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이 맺은 종전 양해각서(MOU) 전문이 공개되자 미국 주요 매체들이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미국이 챙긴 것은 거의 없는 반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란의 통제력만 사실상 공식화해줬다는 지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시간) 사설에서 “이란 정권은 전쟁 기간 호르무즈 해협을 인질로 잡고 있었다”고 짚으며, 이번 합의의 진짜 위험은 이란의 갈취를 더 나빠진 새로운 현상유지로 굳혀버린다는 데 있다고 비판했다.
근거는 공개된 MOU 제5조다. 이란이 페르시아만과 오만해를 오가는 상선의 무료 안전 통항을 보장하는 기간을 ‘서명 후 60일’로 한정했다는 내용이다. WSJ는 이 조항을, 60일이 지나면 이란이 통항료를 거둘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했다.
여기에 더해 호르무즈 해협의 향후 관리 방식을 정하는 권한까지 이란이 오만과의 협의를 통해 갖게 됐다는 점도 문제로 짚었다. 신문은 해협 운영을 결국 이란 외교정책에 맡기는 결과라고 평가하면서, 해상 봉쇄와 석유 제재, 동결 자금이라는 지렛대를 이미 내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0일 뒤 더 나은 조건을 받아낼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분쟁 종식에 절박해 보이는 만큼, 이란이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미국이 그에 끌려갈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다.
WSJ는 같은 날 다른 사설에서 JD 밴스 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화려한 호텔과 3000억 달러(약 465조3000억 원) 규모 투자라는 유인책만으로 이란이 혁명 노선을 포기할 것으로 기대하는 듯하다고 꼬집었다. 이란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그런 번영을 누릴 기회가 있었지만 매번 혁명과 테러를 선택해왔다며,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이는 곧 혁명 노선을 계속 우선한다는 신호라고 짚었다.
WSJ는 보수 성향 매체로 평가받지만 국익에 반한다고 판단되는 지점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에 직설적인 비판을 가해온 매체다. 특히 중동 정책에서는 이스라엘 내 강경 보수 정치인들과 비슷한 시각을 보여왔다.
뉴욕타임스(NYT)의 평가는 더 단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4개월간 이어진 전쟁을 끝냈지만, 스스로 고수하겠다던 조건은 거의 얻어내지 못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 전쟁에서 패배했다”고 못박았다.
NYT는 지난 15일 사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정권 교체 가능성을 시사하고 이란의 우라늄 농축을 전혀 허용하지 않겠다고 했으며 이미 보유 중인 핵무기급에 가까운 핵물질을 모두 제거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이 가운데 실현된 것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미군이 다수의 장거리 미사일과 요격미사일을 쏟아붓고도 훨씬 작은 상대를 제압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곁들였다. 신문은 이 피해를 복구하려면 전쟁의 군사·경제적 파장으로 흔들린 유럽·중동·아시아 동맹들과의 관계 회복부터 서두르는 게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이승주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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