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권 논설위원

한 그룹은 강력한 힘을 발휘했던 기억을 떠올리게 해 ‘권력감’을 갖도록 했고, 다른 그룹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두 집단을 대상으로 ‘어떤 세입자가 살던 집에서 나가야 하는데, 형편상 갈 수 있는 곳은 공영주택밖에 없고, 이것도 3년을 기다려야 한다. 그런데 편법을 동원하면 바로 입주할 수 있다.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권력감을 가진 집단에서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그렇게 해선 안 된다’는 도덕적 응답이 많았다. 뒤이어 ‘어떤 세입자’라는 주체를 ‘당신’이라고 바꿔서 같은 질문을 했다. 그랬더니, 권력감을 가진 집단의 응답이 정반대로 나왔다. 본인의 이해관계가 연관되자, 권력이 도덕적 판단 기준을 바꿔 버린 것이다.

권력은 이기심을 증폭하고, ‘나는 다르다’는 예외적인 태도, 즉 내로남불을 하게 만든다는 걸 보여준다. 심리 실험이지만, 뇌의 특정 부위 활동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을 통해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이다. 권력은 세상이 자기중심으로 돈다고 믿게 만든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은 광역·기초단체장은 물론 지방의원 선거에서 완패했지만, 장동혁 대표 등은 “객관적 데이터”를 운운하며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다. 실험을 근거로 판단하면 지도부 사퇴론을 차단하기 위해 일부러 왜곡하는 것이 아니다. 정말 그렇다고 믿는 것이다. 권력감에서 나온 도파민에 뇌가 취한 것이다. 장 대표가 직접 선거운동을 뛴 충청과 부산, 강원 지역은 패배하고, 장 대표 지원을 거부한 서울과 경남 후보들은 이겼는데도 말이다. 히틀러, 스탈린, 김일성, 폴 포트 등 독재자들이 눈 하나 깜박하지 않고 대량 학살을 저지른 것은 양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권력에 취한 뇌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권 내에서 이긴 선거를 놓고 ‘너 때문에 졌다’는 책임론으로 시끄러운 것도 권력 싸움에서 비롯된 게 아닌가.

권력 만능 시대다. 그러다 보니, 권력은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 됐다. 돈과 섹스, 마약과 마찬가지로 권력은 중독성이 강하다. 사람의 생각뿐 아니라 개성과 성격도 완전히 바꾸어 놓는다. 그런 사람이 아닌데 그 자리에 가서 변했다는 말은 틀린 말이 아니다. 정치권력은 유권자가 선거를 통해 회수하면 된다. 문제는 권력에 빠지면 불치병이 되기 십상이란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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