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 리뷰 - 오늘 개봉 ‘토이 스토리 5’

 

픽사, 7년만에 새 시리즈 공개

디지털에 몰두하는 현실 반영

 

태블릿에 인기 뺏긴 장난감들

합동작전 펼치며 유쾌함 선사

전작 오마주 장면들도 곳곳에

유년 시절의 추억 떠오르게해

7년 만에 돌아온 ‘토이 스토리 5’에서 장난감 친구들은 역대 가장 막강한 경쟁자인 스마트 태블릿 ‘릴리패드’를 마주하게 된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7년 만에 돌아온 ‘토이 스토리 5’에서 장난감 친구들은 역대 가장 막강한 경쟁자인 스마트 태블릿 ‘릴리패드’를 마주하게 된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장난감 우디의 첫 번째 경쟁자는 버즈 라이트이어였다. ‘고작’ 레이저 빔이 나오고, 버튼을 누르면 날개가 튀어나오는 우주전사 장난감. ‘토이 스토리’ 속 장난감들에게는 무수한 위기가 있었지만, 솔직히 말해 이들의 생존을 위협할 정도의 적은 없었다. 30여 년이 흐른 지금, 이들 앞에 ‘스마트 태블릿’이 등장했다. 막강한 경쟁자 앞에서 시리즈가 다시금 동력을 찾았다.

17일 개봉하는 ‘토이 스토리 5’에서 장난감 친구들은 전례 없는 생존 위기에 직면한다. 4편부터 이들의 주인이 된 여덟 살 소녀 보니의 손에 개구리 모양의 스마트 태블릿 ‘릴리패드’가 쥐어지면서다. ‘릴리패드’는 그동안 아날로그 장난감이 감히 할 수 없었던 일들을 해낸다. 온라인으로 얼굴도 본 적 없는 친구와 게임을 하고 채팅을 나눈다. 밤도 낮도 없이, 실시간으로. 장난감의 시대는 이대로 끝나는 걸까.

개봉을 앞두고 매케나 해리스 공동 감독은 이번 영화가 “마침내 오늘날 아이들이 살아가는 현실을 따라잡았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 영화 속 아이들은 더 이상 장난감을 쥐고 방 안을 뛰어다니지 않는다. 눈이 부신 화면에 코를 박은 채 밤새 게임에 몰두하고, 친구에게 뒤처질까 수시로 릴리패드를 확인한다. 영화 속 어른들도 시종일관 컴퓨터와 노트북만 본다. 그들 뒤로 장난감들이 움직이는 것도 모른 채, 아이들이 어떤 어려움을 견디는지도 모른 채.

내심 ‘토이 스토리’ 시리즈가 그만 끝이 났으면 했다. ‘토이 스토리 3’가 개봉한 후였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했던 앤디와 우디의 완벽한 이별은 관객들에게 고하는 작별 인사 같았다. 그리고 9년 뒤 나온 ‘토이 스토리 4’는 집을 벗어나 거리로 무대를 옮기고, ‘포키’라는 신규 캐릭터와 자유분방한 여성 캐릭터로 변신한 ‘보핍’을 동원해 선방했다. 냉정하게 말해 7년 만에 다시 돌아온 ‘토이 스토리 5’는 이제 새 캐릭터를 추가하는 정도로는 어림도 없어 보였다.

이번엔 과감하게 주인공을 바꿨다. 전편에서 버려진 장난감의 수호자가 되어 떠난 우디의 뒤를 이어, 보니의 방 안 장난감들의 리더는 카우걸 ‘제시’가 맡았다. 우디에게 버즈가 있듯, 제시에겐 장난감 말 ‘불스아이’가 있다. 이제는 조연 자리로 내려온 우디는 한눈에 봐도 세월의 흔적이 여실하다. 배가 나오고, 도색이 벗겨져 머리가 휑하다. MZ 장난감들은 “이 어르신은 누구냐”고 묻는다.

‘토이 스토리 5’의 주인공 제시(왼쪽 두 번째)와 장난감 휴대폰·화장실 도우미·카메라의 모습.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토이 스토리 5’의 주인공 제시(왼쪽 두 번째)와 장난감 휴대폰·화장실 도우미·카메라의 모습.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선장이 바뀐 장난감들의 이야기는 어째서 여전히 재미있을까. 여기서 시리즈의 내공이 돋보인다. ‘토이 스토리’에는 늘 구형 장난감들이 등장했다. 주인에게 잊혀서, 구식이 되어서, 의도치 않게 버려져서 낙오된 장난감들이다. 이제는 전자식 장난감조차 구형의 대열에 합류했다. 아날로그에 1세대가 있듯, 전자기기에도 지나간 1세대가 있는 법이다. 화질이 떨어지는 장난감 카메라와 기능이 부족한 장난감 휴대폰, 쓸모를 다한 화장실 도우미 장난감이 제시, 버즈, 우디 같은 아날로그 장난감들과 합심해 펼치는 작전은 전작 못지않은 쾌감을 선사한다.

‘신구 조화’도 탁월하다. 보니의 관심을 릴리패드에서 돌리고 진짜 친구를 만들어 주기 위한 제시의 여정에서 와이파이와 드론, GPS와 같은 최신 기술이 자연스럽게 녹아들 뿐 아니라, 매번 “멋있게 추락할 뿐”이라던 버즈가 이번엔 ‘진짜’ 하늘을 날게 된다. 올드팬들의 향수를 자극할 요소는 덤. 지난 시리즈에서 감초 역할을 했던 장난감 병정이 떠오르는 버즈 군단과 우디의 등장과 함께 흘러나오는 주제곡 ‘유브 갓 어 프렌드 인 미(You’ve Got a Friend in Me)’, 시리즈 1편의 마지막 장면 속 차량 추격신이 떠오르는 오마주 장면 등이 반갑다.

이번 영화는 시종일관 게임(game)과 놀이(play)의 차이를 강조한다. 놀이는 게임과 다르다. 규칙이 정해진 게임은 기껏해야 한 달, 길어야 석 달이면 질려 버리지만, 상상하는 만큼 부푸는 장난감 놀이는 아이의 유년 시절을 통째로 지탱한다. 결혼식을 앞둔 신부였다가, 음모를 꾸미는 악당이었다가, 독살을 시도하는 암살자가 되기도 하는 제시의 시간은 길다. 그만큼 아이의 유년 시절도 길어진다. 또래보다 늦게 태블릿을 갖게 된 보니를 보며 릴리패드는 “장난감 따위를 가지고 노느라 다른 아이들보다 뒤처졌다”며 장난감들을 나무라지만, 제시는 담담하게 받아친다. “전자기기가 아이들을 너무 빨리 크게 만들었어.”

사실 어른 관객들에게는 장난감 못지않게 ‘토이 스토리’ 자체도 이제 추억이다. 어린 시절, 지금 보면 투박하기 그지없는 3D 애니메이션을 보며 나만의 ‘최애’ 장난감 하나쯤은 가슴에 품었다. 이제는 분량조차 거의 없는 렉스, 슬링키, 포테이토헤드를 보며 마음이 씁쓸해지는 까닭은, 그들이 곧 우리의 찬란했던 유년 시절의 놀이 친구였기 때문이다. 102분. 전체관람가.

신재우 기자
신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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