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남 논설위원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개헌 논의가 다시 본격화한 시기는 노무현 정부 때였다. 노태우·김영삼·김대중 정부를 거치며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가 드러나면서 개헌 필요성이 제기됐다. 노 전 대통령은 임기 말인 2007년 1월 대통령 임기를 5년 단임에서 4년 연임제로 변경하는 ‘원포인트’ 개헌을 제안했다. 단임제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순수한 의도임을 강조했으나 야당은 레임덕에 빠진 대통령의 승부수로 보고 거절했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도 권력구조 개편과 선거구제·행정구역 개편 등 개헌 논의가 있었지만, 성과는 없었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사태를 거치며 대통령의 권한을 약화시켜 책임정치를 구현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집권 초인 2018년 4년 연임제와 국민 기본권 확대, 지방분권 강화 등을 담은 개헌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당시 야당들은 국회 합의안이 우선돼야 한다며 본회의 표결에 불참했다. 2년 뒤 국민개헌 발안제 원포인트 개헌이 다시 추진됐으나 역시 야당 불참으로 표결 불성립됐다.
이재명 정부 들어 지방선거를 앞둔 지난 5월 또다시 원포인트 개헌이 추진됐다.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 계엄 요건과 지방분권 강화 등을 담았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졸속 처리 반대, 권력구조 개편 등 종합적 개헌 논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결국, 투표 불성립으로 개헌안이 폐기됐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계기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전면 개편 논의가 확산하자 더불어민주당은 이번에도 원포인트 개헌을 들고나왔다. 선관위에 대한 외부 감시가 미흡해서 생긴 문제라며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에 선관위를 포함하는 개헌을 하자고 했다. 하지만 대통령 소속 감사원이 독립기관인 선관위를 감찰하는 것은 견제와 균형 원칙에 위배된다는 논란을 피할 수 없다.
원포인트 개헌도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과 국민투표라는 엄격한 절차를 거쳐야 해 여야 합의가 되지 않으면 사실상 불가능하다. 민주당은 과거 사례에서 충분히 배울 수 있는데도 너무 쉽게 개헌을 말한다. 차제에 여야 개헌특위를 재가동해 그동안 제기된 개헌안을 놓고 진지한 논의와 숙고를 거쳐 국민적 공감대와 합의 아래 추진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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