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소원 도입 3개월만에 충돌
헌법재판소가 법원 확정판결을 취소할 수 있는 재판소원제 도입 3개월 만에 두 기관이 법률 해석 최종 권한을 둘러싸고 정면 충돌했다. 서로 ‘기본권 침해’를 심사하겠다고 예고하면서 당분간 갈등이 이어질 전망이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50부(수석부장 전보성)는 전날 헌법재판소의 부작위 처분으로 인한 기본권 침해 여부를 심사하겠다고 밝혔다. 법원이 헌재의 재판지연을 사법심사 대상으로 삼겠다고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 부장판사는 헌재에 내달 17일까지 재판지연 사유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재판부는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혐의 사건의 항소심을 심리 중이다. 피고인은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은 뒤, 이 법률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헌재가 위헌 여부를 4년 넘게 판단하지 않아 관련 형사재판도 진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헌재는 의견서 제출 등 재판부의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헌재 결정은 법원이 심사할 권한이 없을뿐더러 형사재판의 전제가 될 수 없다는 취지에서다. 헌재 관계자는 “재판소원으로 재판이 취소될지도 모르니 지금 재판을 안 하겠다는 것과 똑같은 말”이라며 “대응할 가치가 없다”고 전했다.
문제가 된 헌법소원 사건은 머지않아 선고기일이 정해질 전망이다.
대법원은 현재까지 재판소원 관련 답변서를 내지 않고 있다. 헌재는 재판소원 심판 사건과 관련해 대법원에 한 달 내 답변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으나, 대법원은 재판의 중립성을 해칠 수 있다며 제출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법조계에서는 헌재가 재판소원으로 최고 법률기관 지위를 자처하는 데 대해 법원이 우회적으로 비판을 가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영서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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