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세돈의 Deep Read - 환율 상승 원인과 대책
올 들어 외국인 투자회수 증가로 달러유출 심화… 대통령도 공식석상서 달러 수급 걱정
외국인 국내증권 매도 중단-매수 유인책 마련 시급… 금리인상·외환집중제 검토돼야
지금 원·달러 환율은 이재명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걱정할 만한 상황이 됐다. 이 대통령은 23일 6·3지방선거 후 처음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원화 환율) 1500원 중반대는 너무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에 비해 과하다”고 걱정했다. 고강도의 달러 유출 방지책이 절박한 상황이다.
◇환율의 급격한 상승
지난해 원화 환율은 월별로 다소 간의 등락이 있었지만 대체로 평균 달러당 1420원을 중심으로 연간 약 4%대 안정적인 등락세를 보였다. 그러나 지난 3월 23일 1500원을 돌파하더니 6월 내내 1540원을 넘나들면서 좀처럼 1500원 아래로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올해 들어 지난 20일까지 원화 환율은 6% 올라서 전 세계 주요 통화 중 인도네시아 루피아 다음으로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원화 환율의 급격한 상승, 즉 원화가치 약세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가장 크고 직접적인 해악은 단연코 원자재가격 및 물가상승과 그에 따른 국민 실질소득의 감소다. 물가가 오르는 만큼 국민의 호주머니는 가벼워진다. 실제 고환율의 공포가 커지는 형국이다.
지난해에 약 3000억 달러어치의 각종 원자재를 수입했는데 원화 환율이 달러당 100원 오르면 수입금액만 30조 원이 오르게 된다. 이는 같은 해 연간 법인세수 85조 원이나 부가가치 세수 징수액 79조 원과 비교할 때 약 4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제까지의 추세대로 연중 내내 환율이 오른다면 연말의 환율 상승 부담은 연간 법인세수나 부가가치 세수보다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원화 환율 상승에 따르는 수입원가 상승 부담을 기업이 진다면 그만큼 기업의 채산성이 악화하고, 소비자에게 전가한다면 지출이 늘면서 실질소득이 그만큼 축소된다.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14%로 2024년 3월 3.1% 이후 2년 2개월 만에 처음으로 3% 선을 넘어섰고 생산자물가는 8.5%를 넘어섰으며, 수입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를 넘어선 지 오래다. 물가 안정이 정부의 가장 시급하고도 절실한 민생 정책 과제가 된 것은 원화 환율 상승과 관련이 깊다.
◇달러의 수급
물가 불안의 원인이 되는 환율 안정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원화 환율 상승의 명확한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원화 환율은 근본적으로 달러 수급에 의해 결정된다. ‘달러 수요’의 주된 원인은 내국인의 해외 직접투자 및 증권투자이고 ‘달러 공급’의 주된 원인은 경상수지 흑자, 외국인의 국내 직접투자 및 증권투자다.
외환 수급에 특별한 변동요인이 없다면 원화 환율도 안정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지난해가 바로 그런 해였다. 2025년의 월평균 원화 환율은 1422원으로, 2024년 1364원에 비해 4.3% 오르는 데 그쳤다. 외환 수급이 나름 균형을 잡았기 때문이었다. 구체적으로 달러 공급은 경상수지 흑자 1231억 달러와 외국인의 국내투자 841억 달러의 합 2072억 달러고, 달러 수요는 내국인의 해외투자 2082억 달러를 포함해 총 2117억 달러였다. 외환 수급에서 부족한 달러자금은 45억 달러에 불과했다. 달러 공급이 수요와 거의 일치했기 때문에 환율이 비교적 안정세를 보일 수 있었다.
그러나 올 들어 1~4월 사이의 달러 수급에는 지난해와 다른 몇 가지 특징을 보인다. 무엇보다 외국인에 의한 국내증권투자 행태의 변화다. 지난해엔 525억 달러가 유입(달러 공급)됐는데, 올해 1~4월 중에는 378억 달러의 투자 회수가 일어났다. 중요한 달러 공급원이던 외국인의 국내증권투자가 외국인 투자환수(매도)로 반전되면서 달러 유출의 중요한 원인이 됐다.
