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동 논설위원
공소취소처럼 쉽지 않은 법률용어인 촉법(觸法)소년도 유행어가 됐다. 형사미성년자인 14세 미만 중학생이 중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고 최대 2년의 소년원 송치로 끝나는 상황이 부조리하다는 비판 여론에 기대 드라마가, 영화가 유행하면서인데, 최근 정치권이 가세했다. 유시민 씨가 얼마 전 정민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부의장을 ‘촉법평론가’라고 했다.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출연해 이재명 대통령이 중도 노선의 국정 기조를 폈다고 비판하면서, 2001년생인 친명 스피커 정 부의장을 겨냥, “이 대통령은 철거 용역 등을 동원해 다 허물고 재건축을 하려고 했던 것 같다. 그중에는 촉법평론가들이 있다”고 했다. 24년 6개월 된 정 부의장을 지적 미숙아에 빗댄 것이다.
반대쪽에선 67세인 유 씨의 22년 전 “30, 40대에 훌륭한 인격체였을지라도, 20년이 지나면 뇌세포가 변해 전혀 다른 인격체가 된다”는 발언을 소환해 “60세가 넘으면 뇌가 썩는다더니 정작 그 나이가 되자 나이로 깔아뭉개냐”고 맞받았다. ‘촉새노인’ ‘촉법노인’ 표현도 등장했다.
촉법소년은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형사미성년자로, 형사처분 대신 소년법에 의한 보호처분을 받는다. 형법 제9조는 ‘14세가 되지 아니한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이들은 형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하더라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고, 가정법원이 소년원으로 보내거나 보호관찰을 받게 하는 등 ‘보호처분’을 할 수 있다. 소년범은 범법소년(10세 미만), 촉법소년, 범죄소년(14세 이상∼19세 미만) 등으로 구분된다. 10세 미만의 범법소년은 일체의 법적 처벌을 받지 않는다.
정부가 최근 촉법소년 연령 기준을 살인·강간·강도·집단폭행 등 중대범죄에 한해 만 13세 미만으로 한 살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다 민변 등 진보 성향 단체마저 반대하는 역풍을 맞고 보류했다. 범죄의 종류에 따라 형사책임 최저 연령을 달리 적용하는 입법례가 전 세계에 없고, 형사 사법 기본원칙에도 어긋나기 때문이다. 물론 소년 범죄가 흉포화하고, 범죄 연령도 하향 추세여서 엄벌 여론이 높지만, 전체적으로 한 살을 내리는 게 아니라 ‘중대범죄 조건부 하향’이라는 편의주의적 발상이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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