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민의 정치카페 - 유시민의 도발

 

柳, ‘자가면역질환’ 메시지로 정권 공격… 대통령과의 이익교환 시효 만료 판단

전대 앞둔 ‘문조털래유 - 뉴이재명’ 충돌… 총선 공천권 노린 사생결단 불가피

“대통령이 재건축하면서 강압적인 방식이 동원됐고, 철거 전문을 투입해 민주개혁 진영의 정상세포를 공격했다.”

유시민 작가가 지난달 26일 공개된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서 ‘자가면역질환’ 등 용어를 동원해 이재명 대통령을 공격했다. 당심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김어준을 업고 대통령을 정조준한 것이다. 8·17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청(친정청래) 대 친명(친이재명) 간 파묘 경쟁도 본격화 국면에 돌입했다.

◇유시민의 대통령 공격

유시민은 민주당이라는 건축물의 주인인 ‘기존 입주자’의 입장에서, 이 대통령이 재건축을 하려 ‘철거 전문’을 동원했다고 비판했다. ‘기존 입주자’는 ‘문조털래유’로 공격받는 당의 코어 지지층을, ‘철거 전문’은 ‘뉴이재명’ 그룹을 일컫는다. 그의 메시지는 대략 세 가지로 이뤄졌다.

①대통령이 되는 과정에서 열렬히 지켜주고 응원했던 사람들이 원했던 것은 증축이었지만, 대통령은 재건축을 하려고 했다. 증축까지는 따로 동의받는 절차가 필요 없지만 재건축하려면 동의를 받아야 했다. 대통령이 자신감이 지나쳤던 거 아닌가.

②대통령의 재건축 과정에서 강압적인 방식이 동원됐고, 비평 공론장에 철거 전문을 투입해 코어 지지층인 민주개혁 진영의 정상세포들을 공격했다. 민주당은 자가면역질환에 걸렸고, 신진대사 이상이 나타났다.

③대통령은 검찰개혁 지체, 문재인 모욕 방치,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무산, 당무 개입 등을 저질렀다. 윤석열 정권 때 나경원은 안 된다며 연판장을 돌린 것, 안철수를 향해서 ‘아무 짓도 안 하면 아무 일도 안 생긴다’고 협박하던 것이랑 무슨 차이가 있나.

유시민의 메시지가 민감한 이유는 그것이 이 대통령에 대한 전략적 충언을 넘어 정체성 공격으로 들리기 때문이다. 그의 발언은 정권의 중도실용 노선에 대한 회의이자, 김민석 등 뉴이재명 신흥 주류세력에 대한 계보학적 부인으로 해석됐다.

특히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과 조국·김어준·정청래·유시민을 싸잡아 ‘문조털래유’라는 멸칭을 씌우는 뉴이재명의 행태를 자가면역 중증 질환으로 진단했다는 점이 예사롭지 않다. 유시민의 입장에서 뉴이재명은 민주당의 ‘면역 체계’가 아닌 ‘면역 질환’이다. 당청 갈등이 권력 내부의 기본모순이며, ‘코어세력 대 뉴이재명’ 갈등이 민주당의 주요모순임을 천명한 것이다.

◇역사 속의 자가면역

집권세력 내에서 정권과 대통령의 정당성을 공격한 역사적 장면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특히 정권 후반기에 가면 미래권력과 현재권력의 갈등은 필연이었다. 문제는 이것이 대통령에 대한 ‘압박’이나 ‘거부’를 넘어 ‘제거’의 수준에까지 이르느냐 하는 점이다.

1997년 신한국당에서는 미래권력 이회창이 현직 대통령 김영삼을 ‘압박’했다. 김영삼 화형식이 벌어졌고, 이회창이 직접 대통령 탈당을 주문했다. 미래권력의 면역계가 현재권력을 바이러스로 규정한 자가면역 사건이다.

2002년 새천년민주당에서는 정상 절차를 통해 선출한 대선 후보 노무현을 ‘거부’한 ‘후보단일화협의회(후단협)’ 사태가 벌어졌다. 국민경선으로 노무현을 대선 후보로 뽑았지만, 잇단 선거 패배와 정몽준 돌풍이 겹치자 후보 흔들기에 나선 것. 김민석 등은 탈당해 정몽준을 지원했다.

2007년엔 집권 열린우리당 내 쇄신파·대통합파가 집단탈당해 대통합민주신당을 창당했다. 이 역시 자기 당이 배출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거부’ 사건이었다. 집단 자가면역 반응의 끝은 정동영의 대선 참패였다.

2016년 박근혜 탄핵 사건은 자가면역질환의 교과서적 사례다. 집권 새누리당의 김무성·유승민 등이 1호 당원 대통령 ‘제거’에 나섰고, 이후 오랫동안 보수 정치의 회복은 불가능했다.

