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원 국립창원대 총장이 18일 대학본부 인송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영수 기자
박민원 국립창원대 총장이 18일 대학본부 인송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영수 기자

교수회, 개혁 드라이브 박민원 총장 불신임 투표로 맞불

박 총장 “공론화위원회 구성해 대학 생존 전략 찾겠다”

학문간 벽 허물고 융합형 인재 키워 교육혁신 고민 필요

창원=박영수 기자

대학 개혁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박민원 국립창원대 총장에 대한 교수회의 불신임 투표가 확정된 가운데, 박 총장이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학내 의견을 청취한 후 대학 발전 방향을 결정하기로 했다.

박 총장은 18일 대학본부 2층 인송홀에서 ‘국립창원대학교의 미래를 향한 길’이라는 주제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박 총장은 기자회견에서 “대학이 학생을 선택하는 시대는 끝났고, 학생의 선택을 받는 대학만이 살아남는다”며 “상승 곡선에서의 변화는 주체적으로 방향을 정할 수 있지만, 하강 곡선에서는 우리 의지와 관계없이 선택을 강요받는다”고 말했다.

박 총장은 학령인구 절벽과 인공지능(AI) 확산을 대학의 양대 위기로 진단하며, 종합국립대학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충분한 시간을 두고 천천히 추진 ▲관련 자료 전면 공개 ▲모든 대안의 객관적 검토 ▲구성원 의견을 최우선 의사결정 지표로 ▲수십 차례 설명회·설문·숙의 토론을 거치는 다섯 가지 방침을 제시하고, 구성원 단체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하겠다고 했다. 그는 “한 번도 말하거나 기록으로 남긴 적 없는 ‘해체’라는 단어가 대학 밖에서 하루도 빠짐없이 나온다”며 “어떤 토론도 피하지 않고 어떤 비판도 경청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립창원대 교수회는 17일 임시총회에서 박 총장 불신임 투표 시행안을 찬성 86.93%(133표), 반대 11.76%(18표), 기권 1.31%(2표)로 가결했다. 이에 따라 오는 22~23일 전임교원을 대상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온라인투표를 통한 불신임 투표가 진행되며, 결과는 투표 종료 당일 발표된다. 앞서 교수회는 10일 대의원회에서 불신임 투표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교수회가 가장 크게 반발하는 지점은 대학 법인화 추진이다. 박 총장은 취임 이후 글로컬대학30 선정과 약 8000억 원 규모 국가사업 유치, 거창·남해 도립대 통합, 과학기술원 전환 및 법인화 추진, LG전자 공조(HVAC) 연구센터 유치를 통한 산학연계 인재 양성 등 강도 높은 개혁 드라이브를 이어왔다. 특히 이 과정에서 인문사회계열을 중심으로 전임교원 배정과 자원 분배에서 소외됐다는 불만이 누적돼 왔다는 분석도 나온다.

교수회는 박 총장 취임 이후 ▲정당성 없는 학교 해체·법인화 추진 ▲인사위원회 승인을 받은 명예교수 임명 거부 ▲사회과학대학 교수들이 선출한 학장 임명 거부 ▲특정 단과대학 편중 전임교원 배정 ▲대학평의원회 의결을 거치지 않은 단과대학 신설 등을 들어 절차적 정당성이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글로컬대학 사업계획에 종합국립대 체제 개편 내용이 없는데도 대학본부가 구성원 의견 수렴 없이 과학기술원 전환과 법인화를 추진했다고 비판했다.

다만 불신임은 법적 구속력이 없다. 국립대 총장은 교육부 장관 제청과 대통령 임명으로 임용되며, 교수회 규정에도 총장 불신임 제도 자체가 없다(의장·부의장 불신임만 규정). 2019년에도 당시 총장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가결됐으나(231명 중 117명 찬성) 최 총장은 임기를 마쳤다.

교수회는 절차적 정당성 훼손과 구성원 의견 수렴 부족을 문제 삼고 있다. 대학 운영 과정에서 절차와 합의는 중요하다. 그러나 학령인구 감소와 AI 혁명이라는 거대한 변화 앞에서 지역거점 국립대가 현 체제 유지에만 머물 수 없다는 점 또한 부인하기 어렵다. 더욱이 AI 시대에는 단순한 기술 인력이 아니라 공학과 인문·사회적 통찰을 함께 갖춘 융합형 인재 양성이 요구되고 있어 대학 역시 학문 간 경계를 넘어선 교육 혁신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박 총장이 제시한 법인화와 과학기술원 전환이 정답인지는 앞으로 충분한 논의와 검증이 필요하다. 하지만 대학의 미래를 둘러싼 논쟁이 ‘변화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에 머문다면 국립창원대가 직면한 위기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개혁 자체를 둘러싼 찬반 대결이 아니라 어떤 방식의 개혁이 대학과 지역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생산적 논의다.

학생 수 감소와 대학 경쟁력 약화라는 현실은 누구도 피할 수 없다. 변화에는 늘 저항이 따르지만, 변화를 미루는 대가 역시 결코 가볍지 않다. 국립창원대가 내부 갈등을 넘어 미래를 향한 해법 찾기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박영수 기자
박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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