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문10답 - 재선거·선거소청
26곳서 용지부족 투표 중단사태
개표 결과 누락·입력오류 ‘혼란’
선거일로부터 14일내 소청 제기
선관위, 60일 이내 결론 내려야
헌법소원·국가배상청구도 진행
검경합동수사본 형사절차 속도
당락에 영향 없으면 무효 안돼
접전 지역선 일부 인용 가능성
6·3 지방선거에서 발생한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및 참정권 침해 사태가 대규모 선거소청으로 이어졌다. 소청은 선거나 당선의 효력에 불복해 선관위에 이의를 제기하는 절차로, 이번 6·3 지방선거에서 각급 선거관리위원회에 소청이 690건 접수됐다. 4년 전 45건에 비해 15배에 이른다. 법조계에서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벌어진 지역의 투표자 수를 다 합쳐도 당락에 영향을 미치기 어려워 소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작다는 게 대체적 의견이다. 다만 일부 인용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없지 않다.
1. 현재까지 드러난 6·3 지방선거 참정권 침해 실태
6월 3일 실시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본투표 중 전국 여러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동났다. 141개 투표소에 용지가 추가 송부됐지만, 26개 투표소에서는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가 중단됐다. 이 과정에서 투표용지를 받지 못한 일부 유권자가 장시간 대기하다가 투표를 포기하기도 했다. 전북 교육감 선거 등 일부 지역에서는 개표 결과가 누락되거나 입력 오류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나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국회는 이번 사태 진상 규명을 위해 투표용지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를 여야 합의로 구성했다.
2. 선거소청 접수 현황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및 참정권 침해 사태에 제기된 소청은 총 690건이다. 중앙선관위에 접수된 소청이 275건, 시·도선관위에 접수된 소청은 415건이다. 중앙선관위에 접수된 소청은 시·도지사 127건, 교육감 67건, 비례대표 시·도의원 60건, 세종시의원 6건, 선거 불특정 15건 등이다. 시·도지사 소청 127건 중 서울시장 선거 관련 소청은 30건(23.6%)으로 집계됐다.
2022년 지방선거 선거소청은 45건이었다. 이번에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인해 선거소청이 급증했다. 소청은 선거나 당선의 효력에 불복해 선관위에 이의를 제기하는 절차다. 이번 선거 효력을 다투는 선거소청은 지난 17일 밤 12시, 당선 효력을 다투는 당선소청은 지난 18일 밤 12시에 접수가 각각 마감됐다. 당선인 결정이 늦어진 서울시장 선거 당선소청은 19일 밤 12시에 마감됐다.
3. 선거소청 접수 후 절차
후보자나 정당은 선거일로부터 14일 내에 선거소청을 제기할 수 있다. 관할 선관위 소청심사위원회는 소청 접수일로부터 60일 내에 결론을 내려야 한다. 선관위가 소청을 받아들이면 결정 통지일로부터 30일 내에 재선거가 실시된다. 소청이 기각되거나 각하되면 소청을 낸 사람이 소청 결정 통지 10일 내에 법원에 선거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공직선거법 제225조에 따라 법원은 선거소송을 180일 내에 결론 내려야 한다. 다른 소송보다 처리 기한이 짧다.
4. 선거소청 인용 가능성
공직선거법 제224조는 선거에 관한 규정에 위반된 사실이 있더라도,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 점을 인정하는 때에 한해, 소청을 접수한 선관위가 선거의 전부나 일부 무효를 결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원은 이에 따라 사건을 판단해 왔다. 대법원 판례는 ‘선거 과정에서 규정 위반이 발생했더라도 당락이 바뀌었을 가능성이 없는 등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음이 명백한 경우에는 선거를 무효로 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
이번 6·3 지방선거 관련 선거소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낮다는 게 법조계의 지배적인 견해지만,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투표를 하지 못한 유권자의 수가 당선인과 2위로 낙선한 후보 간 표 차이보다 적은 초접전 지역에서는 일부 인용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5. 헌법소원·국가배상청구 등 다른 법적대응 현황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인해 선거소청뿐 아니라 헌법소원, 국가배상청구, 형사 고발 등도 제기됐다. 헌법재판소에는 선거 다음 날인 4일 투표용지 부족으로 기본권이 침해됐다는 취지의 헌법소원이 접수됐다. 청구 취지는 “선관위가 투표용지를 적게 준비해 시민들의 선거권을 침해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헌재는 청구인이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곳이 아닌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선거인이어서 “자기 관련성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이를 각하했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한 나머지 헌법소원 3건은 사전 심사가 진행되고 있다.
국가배상청구 가능성도 거론된다. 국가배상은 공무원이 직무집행 과정에서 고의 또는 과실로 위법행위를 해 손해가 발생했는지가 핵심이다. 유권자 입장에서는 “투표용지를 충분히 준비하지 않아 선거권 행사가 방해됐다”고 주장할 수 있는 것이다.
