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동 논설위원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가 “연어 술파티로 진술 회유를 당했다”고 국회 국정조사에서 한 증언이 지난 20일 수원지법 형사11부에서 허위로 판명돼 징역 4개월을 선고받았다. 이재명 대통령 관련 8개 사건 재판 전부를 공소취소 할 수 있는 ‘조작기소특검법’ 추진의 대표적인 근거가 무너지면서 여권이 매우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이런 때 재판부를 비난하면서 곤란한 상황을 빠져나가는데, 이 사건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돼 배심원 7명 중 4명이 유죄로 평결한 것을 재판부가 그대로 받은 것이어서 더 난처하게 됐다.
지난 22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어떻게 판결을 이렇게 하나”라며 “항소심에서는 다른 판단이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겁박 같은 말을 했지만, 배심원과 재판부의 일치된 유죄 판결을 2심에서 뒤집긴 어렵다. 패착은 이 전 부지사가 일반 국민이 배심원으로 유무죄 평결을 내리는 국민참여재판이 여러 조건상 유리하다고 보고 신청한 것에서 비롯됐다. 이 대통령 재판도 연동된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된 정치적으로 대단히 민감한 재판을 배심재판으로 하지 않았으면 현 시국 상황상 재판부가 유죄 선고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민주당은 배심원 3명이 무죄라고 했으면 재판부가 무죄를 내렸어야 했다며 재판부를 비난하지만, 궤변이고 억지다. 법원행정처의 지난 23일 자료에 따르면 국민참여재판제가 도입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1심 사건 3189건 중 배심원 평결과 법원 판결이 일치한 비율이 93.9%다. 미국과 달리 한국에선 배심원 평결에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재판부 판단과 대부분 일치한 것이다. 배심원과 법원 판단이 엇갈린 사건은 196건에 불과했는데 이 중 179건(91.3%)은 배심원이 무죄로 판단했지만, 재판부가 유죄로 선고한 경우였다. 민주당이 이화영 위증 재판에서 요구한 것 같은 배심원 유죄를 재판부가 무죄로 선고한 사례는 17건에 불과했다.
일반 시민이 여론과 감정에 휘둘려 ‘인민재판’처럼 될 수 있어 배심재판은 본고장인 미국에서도 점차 축소되고 있다. 특히, 1995년 흑인 풋볼 스타 O J 심슨의 백인 전 부인 살해 혐의 재판에서 유력한 증거가 다수 제시됐음에도 인종 문제, 정치적 편견 등이 쟁점이 되면서 무죄 평결함으로써 실효성 논란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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