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남 논설위원

 

참정권 훼손 항의 청년층 시위

불공정 격차 사회에 분노 표출

일자리 부족·집값 급등이 원인

 

정년 연장은 청년 고용 더 악화

유연성·재고용 수용 타협해야

2030 요구 대변할 정치도 중요

참정권 훼손 사태에 항의하는 2030 세대의 ‘잠실 시위’가 5주째 이어지고 있다. ‘1인 1표’라는 민주주의 원칙 훼손에서 촉발됐다. 이들은 나아가 기성세대와 정치권이 만들어낸 불공정과 격차 확대 등 구조적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최근 고별 강연에서 “처음으로 2030 세대가 정치적으로 움직이는 걸 봤다”며 “변화가 시작됐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평가했다.

이들의 분노는 어디서 시작된 것일까. 2019년 청년층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입시 비리 문제에 대해 기회의 불공정과 위선을 문제 삼았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공정 이슈에 문재인 정부의 페미니즘 옹호로 젠더 갈등까지 겹쳤다.

지난해 6·3 대선에서 출구조사 기준 20대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지지율은 41.3%, 30대는 47.6%로 국민의힘+개혁신당 후보의 지지율(각각 55.2%, 50.4%)보다 낮았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선 30대의 국힘 후보 지지율이 작년 대선 때보다 높아졌다. 2030의 높은 투표율과 보수 후보 지지가 선거 구도를 바꾼 원인으로 분석될 정도다. 2030이 70대 이상과 손잡고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인 4050과 ‘운동권’세대인 60대 절반 정도를 포위한 양상이다.

정치학자들은 2030 세대의 이런 움직임을 그동안 쌓였던 분노의 표출로 해석했다. 대상은 권력과 기득권층이다. 특히 계엄 사태를 거쳐 집권한 민주당 정부가 1년이 지났지만, 청년층의 사회경제적 조건은 오히려 악화한 현실이 이들을 화나게 했다. 민주당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온 4050 세대에 대한 반발과 거부감도 이들을 결집시켰다. 이들에게 우리 사회의 정치경제적 자원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4050은 기득권층으로 비칠 뿐이다.

‘세대 전쟁’의 뿌리는 일자리와 자산 격차다. 지난달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1년 전보다 25만 명 줄었다. 4대 그룹 고용은 1년 전보다 1만 명 이상 줄었다. 20·30대 중 구직 활동을 포기한 ‘쉬었음’ 인구는 65만 명으로 10년 전에 비해 24만 명이나 증가했다. 제조업 위축과 경력직 위주 채용,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양질의 일자리 감소에 비정규직 확대로 고용의 질은 악화했다. 지난 1년간 서울 아파트 전셋값만 10% 급등했다. 월세도 치솟으면서 청년층 주거 환경은 참담하다. 2030 세대와 4050 세대의 부동산 자산 격차는 2.6∼2.8배까지 벌어졌다.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끊어졌고 세대 내부 불평등도 심각하다.

이 대통령은 지난 23일 국무회의에서 “역대급 성과급, 코스피 지수도 딴 세상 얘기라는 청년들의 소외감을 정부가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청년층 일자리 증가는 노조의 강력한 지원을 받는 4050 세대의 양보가 없으면 쉽지 않다. 정규직이 고용 유연성과 성과 위주의 임금체계를 수용해야 청년층에 틈이 열린다.

2030은 사회 진입도 어려운데 4050은 임금 삭감 없는 65세로의 정년 연장을 원하고, 민주당은 이들의 요구를 법제화하려고 한다. 세대 간 일자리 전쟁에서 기성세대 편만 들고 있는 것이다. 일자리가 안정된 대기업과 공공기관 종사자들은 비교적 은퇴 준비도 잘 돼 있는 편이다. 이들이 퇴직 후 재고용 등 기업 부담을 완화할 방법을 받아들여야 청년 일자리를 대폭 늘릴 수 있는 사회적 대타협도 가능하다. 반도체 초과세수 일부를 청년 일자리 창출과 창업 지원에 더 사용하는 방법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세대 간 형평성에 맞지 않는 국민연금 개편과 적자 국채 발행을 통한 미래 채무 증가도 청년층엔 민감한 문제다. 기성세대 복지를 위해 양보를 강요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보 정권은 4050 세대의 기득권에 손대지 않으려고 한다.

청년 목소리를 대변할 ‘청년 정치’가 활성화돼야 한다. 거대 양당 세력은 선거 때만 되면 이들을 위하는 척하며 장식용이자 일회성 소모품으로 사용해왔다. 전체 국회의원 중 4.7%(20대 0명, 30대 14명)에 불과한 숫자가 현실을 웅변한다. 청년세대의 절망과 분노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이들은 언젠가 쓰나미처럼 기득권 정치를 뒤엎을 것이다. 다음 총선과 대선이 될 수도 있다.

김충남 논설위원
김충남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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