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둘째 주에 평생 처음으로 임플란트를 심었다. 임플란트 잘하기로 유명한 한국에서 할까도 생각했었지만, 이미 잡힌 한국에서의 일정이 빡빡해 출국 열흘 전에 미국에서 시술을 받았다. 처음 사흘 동안 엄청나게 아팠고, 예민한 상태로 서울행 비행기를 탔다.
음식도 주의할 부분이 꽤 있고, 술도 조심하라고 해서 한국에 도착해서 먹는 게 신경이 쓰였다. 한쪽으로만 씹어야 했고, 딱딱하거나 찰진 음식도 조심해야 했다. 잇몸에 자극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맵거나 뜨거운 것은 금물이고, 술은 아예 멀리해야 했다. 먹을 수 있는 게 확 줄어 처음에는 당황했는데, 불편한 상황을 경험하는 기회로 삼아 보자고 마음을 바꿨다. 단지 음식에 대해 배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가면서 인생 공부까지 하게 되었다.
방한하기 전, 임플란트 시술을 한 뒤에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는 한국 음식에 대해 알아봤다. 예전에는 먹고 싶은 걸 찾았는데, 이번에는 인공지능(AI)에 내 치아 상태를 설명하고 적절한 음식을 추천해 달라고 했다.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죽(粥)을 제안하기도 했지만, 미처 생각지 못한 답도 나왔다. 예를 들면 단백질 섭취를 위해 생선구이가 다른 고기보다 좋다거나, 일반 배추김치보다 오이김치가 먹기가 쉽다거나, 콩나물이 먹기 편하다거나, 된장찌개가 매운 경우가 있으니 주문하기 전에 확인하라는 내용도 있었다. AI는 이 밖에도 다 기억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정보를 주었다.
한국에 오면 식당을 가리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먹을 수 있는 곳을 찾아야 했기에 생각지 못한 음식도 먹을 일이 많았다. 매생이 만두둣국을 먹어봤고, 부드러운 미역면도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맛있게 먹었다. 직접 국수를 만드는 막국수 집을 발견한 뒤 무척 더운 날 난생처음으로 물막국수를 먹으면서 행복을 느꼈다.
인생 공부도 했다. 음식을 조심해야 해서 누군가와 식사를 할 때마다 뭘 먹을지를 놓고 매번 내 사정을 설명해야 했다. 임플란트 보급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한국이니 설명이 어렵지는 않을 거라고 예상했지만, 막상 약속 장소를 정할 때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어느 정도 연세가 드신 분들은 대개 임플란트를 이미 경험해서 내 입장을 이해해줬는데도 불편했다. 일로 만난 분들은 물론 친한 사이라도 그랬다.
내 마음이 왜 이렇게 불편한가 하고 생각하다가 그 답을 찾았다. 나는 눈빛으로 통하는 이심전심의 순간을 좋아한다. 그런데 내 사정으로 먹는 것에 제약을 받아야 한다는 것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을 하자니 자연스러운 소통이 거의 불가능하고, 분위기도 조금은 건조해지는 것 같았다. 상대방의 입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무조건 내 사정에 맞추자고 하는 것 같아 민망하고 불편하기까지 했다.
다른 불편도 있었다. 상황을 짧게 설명하고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고 싶은데, 뭘 먹을지를 두고 토론 수준으로까지 이야기가 늘어질 때도 있었다. 경험자들이 자세히 설명하면서 여러 선택지에 대해 길게 얘기하는 것도 듣기가 불편했다. 신경을 쓰고 배려를 해주는 것이 물론 고맙긴 하지만, 임플란트를 둘러싼 토론을 뭘 먹을지를 정할 때마다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임플란트 시술을 받았다는 사실이 부끄럽지는 않았다. 행여 누군가 내가 평소에 치아 관리를 잘못했다고 여길까 봐 걱정하지도 않았다. 뭘 먹을지, 어디에서 만날지를 정할 때마다 나의 상황에 대해 설명하는 건 부담스럽지만, 대화의 주제로 삼는 건 불편하지 않았다. 오히려 내 쪽에서 먼저 묻기도 했다. 아직 임플란트를 안 한 사람, 하고 싶지 않다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절반 이상은 이미 경험들이 있었다. 건강 관련 주제라 조심스럽게 물었는데도 대개는 흔쾌히 경험담을 말해줘서 회복할 때까지 큰 도움을 받았다. 초기 단계를 지난 지금은 그 조언들 덕분에 안정적으로 지낼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한국에 와서 임플란트에 관해 대화를 하면서 지금까지 느끼지 못한 즐거움 하나를 얻었다. 주위 사람과 환경으로부터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점이다. 나는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라지 않아서 한국 사회와 생활 전반에 대한 이해가 일천하다. 이는 분석 대상으로서 ‘한국’ 또는 ‘한국 사회’에 대한 이해라기보다는 일상생활에 필요한 배경 지식과 감각에 관한 이야기다. 공부를 해서 얻을 수 있는 ‘지식’이라기보다 살아가면서 얻는 ‘생활의 지혜’이다.
그래서인지 한국을 찾을 때마다 사람을 만나거나 혼자 걸으면서 많이 배우고 또 그때마다 조금씩 성장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상대방으로부터 뭐라도 배울 수 있기에 무의식적으로 대화에 더 집중하게 되고 소통 또한 깊어진다. 그렇게 생각을 바꾸었더니 한국에 올 때마다 다른 사람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부분들이 구속 아닌 성장의 기회로 여겨졌다.
임플란트 시술로 인해 세상을 보는 눈 역시 고정된 시각이 아니라,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마음의 자세가 중요하다는 것을 피부로 느꼈다. 음식의 제약은 오히려 음식을 새로 배우는 기회가 되었고, 임플란트에 관한 대화를 하면서 꺼리던 마음을 내려놓으니 위로와 배움의 기회가 되었다. 평생 처음 경험한 이 ‘불편한 시절’을 한국에서 보낼 수 있게 되어 차라리 다행이라고까지 생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