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규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내년도 최저임금 협상을 앞두고 사용자 측이 ‘최저임금 구분 적용’(다양화)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시장의 가격 결정 원리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최저임금제 자체를 아예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리가 있다.

최저임금제를 폐지하는 것이 어렵다면, 최소한 업종별·규모별·지역별 다양화만큼은 더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다. 획일적으로 강제되는 단일 최저임금은 이미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는 한계상황에 처한 소상공인과 영세 중소기업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고용 창출의 기회를 원천적으로 박탈한다.

기업의 임금 지급 여력은 산업의 속성에 따라 현격히 다르다. 최근 화제가 된 일부 기업의 막대한 성과급 잔치를 떠올려 보자. 이는 반도체라는 첨단 고부가가치 산업의 특성, 압도적인 생산성과 영업이익 창출력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하다. 이러한 산업별 속성의 차이는 기본급이나 다름없는 최저임금 지급 능력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제조업·서비스업·금융업은 부가가치 창출 구조가 각기 다르다. 인건비 비중이 절대적인 음식·숙박업 같은 서비스업에 고부가가치 금융업이나 첨단 제조업의 잣대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기업 규모에 따른 임금 지급 여력의 차이 또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그리고 영세 소상공인이 직원에게 줄 수 있는 임금은 본원적으로 다르다. 이는 그 기업의 자본집약도와 기술집약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막대한 자본과 첨단 기술력을 바탕으로 노동 생산성을 극대화한 대기업과, 오직 사장의 노동력과 소수 직원에 의존해 근근이 버티는 영세 기업이 똑같은 수준의 최저임금을 감당할 수는 없다.

기업이 자리한 지역에 따라서도 임금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나라 안에서도 물가와 주거비가 높고 경제활력이 집중된 대도시와 그렇지 않은 지방 간에는 임금 격차가 발생한다. 서울 도심의 프랜차이즈 식당과 똑같은 최저임금을 인구소멸 위기를 겪는 지방 소도시의 작은 식당이 감당하기는 불가능하다. 지역별 경제 상황이 다른데도 전국 단위의 단일 최저임금을 고집하면 결국 지방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다.

최근 이탈리아의 극적인 노동시장 변화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만성적인 실업과 저성장에 시달리던 이탈리아는 지난 10년간 강도 높은 노동시장 개혁을 추진했다. 해고 요건을 유연하게 만들고, 기업과 산업의 상황에 맞는 다양한 형태의 고용계약을 허용해 고용주의 인건비 및 채용 부담을 대폭 덜어줬다.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노동계의 반발과 우려가 무색하게, 최근 이탈리아의 실업률은 근 30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획일적인 규제와 강제가 아니라,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보하고 기업의 고용 여력을 넓혀주는 것만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진정한 해법임을 전 세계에 보여준 것이다.

최저임금제는 노동시장이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만드는 윤활유와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 최저임금이 감내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면 결국 고용주는 고용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아르바이트생을 내보내고 무인 키오스크를 들이는 현장을 직시해야 한다. 산업·규모·지역의 다름을 인정하는 최저임금 다양화는 우리 경제의 생존이 걸린 문제다.

박남규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박남규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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