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y - 사관학교 통폐합·지방이전

 

의무복무 등 직업적 매력 저하에

국립대 같은 운영 방식으로 개혁

 

서울 유치권고 최종보고서 제외

육사는 전남 장성 등 유력 검토

 

일각 “내란책임 전가 정치보복”

서울 주택공급 ‘희생양’ 의혹도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5월 27일 서울 노원구 태릉에 위치한 육군사관학교를 방문해 교수 및 훈육관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5월 27일 서울 노원구 태릉에 위치한 육군사관학교를 방문해 교수 및 훈육관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폐합을 둘러싼 논란이 한창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인 사관학교 통폐합은 지난해 9월 안규백 국방부 장관 지시로 출범한 내란극복·미래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 개별 분과로 ‘사관학교 개혁위원회(사개위)’가 신설되면서 급물살을 탔다. 이에 더해 이 대통령이 올해 2월 계룡대에서 열린 3군사관학교 합동임관식에서 ‘사관학교 통합’을 공식 선언하면서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국방부는 한국국방연구원(KIDA)에 ‘사관학교 통합 추진 방안’ 정책용역을 의뢰했고, 안 장관은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전인 4월 8일 사개위안을 토대로 통합사관학교 교육을 ‘2+2년제’로 하겠다고 밝혔다.

24일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 4월 22일 ‘국군사관학교창설추진팀(TF)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이 국방부 훈령으로 제정됐고 이르면 7월 육군사관학교(육사) 지방 이전을 포함한 사관학교 통폐합 최종안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육사 총동창회와 역대 육군참모총장들은 16일 “중대한 제도 개편이 충분한 사회적 합의와 군사적·교육적 검증 없이 추진되는 것은 졸속”이라며 재검토 촉구 성명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소속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들도 우려를 표하면서 여야가 충돌하는 안보 현안으로 떠올랐다.

◇사관학교 통합 국군사관대학교 안은=사관학교 통합 논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1년 이명박 정부의 국방개혁 307계획, 2018년 문재인 정부의 통합 논의 제기 등 20년간 세 차례에 걸쳐 반복적으로 제기됐으나 매번 각 군과 내부 반발 등으로 무산됐다. 사개위 종합보고서는 통합 추진 이유로 최근 전쟁 양상 및 인공지능(AI)·로봇·드론 등 전장환경 변화를 고려할 때 △미래 국방을 책임질 장교로서 고도의 전문성과 적응력 △신속한 대응력과 합동성 △우리 군 주도 작전수행능력 확보 △헌법과 민주주의 가치 내면화 등 명품사관학교 창출을 위한 사관학교 교육의 전면 재검토가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병사 복무기간 축소와 대비되는 장교 의무복무기간(육·해·공사 10년, 3사 6년) 등으로 입학성적 하락, 임관율 최저 70% 등 교육지표 급락과 장교에 대한 직업적 매력 저하, 낮은 교육 만족도 등이 사관학교 개혁의 주요 배경이다. 사개위 보고서는 조직·인력·예산 중복을 극복할 방안으로 장교 양성기관을 총괄하는 특수목적 종합대학교 ‘국군사관대학교(가칭)’를 설립, 국립대와 같은 방식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국군사관대 산하에 교양대학과 육사, 해사, 공사를 우선 설립하고 이후 국방첨단과학기술사관학교, 국방의무사관학교, 학군·학사장교 교육단, 국방과학기술대학원 등 장기적으로 8개 교육 단위를 단과대 개념으로 포괄하자는 것이다. 1·2학년은 통합해 국군사관대 교정에서 기초소양 및 전공기초교육을 하고, 3·4학년은 전공심화 교육과 군사훈련을 각 사관학교에서 실시하는 ‘2+2 네트워크형 통합’ 안이다.

사개위 보고서는 내년 국군사관대 설치법 입법이 이뤄져 법적·제도적 강제력을 확보하면 2년 내 통합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국군사관대 서울 유치 권고, 지방 유치로 변경=문화일보 취재에 따르면 사개위 보고서는 우수생도 모집을 위해 국군사관대를 서울에 유치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국방부는 사개위 측에 보고서의 핵심 내용인 서울 유치안을 빼겠다고 한 뒤 검토대상에서 제외돼 논란이 예상된다. 보고서는 “해사와 공사, 3사에서 지속적으로 입학 성적이 떨어지는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가장 효과적 방법은 서울에서 생도를 모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합사관학교 성공의 핵심이 수도권, 특히 서울에 위치해야 상위권 수험생 유치가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교육·생활 인프라와 가족 접근성, 진로 선택 기회, 우수 교수 충원 등을 고려할 때 지방 입지는 우수 인재 확보에 불리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국방부는 사개위 보고서와 무관하게 국군사관대 위치를 대전 자운대로 잠정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3·4학년은 육사의 경우 태릉 육사를 완전히 폐교하는 대신 경북 영천 3사 또는 전남 장성 상무대 등이 유력 후보지로 검토되고 있다. 반면 해·공사는 현 위치인 경남 진해, 충북 청주에서 교육하게 된다.

