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잠실 올림픽공원 시위 14일째

2030 분노의 정치 악용도 우려

선거개혁 위해 따질 건 따져야

 

재선거 실익도 실효성도 의문

사전투표-당일개표 비현실적

수개표 요구의 근거 역시 취약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여파가 계속되고 있다. 대학가에 시국선언이 퍼지고, 잠실 올림픽공원 집회도 오늘로 14일째다. 동등한 참정권이 보장되지 않아 공정성을 침해당했다는 주장이다. 2030 세대는 ‘기성세대가 대학생들의 목소리를 이용하려는 측면도 있는 것 같고, 특정 정파에서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모습들이 계속 보이는 것도 사실’이라며 경계한다.

올림픽공원의 구호는 ‘부정선거, 재선거, 당일투표, 수개표’이다. 선거개혁이라는 결실을 거두기 위해서라도 차분하게 따져봐야 한다. 재선거란, 선거가 무효로 된 경우에 하는 것이다. 재선거와 관련해 공직선거법 제224조는 (선거에 관한 규정에 위반된 사실이 있는 때라도)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하는 때에 한하여 선거의 전부나 일부의 무효 또는 당선의 무효를 결정하거나 판결한다’라고 규정한다.

대표적으로, 6·3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257만5819표(49.22%)를 얻어 251만5560표(48.07%)를 확보한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후보를 6만259표 차이로 서울시장으로 선출됐다. 송파구를 비롯해 서울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서 추가로 송부된 투표용지의 수가 6만259표보다 더 많다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의심해 볼 수 있다. 그러나 한 언론은 4381명분밖에 안 된다고 한다. 더러는 개표방송을 보면서 투표한 사람이 있어서 문제라고 한다. 그런 측면이 있지만, 출구조사도 틀렸다. 오 후보는 개표 초반에는 지다가 다음 날 오전 7시 16분에 역전했다.

본투표일에만 투표하자는 당일투표 주장과 관련, 명분은 없지 않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번에 사전투표율이 23.51%로 총투표율(61.0%)의 3분의 1을 훌쩍 넘는다. 그 많은 유권자의 사전투표제에 대한 선호를 무시할 수는 없다. 사전투표에 대한 당일 개표도 어렵다. 사전투표를 매일 개표하다 보면 그 결과가 바로 그다음 날 사전투표에 영향을 주고 또 사전투표 전체 결과는 다시 본투표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근거 없는 부정 의혹을 없앤다고 당일 개표를 하면서 선거가 과열되면 진짜로 심각한 부정선거가 발생할 수 있게 된다. 선거 과열을 막기 위해서 선거 직전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의 공표도 금지하고 있다.

사전투표 당일마다, 해당 선거구로 송부 않고 그곳에서 개표한다면 세금이 추가로 어마어마하게 든다. 6·3 지방선거에서 사전투표소는 전국에 3571곳인데, 이 모든 곳에 개표 사무원과 개표 참관인 등이 필요하다. 유효표와 무효표를 일관성 있고 평화적으로 구분하기 위해 선거관리위원과 경찰 등 더 많은 관리 인력이 배치돼야 한다. 그런다고 부정선거 의혹이 사라질까.

끝으로, 수개표는 환상이다. 이는 한국에서 투표지 분류기 등 기계 개표가 해킹에 노출된다는 가짜뉴스 때문에 생긴 것으로 보인다. 과연 개표의 정확성 측면에서 수개표와 기계 개표 가운데 어느 것이 더 우월할까. 비단 전문적 연구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직관적으로 답할 수 있는 쉬운 질문이다. 미국 정치학계에서는 수개표가 기계 개표에 비해 더 낫다고 말하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온 바 있다. 발전하는 과학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개표의 정확도를 높이는 방향을 피할 수 없다고 예측했다.

기계 개표는 만약 오류를 일으켜도 어느 한쪽으로만 체계적으로 영향을 주지 않아 특정 후보가 이득을 보거나 손해 보는 일이 없다. 게다가 참관인들이 직접 확인할 수도 있다. 반대로, 사람은 오류를 통해 의도적으로 특정 후보를 당선 또는 낙선시킬 수 있다. 사람은 또한 피로도, 도덕의식, 교육 수준 등에 따라 오류를 더 발생시켜 개표의 정확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개표만을 위해 내부망을 활용하기 때문에 외부 해킹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투표지 분류기 등은 개표의 정확도는 물론 신속성까지 보장하는 것이다. 이미 대법원도 부정선거 의혹에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진상규명위원회나 합동수사단의 발표 내용에 대해서 선관위는 유구무언일 것이다. 국정조사나 특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2030 세대 분노에 기성세대도 공감한다. 이제 냉철함을 보여준다면 더 호응을 받고 제도 개혁에도 힘이 될 것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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