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경제 인사이트
美 - 이란 종전합의 후 환율 향방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등 호재
브렌트유 가격 나날이 안정세
韓 반도체 호황에 성장률 개선
원화가치 상승 압력 작용 요인
금융위기 수준에도 위기감 적어
“현 추세땐 1600원 돌파할지도”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 이후, 그동안 전쟁으로 막혀 있던 호르무즈 해협이 열리면서 국제유가가 급락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이란의 종전 선언 이후에도 ‘강(强)달러’(미 달러화 가치가 높은 현상)는 해소되지 않고 계속 이어지는 추세다.
브렌트유 기준으로 월별 국제유가의 흐름을 살펴보면, 올해 미국·이란의 전쟁 격화로 5월에 배럴당 103.71달러까지 치솟았던 국제유가는 6월(6월 26일 기준) 85.57달러까지 급락했다. 아직도 양국이 간헐적으로 폭격을 주고받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국제유가는 이미 상당히 내려온 상태다.
하지만 미 달러화의 가치는 전쟁이 종식 기미를 보이는데도 떨어질 낌새를 보이지 않고 있다. 미 달러화 인덱스는 29일 오전 11시 현재 전날보다 0.02포인트 떨어진 101.34를 기록했다. 미 달러화 인덱스는 국제유가와 달리 미국과 이란의 종전 선언 이후에도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미 달러화 인덱스는 유로화, 엔화, 파운드화, 캐나다 달러화, 스웨덴 크로나화, 스위스 프랑화 등 6개 주요 통화 대비 미 달러화의 가중 평균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로, 100 이상이면 기준 시점(1973년 3월=100) 대비 강세(가치 상승)를 의미한다.
미국과 이란 간 종전 선언이 반드시 미 달러화 인덱스 하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쟁 상황 종료 분위기에도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미 달러화 가치에 별다른 변화가 없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미 달러화 인덱스보다 더 흥미로운 것이 원·달러 환율의 움직임이다. 거시경제의 펀더멘털(기초 여건)만 보자면, 세계적인 인공지능(AI) 붐과 반도체 호황으로 우리나라 성장률 등이 개선될 조짐이 뚜렷하기 때문에 원화 가치 상승(원·달러 환율 하락) 압력이 높아지는 게 상식이다.
그러나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규모로 주식을 내다 팔면서 미 달러화에 대한 수요가 커지는 것은 원화 가치 하락(원·달러 환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렇지 않아도 예측 불가능한 환율 흐름이 상승 요인과 하락 요인의 중첩으로 더욱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특히 현재 원·달러 환율은 1540원대 안팎이다. 이는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 원·달러 환율 최고치(15시 30분 종가 기준)는 1570.3원이었다.
만약 앞으로 원·달러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 고점(1570.3원)을 넘어선다면, 그다음 고점은 외환위기 시절인 1997년 12월 23일의 1962.0원밖에 남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인해 정책금리 인상 확률이 높아지는 것도 달러화 가치에 영향을 주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FedWatch)’에 따르면, 오는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12월 9일 예정) 기준으로 미국의 정책금리가 현 수준(3.50∼3.75%)에 머물 확률은 19.4%인 반면 인상될 가능성은 80.6%에 달한다. 인하 가능성은 0%다. 금리 인상 폭에 대한 전망을 볼 때, 현재보다 25bp(1bp=0.01%포인트) 오를 가능성은 40.3%, 50bp 인상 가능성은 29.8%, 75bp 인상 가능성은 9.4%, 100bp 인상 가능성은 1.1%다.
대개 한 나라의 금리가 높아지면 그 나라의 통화 가치는 상승한다.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 미 달러화의 가치가 상승할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이처럼 달러화 가치가 높아질 요인이 다분해지면서 원·달러 환율은 더욱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 ‘위기 환율’과 비슷하고 심지어 더 높아질 기미마저 보이지만 경제 주체 중에서 과거처럼 위기감을 느끼는 사례는 별로 발견되지 않는다. 주가가 사상 최고치 기록을 잇달아 경신하고, 서울과 수도권 인기 지역 부동산값 상승세도 이어지고, 반도체 기업 초호황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환율은 여론의 관심에 다소 벗어나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서 “현 추세가 이어지면 원·달러 환율이 1600원 선을 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는 만큼 향후 환율 진행 상황을 면밀히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해동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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