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권 논설위원
국힘 ‘지속 가능한가’에 답해야
‘좀비 지도부 사퇴’ 정답 근사치
張대표 버티며 갈수록 요지경
통합·가치·승리 유전자 사라져
오세훈·한동훈 승리 막판 기회
좀비 우글대면 살아도 죽은 黨
‘선거 패배에서 스스로 회복할 수 있을까’ ‘지속 가능한 정당인가’. 국민의힘의 정치적 미래와 전망에 대한 질문은 최근 서울대가 인류와 사회가 직면한 근원적인 문제를 탐구하기 위해 만든 ‘그랜드 퀘스트’ 연구 질문 6개만큼이나 어렵다. 서울대 교수 18명이 2박 3일간 합숙 토론을 거쳐 완성한 질문은, ‘인공지능(AI)은 인간처럼 망각할 수 있는가’처럼 답을 찾기보다는 현재에선 찾을 수도 없고, 있지도 않은 답을 탐구하는 과정 자체에 의미를 둔다. 당면한 현실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정치는 질문보다 답이, 과정보다 결과가 더 중요하다.
6·3 선거에서 완패한 국민의힘은 민심에 답해야 한다. 양향자 최고위원이 근사치를 제시했다. ‘좀비 지도부 총사퇴’. 그는 “대한민국의 미래와 보수 정당의 내일을 이끌 분명한 철학과 비전, 노선이 보이지 않아 좀비 지도부로 불린다. 우리가 길을 비켜주어야 한다”고 했다. 장동혁 대표는 생각이 전혀 다르다. 선거 결과를 “선방”이라고 하면서 2030 참정권 시위 보장과 ‘전면 재선거’ 논리로 대표직 버티기를 했다. 건강상 이유로 일주일 입원 후 퇴임 일성으로 “당 대표 거취는 당원들이 결정할 문제”라며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힘이 아니라 짐”이라며 장 대표와 대립각을 세웠던 오세훈 서울시장의 승리가 장 대표의 선방 근거가 되는 건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그럼, 장 대표는 다음 질문에 어떻게 답할 건가. “전국적인 승리”라고 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이길 곳에서 졌다”는 이재명 대통령 간 갈등이 민주당이 선거에서 진짜 졌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 생각하는가. 8·17 민주당 전당대회 주도권을 잡기 위해 선거 책임론을 만들어 정 대표에게 떠넘기려 하는 것이 안 보이는가. 4년 전 선거보다 투표율이 10%포인트나 높게 나온 것이 국민의힘과 장 대표가 공천을 잘하고, 선거 운동을 잘했기 때문이라고 보는 건가. 투표율 급상승은 부동산정책 실패와 여권의 오만함을 심판하려는 성난 민심의 증오·분노투표 때문 아닌가. 당 지지율이 상승한 것도 국민의힘이 잘해서가 아니라 이번 선거를 통해 오세훈 서울시장과 한동훈 의원 등 차기 보수 대권 주자를 확보한 보수층 기대감이 반영된 덕분 아닌가.
국민의힘은 두 번의 탄핵 사태를 겪으며 정치 생존 DNA를 상실했다. 우선, 통합 유전자가 사라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자신의 비서실장 출신인 유승민 전 의원을 내쳤고, 윤석열 전 대통령은 이준석 전 대표와 한 의원을, 장 대표는 한 의원을 또다시 쫓아냈다. 권력에 취한 의원들은 ‘배신자론’에 눈이 멀어 동지를 적으로 삼았다. 통합은 열성, 분열은 우성 유전자가 됐다. 보수 유전자도 실종됐다. 건국과 산업화에 민주화가 결합한 보수 가치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선진화와 박 전 대통령의 경제 민주화 이후 맥이 끊겼다. 법치는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전 대통령 스스로가 부정했다. 잘하려는 노력보다 상대가 잘못한 반사이익을 노리는 ‘감나무’ 정치가 일상화했고, 기득권을 차지하려 당내 권력다툼이 더 치열해졌다. 이젠 이기는 법조차 잊어버린 것 같다. 졌는데 진 줄 모르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남 탓하는 당내 분위기가 방증이다. 생존 유전자가 없는 정치는 좀비 정치일 뿐이다.
오 시장과 한 의원의 승리는 상징적이다. 민심이 준 마지막 기회다. 한 의원 복당 문제는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등으로 이어지는 보수 대통합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 통합은 대상도 중요하지만, 주체가 누구냐가 더 중요하다. 윤 어게인 등 강경파를 대변하는 장 대표가 통합 주체가 될 수 없는 이유다. ‘약자와의 동행’ 공약을 통해 시장경제와 성장 중심의 틀을 넘어, 공정과 상생을 결합한 오 시장의 ‘따뜻한 보수’는 새로운 보수 가치 가능성을 보여준다. 정치판을 뒤흔드는 ‘앙팡 테리블’로 떠오른 2030 세대를 위한 생활정치 정책도 절실하다.
서울대에서 가장 치열한 논쟁을 벌인 질문은 ‘삶의 의지를 분자 수준에서 설명할 수 있는가’였다. 정신적 영역인 삶의 의지와 물리적 영역인 분자 수준을 연결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이지만, 어떻게든 연결할 방안을 찾으려 했다. 보수 정치를 재건하려면 이런 도전 DNA가 필요하다. 좀비만 우글댄다면 살아도 죽은 폐당(廢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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