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 리뷰 - 실화 모티브‘마티 슈프림’ 내달 1일 개봉

 

훔치고 도망가고 사고 치고

장면전환 빨라 멀미 날수도

영화 ‘마티 슈프림’에서 미국의 탁구 챔피언 마티 마우저를 연기한 티모시 샬라메(왼쪽).
영화 ‘마티 슈프림’에서 미국의 탁구 챔피언 마티 마우저를 연기한 티모시 샬라메(왼쪽).

티모시 샬라메가 콧수염을 기르자 많은 이들이 의아해했다. 샬라메의 발레·오페라 폄하 발언엔 많은 이들이 실망했다. 그런데 이를 터프하고 경솔한 탁구계 악동 ‘마티 마우저’라고 생각하면 모든 것이 납득이 된다. ‘마티 슈프림’은 이 치기 어린 탁구 스타의 여정을 2시간 29분간 쉼 없이 따라간다. 속도감 있는 연출과 끝없는 대사로 정평난 조시 사프디 감독의 영화답게 이번에도 말도 많고, 탈도 많다. 호불호는 갈릴 것이다. 샬라메의 콧수염처럼.

주인공은 미국의 탁구 챔피언 마티 마우저. 1950년대 뉴욕의 탁구 천재 마티 라이스먼을 모티프로 한 인물이다. 구두 가게 점원인 그는 말 그대로 ‘최고의’(슈프림) 탁구선수가 되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내달린다. 런던 브리티시 오픈에 참가하기 위해 친구에게 총을 겨누기까지 한 그의 다음 목표는 도쿄 세계선수권대회다. 런던에서 꺾지 못한 일본의 엔도 선수를 이기기 위해서, 최고가 되기 위해서.

탁구를 소재로 한 스포츠영화로 오해하고 볼 관객들을 위해 말하자면, 이건 탁구영화가 아니다. 그보다는 마우저의 꿈을 향한 욕망의 도주극에 가깝다. 경기장면은 극 초반과 후반부에만 등장할 뿐, 마우저가 사고를 치고 도망치는 장면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사프디 감독의 영화는 대개 이런 식이다. 주인공이 영화 내내 달린다. ‘굿 타임’(2017)은 아픈 동생과 돈을 훔쳐 달아나기 위해 달린다. ‘언컷 젬스’(2019)는 보석상이 도박에 빠져 더 많은 돈을 위해 달린다. 동생인 베니 사프디와 갈라서고 홀로서기에 나선 조시 사프디는 여전하다. 마우저는 도쿄 대회를 위해 달린다. 1500달러와 비행기 티켓을 구하기 위한 여정이 처절하기 그지없다.

사프디 감독이 그리는 야망에 가득 찬 마우저의 모습은 지질하고, 충동적이고 한심하다. 경기에서 지면 상대 선수의 반칙을 주장하며 성을 내고, 영화배우 케이 스톤(귀네스 팰트로)과 밀회를 즐긴다. 한 가지 사건을 수습하기 위해 또 다른 사건을 만들어내는 ‘악화일로의 귀재’인데 막다른 골목 같은 상황에서 매번 한발 더 나아가는 선택을 거듭한다. 내기 탁구에서 사기를 치고, 차를 훔지고, 남의 집에 무단 침입하는 식이다. 하지만 마티에게 이런 일을 모두 합리화할 수 있는 명분은 ‘삶의 목표’가 있다는 것이다. 여전히 이 모든 행위는 세계 챔피언이 되기 위해서다.

성공을 향한 인간의 광기에 동의는 어렵지만, 끝없이 폭주하는 영화 자체가 볼 맛이 난다. 정신없이 도망치고, 소리를 지르고, 사고치는 장면이 이어지는데 장면 전환이 빨라 멀미가 날 정도다. 그리고 영화 후반부의 단판 승부가 백미다. 탁구경기에서 가장 잔인한 듀스 상황. 간신히 동점을 만든 선수에겐 두 번째 기회처럼 여겨지지만 2점 차가 나기 전까지 경기에 끝은 없다.

미국 아카데미 9개 부문, 영국 아카데미 11개 부문 노미네이트라는 기대치에 비해 아쉬운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6년간 탁구 연습에 매진해 극 중 모든 장면을 대역 없이 소화한 샬라메의 연기가 빛난다. 오랜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팰트로나 첫 연기에 도전하는 래퍼 타일러 오코마(타일러 더 크리에이터)도 좋지만 마우저의 광기를 표현하기 위해 ‘볼기짝’까지 내놓은 샬라메를 이길 수는 없다. 사프디 영화치고 엔딩이 약하다는 것도 아쉽다. 물론 영화가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까지 참 시끄럽긴 하다. 7월 1일 개봉. 15세 관람가.

신재우 기자
신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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