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대통령 관저 이전 감사를 부실·늑장 처리했다는 의혹을 받는 감사원 간부가 구속을 면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이종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현직 감사원 간부 손모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진행한 뒤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범죄 혐의를 입증할 자료의 수준과 다툴 여지, 수사 진행 상황 등을 종합할 때 구속까지 필요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손씨는 대통령실 관저 이전 감사단장을 맡아 실무를 총괄한 인물로, 감사 과정에서 증거 서류를 조작해 허위 보고서를 작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권창영 2차 종합특검팀은 지난 16일 손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감사 증거 서류 조작 사실과 이것이 감사 결과에 영향을 줬다고 볼 만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의혹의 출발점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당선 후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관저를 옛 외교부 장관 공관으로 옮긴 일이다. 특검팀은 이 과정에서 건설 자격이 없는 업체 ‘21그램’이 공사 전반을 총괄하고, 종합건설면허를 가진 원담종합건설을 앞세워 합법적인 외관만 갖췄다고 본다. 감사원도 21그램이 공사 전반에 관여한 사실을 감사 중 파악했지만, 보고서에는 21그램이 인테리어 공사만 담당한 것처럼 의도적으로 축소해 적었다는 게 특검팀 판단이다.
감사원은 2022년 10월 참여연대 등의 국민감사 청구로 감사에 착수해, 2년여가 지난 2024년 9월에야 관저 이전 및 비용 사용 관련 의혹 감사보고서를 내놨다. 보고서에는 21그램이 관저 인테리어 시공업체로 선정됐고, 원담종합건설에 증축 공사 참여를 요청해 공사가 이뤄졌다고 적혀 있다.
특검팀은 지난달 14일 감사원과 유병호 감사위원 등을 압수수색해 자료를 확보한 뒤, 감사원 관계자들을 차례로 불러 보고서 작성 경위와 지시 내용을 조사해왔다. 윤석열 정부 당시 감사원 사무총장이었던 유 위원 등 지휘부 수사를 본격화하려던 참이었는데, 이번에 손씨 신병 확보가 불발되면서 윗선 수사에 차질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특검팀은 영장 기각 사유를 검토해 재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수사 결과에 따라 의혹의 ‘정점’으로 거론되는 김건희 여사 조사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21그램은 김 여사가 운영한 코바나컨텐츠 전시회를 후원하고 사무실 설계·시공을 맡았던 업체로, 김 여사가 이 회사 대표 배우자와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특검팀은 별도로 관저 이전 과정에서 예산을 불법 전용한 혐의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을 기소했으며, 기획예산처(옛 기획재정부)의 개입 여부도 들여다보고 있다.
이승주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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