◇육사 총동창회 및 역대 육군참모총장들 이어 야권도 반발=육사 총동창회는 16일 입장문을 통해 “정부가 2028년을 목표로 사관학교 통폐합 및 육사 지방이전 방침을 확정하고 급박하게 추진하고 있다”며 “졸속 통폐합 대신 공론화와 숙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원점 재검토를 요청했다. 역대 육군참모총장들도 이날 사관학교 통합 방안 및 육사 지방이전 추진에 대해 재검토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국방부 장관을 지낸 한민구 전 총장 등 13명의 참모총장은 “사관학교의 경쟁력은 우수한 생도와 교수진 확보에 달려 있으며, 사관학교의 지방 및 분산 운영이 지원율과 교육의 질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는 어렵지 않게 판단할 수 있다”며 “충분한 검증 없이 추진될 경우 미래 국군의 인재 양성 기반이 약화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들을 중심으로 국민의힘 역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육사 42기 출신인 임종득 국민의힘 의원은 “12·3 비상계엄을 빌미로 국군 정예장교 양성의 요람인 사관학교들을 해체 수준의 징벌적 개편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육사 지방이전은 사실상 폐교 주장도=현재 정부는 과천경마장, 국군방첩사령부 부지와 더불어 육사와 인접한 태릉골프장(태릉CC) 등 군사시설을 활용한 주택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육사를 지방으로 이전하면서 태릉골프장과 묶어 1만 호 규모 대단지 주택 공급 등 수도권 부동산 공급 정책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사관학교 통폐합’을 내세워 육사를 희생양으로 삼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육사는 내란을 일으킨 사관학교이므로 폐교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김세진(육사 67기·예비역 육군 소령) 미래생각 사무총장은 “이 논리라면 서울대 법대, 사법연수원도 폐지해야 한다. 출신학교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연좌제이자 정치 보복”이라고 반론을 폈다. 역대 육군참모총장들도 “태릉 육사는 단순한 교육기관이 아니라 수많은 장교와 유능한 지휘관들을 배출해 대한민국을 지켜온 역사와 전통의 상징”이라며 “특히 육사가 위치한 화랑대는 국군 창설과 6·25전쟁 초기 생도 절반이 목숨 바쳐 싸운 국가수호의 역사를 간직한 안보의 성지”라고 지방 이전 추진을 반대했다.

육사총동창회 역시 입장문에서 “육사 이전과 부지 활용 논의는 국가안보 거점 가치에 집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태릉 육사 부지는 80년간 대한민국을 수호해온 군 리더를 양성해온 호국의 요람이자 안보의 거점”이라며 “국군의 창설지이자 호국정신 발현의 성지 위에 구축된 국가안보의 인프라임을 고려해 최선의 활용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 중요한 지역을 한낱 아파트 단지로 만들어버리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너무나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고 육사 이전을 반대했다.

1·2학년 통합수용 7000억·육사 신축 8000억… 사업규모 3조원대 달할듯

 

■ 통합·이전 국방부案 비용은…

국방부 안대로 통합·이전 시 소요되는 비용은 최대 3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의 분석에 따르면 1·2학년 생도를 자운대 일대에 통합 수용하는 시설 신축의 경우 국방대 이전 사례(약 7000억 원)를 기준으로 할 때 최소 7000억 원 이상이 소요된다. 육사 3·4학년 교육을 위한 시설의 경우 장성 이전 시 사관학교 시설 신축에 국방대 이전 비용 정도가 또다시 필요하며, 이는 추가로 약 6000억∼8000억 원 규모의 비용이 예상된다. 교육훈련 시스템 현대화 비용(3000억∼5000억 원), 조직 이전 및 구조개편 비용(2000억∼5000억 원)을 포함하면 전체 사업 규모는 최소 2조 원, 현실적으로 2조4000억∼3조 원대로 확대된다. 주 소장은 “이 사업은 ‘통합사관학교 건설’이 아니라 사실상 군 교육 인프라 전면 재건 사업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주 소장은 기존 육사 생도관 리모델링을 통한 저비용 고효율 대안을 제시했다. 구 생도관 지역에 5·6층 규모 건물을 신설해 1·2학년 육·해·공군 생도들을 통합 수용하고, 3·4학년은 각 군 특화시설(진해, 청주, 서울 등)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는 “전체 비용이 약 4000억∼5000억 원 수준으로 이는 기존 통합 이전안(2조∼3조 원) 대비 5분의 1에서 7분의 1 수준”이라며 “더 중요한 점은 부지 신규 확보 비용이 없으며, 500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토지 및 개발비용 자체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정충신 선임기자
정충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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