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연임 출마를 둘러싼 가부(可否) 충돌이 악화일로다. 이길 수 있는 선거를 진 데 대한 책임을 지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6·3 선거를 ‘망친’ 요인으로 평가되는 ‘이재명 대통령 관련 사건의 공소취소가 가능한 조작기소특검법’을 조만간 추진하겠다는 건 아이러니다. 고위 인사는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말씀하셨으니 빨리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선거와 14개 국회의원 재보선을 불과 한 달 앞두고 이 대통령 8개 사건 재판 전부의 공소취소를 이 대통령이 임명하는 특검이 할 수 있는, 삼권분립과 법치주의에 어긋나는 법안을 발의했다가 역풍이 불자 처리를 선거 이후로 미뤘는데, 이 대통령은 선거 닷새 후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특검법 필요성을 강조했다. 공소취소 필요성도 밝혔다. 변호사이기도 한 대통령이 법 논리에 맞지 않는 주장도 많이 했는데, 그만큼 마음이 급하다는 방증일 것이다.
대통령은 조작기소특검과 관련한 공소취소 문제에 대한 질문에 “법과 상식대로 하면 된다”며 “잘못된 게 있으면 바로잡고 취소하고, 없으면 그냥 놔두면 된다”고 했다. 특검법에서 공소취소 권한을 제외해야 한다는 친여 성향 정당과 단체들 주장에 반대한 것이다. 법조계와 학계는 물론, 정의당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마저 특검의 공소취소권을 반대하는 건 법에도 상식에도 어긋나기 때문이다. ‘누구도 자신의 사건에서 재판관이 될 수 없다’는 대원칙을 무너뜨리는 것으로, 왕조시대 ‘원님재판’보다 못한 ‘셀프 재판’ ‘셀프 사면’이다.
이 대통령이 6·3 선거를 “국민의 경고”로 받아들인다면서도 조작기소특검에 대해 “안 할 수는 없다”고 한 것도 요령부득하다. 검찰 수사가 “문제가 있어 보이는 것이 꽤 많다”는 게 이유인데, 국회 국정조사나 서울고검TF·대검찰청·법무부의 조사·감찰을 통해 특별히 조작 수사나 기소가 드러난 게 없다. 오히려 쌍방울 김성태 전 회장과 방용철 전 부회장의 증언으로 2019년 이재명 경기지사 방북 대가 및 대북사업 비용 800만 달러의 대리송금이 사실일 가능성만 커졌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 대한 ‘연어술파티’ 진술 회유 의혹도 사실이 아닐 정황만 더 드러났고, 대검은 박상용 수사 검사의 2개월 정직을 요청하면서 징계 사유에서 연어술파티는 뺐을 정도다.
특히, ‘조작기소특검이 중립적’이라는 주장은 억지스럽다. 이 대통령은 “검경에 대규모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하라고 지시할 수도 있었다”면서 “국민이나 야당 입장에서는 중립적인 특검이 하는 게 낫지 않나”라고 했는데, 상식에 어긋난다. 대통령이 자신의 사건을 재수사하라며 검경 특수본 구성을 지시하는 것도 법에 저촉될 소지가 농후하고, 국회가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특검은 중립적이라고 하기 어렵다.
이 대통령 기자회견 이틀 뒤인 지난 10일 법무부가 ‘검찰인권존중미래위원회’를 발족했다. 이 대통령의 최측근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위촉한 7명의 위원은 검사 보완수사권 폐지를 주장했던 민변 회장 출신 위원장을 비롯해 조국 씨 변호사, 진보 성향 법관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 변호사, 참여연대 출신 교수 등 대부분 친여 성향이다. 이들이 대장동·대북송금 등 이 대통령 관련 사건 3건을 포함해 국조 특위에서 다뤘던 7개 사건을 첫 번째 조사 대상으로 선정했다. 특검을 도와 공소취소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작업으로 보인다.
6·3 선거 패배로 민심을 확인하고도 공소취소를 밀어붙일 정도로 여권은 지금 법과 상식에서 멀어져 있다. 이 대통령은 유럽 방문 중인 지난 13일 X에 올린 글에서 강조한 “집권당의 무한책임” “냉철한 균형 감각” “사익 아닌 공익”에 맞춰 공소취소를 포기하는 게 옳다. 상설 조직도 아닌 ‘떴다방’ 같은 1회용 특검이나 10월 2일이면 없어질 시한부 검찰이 공소취소를 강행하면 국민적 저항에 부닥칠 것이다. 이 대통령이 집착하면 할수록 공소취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김건희 문제’ 같은 블랙홀이 될 공산이 크다. 국민 통합과 노동·연금·교육 개혁 등에서 성과를 남긴다면, 재개될 재판에서 법과 상식에 맞는 판결이 나올 것이다. 법원 선고 형량이 과하다는 여론이 일면 후임 대통령에게 사면 요구도 분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