서 “모차르트의 음악을 듣고 연주할 때마다 이 세상은 어쩌면 맑고 순수한 장난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면서 “어린 시절의 모습으로 돌아가 피아노 앞에 앉을 수 있게 된다”고 말한 대로였다.
두 협주곡 사이에 놓인 소프라노 임선혜와 호흡을 맞춘 아리아 ‘어찌 그대를 잊으리’는 이날 공연의 백미였다. 모차르트가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초연에서 수잔나 역을 맡았던 소프라노 낸시 스토라체의 고별 음악회를 위해 쓴 곡으로, 소프라노와 피아노, 오케스트라의 특수한 편성 탓에 좀처럼 연주되기 어려웠던 무대다. 임윤찬은 공연 전 “지난해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시기에 큰 위로를 주었던 곡”이라며 “이 곡을 들으며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애착을 드러냈다. 특히 이 곡은 현대 악보에서 피아노가 중반부에야 합류하도록 돼 있지만, 임윤찬은 처음부터 오케스트라에 녹아들어 연주를 시작했다. 소프라노 임선혜가 슬픔을 토로하는 도입부에서 악보에 없는 화음을 간간이 더하고, 피아노 성부가 쉬는 구간에도 작은 소리로 노래에 화음을 얹었다. 바로크 시대 건반 연주자가 통주저음(저음부에서 지속적으로 반주를 곁들여 주는 주법)으로 앙상블 전체를 받쳐 주던 전통을 되살린 것이다. 임윤찬은 고개를 돌려 임선혜의 노래를 바라보고, 노래에 따라 몸을 움직여 음악의 호흡을 함께 탔다. 이날 임선혜의 성악과 임윤찬의 피아노는 듀엣을 이뤄 모차르트와 스토라체가 됐다.
마지막 협주곡 24번은 한층 묵직하게 가라앉았다. 느린 템포와 고요한 출발로 시작해 감정을 쌓아 올리는 연주였다. 오케스트라의 역할이 두드러지는 이 곡에서 임윤찬은 앞서지 않았다. 피아노는 오케스트라의 일부처럼 녹아들었고, 그의 시선과 제스처는 단원들을 향해 있었다. 그러다 마지막 3악장, 비극적 운명이 응축된 알레그레토에서 폭풍처럼 몰아치는 결말로 내달렸다.
공연이 끝난 뒤 무대를 떠났던 임선혜가 임윤찬과 함께 다시 등장했다. 앙코르로 들려준 모차르트 가곡 ‘황혼의 감상’에서 임윤찬은 다시 한번 가곡에 맞는 부드럽고 조화로운 연주를 보여 줬다.
이번 공연은 이른바 ‘모차르트 순례의 해’ 프로그램 시작으로, 임윤찬은 이번 무대에 이어 오는 10월에는 미국 뉴욕 카네기홀과 영국 런던 위그모어홀에서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에 나선다. 내년 5월까지 카네기홀에서 4차례, 런던 위그모어홀에서 8차례 공연한다. 또 내년 3월에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콘세르트헤바우와 오스트리아 빈 무지크페어아인에서 ‘올(all)-모차르트’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박세영 기자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