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균 전남대 행정학과 교수

오늘 전국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새 임기가 시작됐다. 이제 선거의 언어를 행정의 언어로 바꿔야 한다. 화려했던 약속은 구체적인 정책이 돼야 하며, 광장의 외침은 예산·조직·성과로 입증해야 한다. 앞으로 4년은 출범 직후의 선택에서 상당 부분 좌우된다. 조직과 예산을 살피고 얽힌 현안을 파악하며, 공약을 실제 행정 과제로 바꾸는 일이 곧바로 시작된다. 선거 때 제시한 약속도 행정의 현실 속에서 우선순위와 실행 가능성을 따져 다시 정렬해야 한다.

지방행정의 현장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개발과 환경, 성장과 복지가 충돌하고, 중앙정부의 정책이 지역 현실과 어긋나기도 한다. 그러므로 단체장은 단순한 조직 관리자가 돼서는 안 된다. 복잡한 바다를 헤쳐 나가는 전략적 항해자가 돼야 한다. 새 단체장이 기준점으로 삼아야 할 3가지 핵심이 있다.

첫째, 올바른 방향타를 잡아야 한다. 무엇을 위해 행정을 하는지 목표가 분명해야 한다. 정책이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지역 간 불균형을 줄이는지 살펴봐야 한다. 청년과 노인, 도심과 농촌을 골고루 챙기며, 개발사업은 환경과 미래 세대의 부담까지 따져봐야 한다. 인사와 계약의 투명성은 필수다. 행정의 혜택이 목소리 큰 집단에만 쏠리지 않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살아가는 소외된 이웃에게 가닿도록 세심하게 배려해야 한다. 최우선 기준은 표(票)를 의식한 눈앞의 인기가 아닌,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보편적 공공성이다.

둘째, 소통과 협력으로 함께 노를 저어 가야 한다. 지방행정은 단체장 혼자서 끌고 갈 수 없다. 주민·지방의회·공무원·시민사회가 한 팀이 돼야 한다. 주민참여예산은 실제 예산 결정의 통로로 쓰이고, 갈등 사업은 대화와 타협의 공론장을 열어야 한다. 단순히 의견을 듣는 시늉에 그치지 않고, 권한을 기꺼이 나누며 이견을 하나로 모아내는 성숙한 조정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주민은 수동적인 행정 대상이나 단순한 민원인이 아닌, 지역 정책을 함께 설계하고 책임지는 든든한 동반자다.

셋째, 튼튼한 배를 만드는 기본기를 키워야 한다. 눈에 띄는 화려한 성과보다, 단체장 임기가 끝난 뒤에도 제대로 작동하는 시스템화가 중요하다. 재난재해에 대비하는 안전망, 인구 감소에 맞설 지역경제 전략,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점검해야 한다. 다가올 기후변화와 산업구조의 급격한 변화 앞에서도 지역사회가 흔들리지 않고 적응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단단히 다져야 한다. 실패에서 교훈을 얻어 제도를 유연하게 고치는 힘이 곧 지역의 회복 탄력성이다.

단체장은 이 3가지를 따로 떼어놓고 봐서는 안 된다. 공공성만 외치고 실행력이 없으면 행정은 멈추고, 협치(協治)만 강조하며 책임을 미루면 갈등만 커진다. 반대로 시스템만 앞세우면 행정은 차가워진다. 핵심은 목표와 협력, 그리고 제도의 균형이다.

출범 초기의 시간은 길지 않다. 산더미 같은 공약을 점검할 때 ‘모두에게 이로운가, 주민과 함께하는가, 미래를 대비하는가’ 이 3가지 기준으로 봐야 한다. 답하지 못하는 공약은 과감히 다듬어야 한다. 4년 뒤 임기가 끝날 때면 주민들은 지역이 더 공정하고 안전해졌는지 물을 것이다. 새 지자체장의 성공은 흔들림 없는 전략적 리더십에 달렸다.

김호균 전남대 행정학과 교수
김호균 전남대 행정학과 교수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