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부실 선거관리 충격 일파만파
직무감찰 위한 개헌 주장 대두
문제 본질 흐리고 개악 가능성
선거관리 공감대 형성이 우선
감사원 독립 개헌 더 급할 수도
권력구조 뺀 개헌 설득력 약해
선거관리위원회 부실 선거관리의 파장은 날로 커지고 있다. 그와 함께 다양한 개혁 방안이 정치권과 전문가 및 시민단체들로부터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런 가운데 특별히 주목해야 할 방안의 하나가 원포인트 개헌론이다. 개헌을 해서라도 선관위 개혁을 제대로 하겠다는 것이지만, 과연 기대에 부응하는 성과를 보일지 의심스럽다. 자칫 역효과만 나타날 우려가 매우 크다.
원포인트 개헌론의 배경에는 선관위에 대한 감사원의 직무감찰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있다. 이 헌재 선고를 넘어서기 위해 원포인트 개헌으로 선관위에 대한 감사원 직무감찰을 가능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원포인트 개헌의 정당성 판단은 헌재 결정의 의미를 올바르게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헌재가 이런 판단을 내린 것은 감사원이 대통령 소속 기관이라는 점 때문이다.
선관위를 헌법상 독립기관으로 만든 취지가 3·15 부정선거 같은 것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선거의 당사자인 대통령이나 국회가 선거관리에 개입하지 못하게 한 것인데, 대통령 소속인 감사원이 선관위 직무감찰을 하게 되면 결국 대통령이 선관위 직무에 개입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위헌결정의 원인 자체가 전혀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원포인트 개헌으로 감사원의 선관위 직무감찰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과거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의 선례와 유사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1971년 대법원은 군인 등에 대해 소액의 국가보상 이외에 국가배상청구권을 인정하지 않는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가 평등권을 침해하므로 위헌이라는 선고를 했다. 이 위헌 결정을 뒤집기 위해 1972년 유신헌법 제26조 제2항에 위헌 결정을 받은 조항을 그대로 삽입한 바 있다. 그 후 현행 헌법 제29조 제2항으로 이어진 이 조항에 대해서는 형식상 헌법에 규정됐으나, 실질적 위헌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원인 해소 없이 원포인트 개헌을 추진하는 것은 이러한 잘못된 선례를 답습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원포인트 개헌으로 선관위를 해체 수준으로 구조 개혁하겠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이 주장은 원포인트 개헌의 범위를 벗어날 뿐만 아니라,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개혁이 아닌 개악이 될 우려를 낳는다. 선관위를 해체한다면 행정부가 선거관리를 담당해야 할 것인데, 이에 대한 여야 합의 및 국민적 공감대가 있는가? 해체 수준으로 선관위의 구성 방식 등 구조 자체를 근본적으로 개혁한다는 것이 과연 어떤 것인가? 만일 그 결과가 현재보다 더 나쁜 것이 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런 점에서 원포인트 개헌론은 문제를 문제로 해결하자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러면 선관위 부실 선거관리 문제에 비해 실질적인 위헌이 문제 되는 원포인트 개헌 문제는 훨씬 가벼운가? 그렇게 보기는 어렵다. 선관위 문제를 해결하는 다양한 대안 중에서 후유증이 더 작고 필요성이 강한 대안을 찾아야지, 당장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지라도 그 후유증이 매우 클 뿐만 아니라 그 제거도 어려운 원포인트 개헌이 최선의 대안이라 보기는 어렵다.
그런 점에서 이런 방식의 원포인트 개헌보다는 차라리 감사원을 헌법상의 독립기관으로 만들어서 대통령 소속 기관이기 때문에 선관위 직무감찰이 위헌이라는 원인 자체를 해결하는 것이 정도(正道)이다. 2017년 국회 개헌특위와 2018년 문재인 대통령 개헌안에서도 감사원의 독립기관화를 제안한 바 있다. 다만, 개헌을 위해서는 여야의 합의와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지난 4월 3일 국회에서 발의했던 개헌안 실패의 교훈이다. 한편으로는 여야 합의의 중요성을 되새겨야 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그 개헌안에 대한 국민의 싸늘한 반응을 기억해야 한다. 국민이 기대하는 제10차 개헌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극복 등 시대정신에 맞는 핵심 사항들에 대한 개헌이지 핵심을 뺀 주변적 사항들만 담는 개헌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원포인트 개헌이 과연 국민의 호응을 얻을 수 있을까? 더욱이 부정선거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크고, 실질적 위헌성의 문제까지 안고 있지 않은가.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2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