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자 조성복 씨가 지난 14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한국컴패션에 방문한 모습. 한국컴패션 제공
“어린 시절 보육원에서 외국인에게 5달러, 10달러를 받은 뒤 감사 편지를 보냈던 기억이 아직도 새록새록 납니다.”
6·25전쟁 76주년인 25일 경북 칠곡의 한 미군 부대 푸드코트에서 일하고 있는 조성복(63) 씨는 고아였던 탓에 국제기구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조 씨를 지원했던 국제기구는 한국전쟁 당시 전쟁고아를 돕기 위해 설립된 국제어린이양육기구 ‘컴패션’으로, 조 씨는 지금까지 컴패션에 총 1300만 원을 기부하면서 자신이 받았던 따뜻한 사랑을 전 세계 아이들에게 되돌려주고 있다.
1963년 태어난 조 씨는 5세 때 부모를 모두 잃었다. 의지할 곳이 없었던 조 씨는 결국 6·25 전쟁고아를 돕기 위해 설립된 ‘컴패션’을 통해 얼굴도 모르는 외국인 후원자의 도움을 받기 시작했다. 조 씨는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항상 배고프고 부족했던 기억뿐”이라면서도 “그래도 되돌아보면 제 삶 자체가 축복받은 나날이었다”고 회상했다.
18세에 서울로 상경한 조 씨는 고달픈 생활 속에서도 주변의 도움으로 삶을 살아갈 희망을 얻었다. 그는 “1981년 서울의 한 신발 공장과 과일 가게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한 노부부가 내 손을 꼭 잡은 뒤 ‘용기를 잃지 마라’며 만 원 한 장을 줬다”면서 “고된 근무로 공부를 포기해야 할까 싶었지만, 그 돈으로 다시 학원에 등록했다”고 말했다. 그 덕분에 조 씨는 검정고시에 합격해 대구의 한 전문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다. 그는 “주변에서 받은 마음이 너무 소중해, 이 선한 영향력을 널리 나누고 싶었다”고 했다.
조 씨는 곧바로 일상 속 작은 나눔부터 시작했다. 직장에서 받은 추석 상여금으로 소년 소녀 가장을 후원했고, 2017년에는 컴패션을 통해 국내를 넘어 우간다의 한 소녀를 후원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그가 컴패션을 통해 후원한 금액은 1300만 원에 달한다. 올해는 1986년부터 일해온 직장에서 휴가를 쓰지 않고 모아둔 연차 수당 500만 원을 컴패션이 진행하는 ‘아프리카 우물 사업’에 기부했다. 장장 360시간, 40년 동안 모은 연차 수당을 흔쾌히 기부한 것이다.
조 씨의 삶은 전쟁으로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기부국으로 발전한 한국의 성장 역사와도 맞닿아 있다. 지난 1993년 컴패션 수혜국을 졸업한 한국은 10년 만인 2003년 한국컴패션을 통해 후원국으로 거듭난 바 있다. 조 씨는 “나눔은 마치 ‘사막에 뿌려지는 한 알의 곡식 씨앗’과도 같다”며 “내가 후원하는 친구도 또 다른 누군가에게 베푸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