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권 논설위원
비정상적 상황이 계속되면 어느 조직이든, 사회든 4단계를 거쳐 완전 붕괴한다고 한다. ‘냄비 속 개구리 증후군’ ‘스위스 치즈 모델’ 등으로 불린다. 처음에는 비정상적 변화에 무감각해지고, 이어 “원래 그런 것”이라고 당연하게 받아들인다(감각 마비). 이에 무력감을 느낀 합리적인 사람들이 떠나고, 그 자리를 기회주의자들이 차지한다(자원 고갈). 뒤늦게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만 땜질식 처방에 그쳐 에너지만 소비(회복 탄력성 상실)하다 ‘서서히, 그러다 갑자기’ 파국적 붕괴(비참한 최후)를 맞는다는 것이다. 1986년 미국 챌린저호 우주왕복선 폭발 사고가 연구의 계기가 됐고, 미국 엔론(Enron) 사태(2001년)와 한국의 외환위기(1997년)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집권 2년 국정 청사진을 발표하며 “사회 곳곳의 ‘비정상의 정상화’를 더욱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의지가 무색하게 ‘비정상의 정상화’보다 ‘비정상의 일상화’가 더 감지된다. 정치 분야가 특히 그렇다.
한성숙 국무총리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가 증인이나 참고인 한 명 없이 이틀간 진행됐다. 2000년 국무총리 인사청문회 도입 이후 증인·참고인 없이 진행된 것이 지난해 김민석 총리 이후 두 번째이니 앞으로도 안 그럴 거라는 보장이 없다. 증인·참고인 ‘0’명인 장관 인사청문회도 현 정부 들어 급증했다. 야당도 ‘그러려니’ 체념하는 분위기다. 선거 패배에 책임지지 않으려는 당 대표도 정상은 아니다. ‘N% 성과급’ 문제도 정부가 뒤늦게 이사회와 주주총회 등 내부 통제 절차를 의무화하려는 것을 보니, 비정상이다. 집권 2년 차에 접어든 여당에서 당원들이 차기 당 대표 자리를 놓고 대통령파와 전직 당 대표파로 갈라져 볼썽사납게 싸우는 것도 요지경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2023년 취임 1년을 맞아 “지난 1년은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한 시간이었다”고 했다. 그렇지만 1년 7개월 후 최악의 비정상인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파국적 종말을 맞았다. 권력의 잣대로 정상, 비정상을 나누는 것 자체가 비정상이다. 갈수록 비정상이 정상이 되고, 정상이 비정상이 되는 거꾸로 세상이 일상화할 것 같아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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