형사 절차도 병행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로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진상 규명에 나선 검경 합동수사본부(본부장 김태훈)가 꾸려졌다. 합수본은 선관위가 투표용지 인쇄 물량을 줄이는 결정을 충분한 검토 없이 내렸는지, 선거 당일 현장 대응에 미흡한 점이 없었는지 등에 초점을 맞춰 수사하고 있다.
6. 재선거 관련 여야 입장
더불어민주당은 재선거에 대해서는 법원의 판단에 따라야 한다는 신중론을 펴고 있다. 야권의 선거소청을 두고도 “사실상 선거 불복 선언”이라고 비판했다. 선관위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은 필요하지만, 이를 틈타 정치적 이익을 챙기려 한다면 또 다른 참정권 침해를 부를 뿐이라는 주장이다.
야권에서는 당과 계파에 따라 입장이 갈린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등은 6·3 지방선거 전부 무효화와 전국 재선거를 요구했다. 반면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참정권 훼손 행위가 선거 결과에 미친 영향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며 속도 조절론을 꺼냈다. 개혁신당은 선별적 재선거 입장을 보이고 있다.
7. 전면 재선거와 선별적 재선거의 차이
전면 재선거는 해당 선거구에서 이루어진 모든 투표와 결과를 무효화하고 처음부터 다시 선거를 하는 방식이다. 투표함이 불법적으로 교체됐거나,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중대한 부정선거 또는 대규모 시스템 오류가 발생했을 때 이뤄진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등은 전국 재선거를 주장하고 있다.
선별적 재선거는 선거 전체를 취소하는 대신, 투표용지 부족이나 행정 착오 등으로 인해 유권자의 참정권이 실질적으로 침해된 특정 투표소나 지역만 골라서 다시 투표하는 방식이다. 대다수 유권자의 투표 결과는 그대로 인정하면서, 문제가 된 부분만 바로잡자는 것이다.
8. 과거 국내 재선거 사례
우리나라 최초의 재선거는 1949년 5월 10일 북제주갑과 을 지역구에서 각각 치러졌다. 1948년 5·10 총선거 당시 제주 4·3 사건으로 두 선거구의 투표가 무효 처리되면서 1년 뒤 재선거가 치러졌다.
1958년 4대 총선에서 자유당의 부정선거 행위가 드러나면서 일부 지역에서 산발적으로 재선거가 치러졌다. 1960년 제4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3·15 부정선거 사태가 발생했다. 전국적으로 대리투표, 사전투표, 무더기 투표가 횡행했다. 이를 계기로 4·19혁명이 일어났다. 같은 해 7월 29일 국회 전체의 임기를 2년 단축해 다시 뽑는 제5대 국회의원 선거가 실시됐다.
과거에는 사유가 발생할 때마다 법정 기한 내 재선거를 치러 비용이 과도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2000년 2월 선거법을 개정해 연 2회로 정례화했다. 2015년 재개정을 통해 4월에 한 번만 치르는 것으로 바꿨다.
9. 해외 재선거 사례
지난 2021년 9월 지방선거와 총선이 동시에 진행된 독일 베를린에서도 투표용지가 부족해 일부 유권자가 투표를 하지 못하자 법원이 선거 일부 무효와 재선거를 결정했다. 당시 판결을 내린 베를린주 헌법재판소는 참정권 침해 규모를 파악조차 못 하는 점, 적은 득표 차로도 의석 배분이 달라질 수 있었던 점 등을 들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2023년 2월 열린 재선거에서 야당 연합이 의석수를 늘리면서 22년 만에 ‘보수’ 베를린 시장이 탄생하기도 했다. 총선의 경우 독일 연방 헌법재판소가 선거 오류가 의석 배분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었는지를 기준으로 총 2256개 중 455개 선거구에 대해 재선거를 명령했다. 2024년 2월 재선거를 통해 1석이 야당으로 넘어갔다.
2022년 미국 중간선거에서도 텍사스주, 애리조나주 등 일부 투표소에서 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했다. 다만 당시 미 법원은 투표를 못 한 유권자 수가 선거 결과를 바꿀 정도로 많지 않았다며 재선거 판결을 내리진 않았다.
10. 재선거 실시 요건 법 개정 움직임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1일 재선거 요건을 대폭 확대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선관위의 잘못으로 투표가 중단되거나 투표가 실질적으로 차단된 경우,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는지와 무관하게, 선거의 전부 또는 일부를 무효로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선거소청 제기 기간을 기존 ‘선거일 후 14일 이내’에서 ‘당선인 결정일로부터 30일 이내’로 확대하는 내용도 담겼다. 선거 관련 국회 국정조사, 감사원 감사, 수사기관 수사 등이 진행되는 경우에는 결과 공표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소청을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은 부정 또는 부실선거 관련 증거확보를 용이하게 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일부 개정안을 지난 15일 대표 발의했다. 선관위에 선거 종료 후 선거 물품 및 장비를 즉시 회수해 보관할 의무를 부여하면서, 선거소청 또는 선거소송 기한이 지나거나 쟁송 절차가 종결되기 전까지는 이를 폐기하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내용이다.
강한 기자, 김대영 기자, 박상훈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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