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 “정부와 수가 협상도 해야”
불신 누적된 ‘의협’ 대표성 잃어
간호사 등 속한 보건의료 노조
교섭 요구·불발땐 파업 예고도
의사 10명 가운데 9명 이상은 전국 단위 의사노동조합 결성에 찬성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와 실제 노조 설립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간호사 등으로 구성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원청과의 교섭 확대 등을 요구하며 동시파업을 예고하는 등 지난 3월 10일 시행된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2·3조)의 영향이 의료계까지 확산하고 있다. 노봉법 시행 100일을 맞아 18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는 “법령 의무를 성실히 하면 사용자성이 인정돼 오히려 발목이 묶인다”는 현장의 고충이 쏟아졌다.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최근 ‘의사 노조 정책심포지엄’을 열고, 온라인으로 의사 회원 58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의사 노조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96.9%(562명)가 전국의사노조 조직화 필요성에 동의했고, 전국의사노조 창설 시 가입 의향은 94.5%로 집계됐다.
기존 의사들을 대변하는 대한의사협회가 있지만 의·정 갈등을 거치면서 의료계 내부에서는 꾸준히 ‘대표성’에 대한 불신이 누적돼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의정갈등 당시 전공의·교수·개원의들이 각자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대표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의사들은 ‘의사 노조’의 역할에 대해 71.5%가 ‘대정부 투쟁뿐 아니라 수가 협상까지 대신해야 한다’고 답했다. 수가, 진료비, 업무 기준을 사실상 통제하는 ‘사용자’인 정부와 직접 노조가 협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어도 법인, 재단 등 폭넓게 사용자로 특정할 수 있게 되면서 전국단위 의사노조 논의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간호사, 의료기사 등 약 9만 명의 보건의료노동자들이 속해있는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도 “노란봉투법 개정으로 진짜 사장인 원청과 당당히 마주할 교섭의 길이 열렸다”며 길거리로 나와 동시파업까지 예고했다. 이들은 전날 서울 세종대로에 조합원 약 5000명이 집결해 보건의료 인력기준 제도화, 노정합의 이행 통한 올바른 의료개혁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산별교섭이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을 경우 오는 7월 7일 동시 쟁의조정을 신청하고, 교섭 타결이 안 되면 7월 23일 동시 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한편 이날 국회에서 ‘노란봉투법 시행 100일, 현장은 무엇을 말하는가’를 주제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산업안전보건법·중대재해처벌법 등 관계법령 의무를 성실히 이행할수록 원청 사용자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문제점을 지적하는 등 성토가 이어졌다. 황용연 한국경영자총협회 이사는 “쟁의행위 시 대체근로가 금지돼 공기 지연·공사비 증가 등 문제가 쏟아지고 있다”며 “사용자성에 대한 보다 신중한 판단과 사용자 방어권 보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양주열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교섭단위가 지나치게 분리되면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 취지가 무력화돼 오히려 노봉법 취지에 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지운 기자, 이재희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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