외국인 주식투자자들의 매도가 이어진 5월과 6월 공식 통계가 발표되면 상반기 중 외국인의 투자환수 규모는 훨씬 더 클 것으로 관측되며, 이 경우 환율은 더욱 불안해질 것이다. 외국인의 국내주식투자 환수가 달러 공급을 위축시킴과 동시에 달러 수요 요인으로 반전하면서, 올해 상반기 환율 상승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된 것이다.
◇‘오차 및 누락’
이 대통령은 이와 관련, 23일 국무회의에서 “우리 주식시장이 좋아지면 외국인 매수가 들어와서 원래는 달러 공급이 돼야 하는데, 너무 급격히 오르다 보니까 외국인들은 (전체 보유 중) 한국 포션이 커지니까 줄여야 되게 됐다”면서 달러 수급 문제를 지적했다.
올해 달러 수급이 지난해와 다른 또 다른 특징으로는 올 상반기 중 ‘오차 및 누락’ 계정에서의 달러 유출이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국제수지 통계에서 ‘오차 및 누락’이란 그 원인이 통계에 명확하게 잡히지 않는 외화자금의 흐름을 말하는데, 주로 환산이나 계산상의 실수로 발생한다. 수출 당시 달러 표시 수출가격과 실제 입금 당시 교역 당사국의 환율 변동으로 발생하는 오차 같은 경우를 말한다.
통상적으로 오차 및 누락은 기계적으로 발생하므로 특별히 규모가 크지 않다면 문제 삼지 않는다. 그러나 올해 1~4월 기간에 오차 및 누락 계정에서의 적자 규모가 118억 달러나 되면서 전체 경상수지 흑자(1027억 달러)의 10%가 넘었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는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고의적으로 외화를 유출할 목적으로 수출 실적보다 적은 금액을 국내로 송금한다든지 혹은 수입 실적보다 더 큰 금액을 해외로 송금함으로써 발생하는 오차 및 누락이라면 심각한 환율 불안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참고로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오차 및 누락 적자가 70억 달러였고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 83억 달러였다는 사실과 비교해보면, 올 들어 4개월간 오차 및 누락 적자가 118억 달러라는 점은 결코 무시할 수 있을 정도의 적은 금액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환율 안정 대책
원화 환율의 안정을 위해서는 외국인의 국내증권 매도세를 중단시키고 다시 매수할 유인을 키우도록 대책을 시급히 내놔야 한다.
첫째, 미국(3.75%)보다 낮은 한국의 기준금리(2.5%)를 서둘러 인상해야 한다. 2022년 9월부터 지금까지 진행된 한·미 금리 역전 현상은 원화 환율을 지속적으로 상승시켜온 근본 원인 중 하나였다. 둘째, 오차 및 누락을 줄여야 한다. 셋째, 외환 수요에 대한 실수요 원칙을 강화하면서 ‘외환집중제’의 한시적 부활을 통해서라도 투기적 외환 가수요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도해야 한다.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한국경제평론가협회 회장
■ 용어설명
‘오차 및 누락’은 국제수지표에서 통계 작성 과정의 실수·시점 불일치 등으로 생긴 차액을 조정하는 항목. 이론적으로는 차변과 대변이 일치해야 하며 경상수지와 자본수지의 합은 ‘0’이어야 함.
‘외환집중제’는 수출활동 등으로 국내에 들어온 외화를 은행 등에 의무적으로 매각 또는 예치하도록 하는 제도. 국가의 대외 지급능력과 외환 보유 확보, 외환의 효율적 활용 등을 기하기 위한 것.
■ 세줄 요약
환율의 급격한 상승: 올 들어 원화 환율 상승률은 전 세계 주요 통화 중 인도네시아 루피아 다음으로 2위를 기록. 고환율은 물가상승과 그에 따른 국민 실질소득의 감소를 불러. 바야흐로 고환율의 공포가 커지는 형국.
달러의 수급: 환율은 달러 수급으로 결정돼. 특히 올 들어 외국인의 국내증권투자가 투자환수(매도)로 반전되면서 달러 유출의 중요한 원인이 됨. ‘오차 및 누락’ 계정에서 달러 유출이 크게 늘어난 것도 달러 수급에 악영향.
환율 안정 대책: 환율 안정을 위해서는 미국보다 낮은 한국의 기준금리를 서둘러 인상하고, 오차 및 누락 계정 적자를 줄이며, ‘외환집중제’의 한시적 부활을 통해서라도 투기적 외환 가수요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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