2024년 윤석열-한동훈 갈등은 정권 초반에 미래권력이 현재권력을 조기 항원화한 사례다. 윤석열은 한동훈을 정권의 방패로 호출했지만, 한동훈은 이내 정권을 공격하는 항체가 됐다. 한동훈은 윤석열에 조기 차별화로 맞서며 탄핵몰이를 했고, 대통령을 ‘제거’했다.

누구도 대통령을 비판할 수 있다. 집권세력 내부에서도 비판은 당연히 있어야 한다. 하지만 과유불급이 문제다.

◇문조털래유 대 뉴이재명

집권세력 내 자가면역질환의 공통점은 미래권력의 현재권력에 대한 비판과 절연이다. 여기에서 유시민 사례와 관련한 ‘역전’이 생긴다. 유시민은 대통령의 자가면역을 비판했지만, 이러한 공격이야말로 자가면역질환임을 드러내는 생생한 사례가 되고 있다.

유시민은 왜 이 시점에 대통령을 공격했을까. 직접적인 원인은 친노-친문의‘적통’이 당권을 가져야 한다는 절박감이다. 당권 장악에 실패할 경우 2028년 총선을 앞두고 또 한 번의 ‘비명횡사’ 혹은 ‘비석(비김민석)횡사’가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크다.

또 다른 원인은 신·구 세력 간에 체결된 ‘이익교환’의 해체다. 친노 출신의 구주류 이해찬은 2017년 문재인 정권 탄생과 동시에 ‘민주당 영구집권론’ 실행을 위해 ‘포스트 문재인’ 찾기에 나섰다. 그의 선택은 이재명이었다. 이재명은 2018년 경기지사 당선과 함께 이해찬의 추천을 받아 이화영을 평화부지사에 임명했다.

이해찬의 보좌관 출신이자 평생 동지인 유시민도 문 정권 초기 이재명을 옹호했다. 하지만 2024년 총선 당시의 ‘비명횡사’ 공천에 지지를 거뒀다. 그리고 올해 이해찬의 사망으로 이익교환의 유효기간은 만료됐다. 유시민은 정청래의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와 ‘전당대회 1인 1표제’를 지지했고, 이제 이재명을 정조준하기에 이르렀다.

한국 정치사의 반복 패턴에 비춰볼 때 유시민의 대통령 공격은 친노-친문 구주류에 부메랑이 되고 있다. ‘자가면역 진단’이 ‘자가면역 참여’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유시민의 메시지 강도는 아직은 대통령에 대한 ‘압박’과 ‘포위’ 수준에 머무르지만, ‘거부’나 ‘제거’로 발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주류교체 충돌

유시민은 김대중-노무현-문재인으로 이어져 온 민주당의 몸체를 지키려 하고, 대통령은 그 몸을 앙시앵 레짐으로 본다. 누가 정상세포이고 누가 병소(病巢)인지를 둘러싼 싸움이 시작됐다. 진보 주류교체를 둘러싼 투쟁, 정통성 장악을 둘러싼 대결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전임기자, 행정학 박사

■ 용어설명

‘문조털래유’는 문재인·조국·김어준(털보)·정청래·유시민의 이름에서 한 글자씩 꺼내 만든 정치 신조어. 주로 민주당 계파 갈등에서 뉴이재명 그룹이 한데 묶어 멸칭으로 비판할 때 쓰여.

‘자가면역’은 외부 병원균이나 바이러스로부터 몸을 지켜야 할 면역세포가 자신의 신체나 정상적인 조직을 적으로 오인하여 공격하는 것. 이로써 발생하는 질환을 자가면역질환이라 함.

■ 세줄요약

유시민의 대통령 공격: 유시민이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서 ‘자가면역질환’ 등 용어로 대통령을 공격. 이는 당청 갈등이 권력 내부의 기본모순이며, ‘적통세력 대 뉴이재명’ 갈등이 민주당의 주요모순임을 천명한 것.

역사 속의 자가면역: 역사 속에서 집권세력 내 미래권력의 현재권력 공격은 흔한 장면. 문제는 이것이 대통령에 대한 ‘압박’과 ‘거부’를 넘어 ‘제거’ 수준까지 가느냐 하는 점. 현재 ‘친청-친명’ 파묘 경쟁이 본격화.

적통 대 뉴이재명: 유시민은 신·구 세력 간 ‘이익교환’ 시효 만료 판단에 따라, 민주당의 적통이 당권을 가져야 한다는 신념으로 대통령을 공격. 전대 앞둔 ‘문조털래유 대 뉴이재명’ 충돌 및 공천권 노린 사생결단 불가피.

허민 전임기자
허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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