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선화 변호사, 전 대검찰청 형사기획관
“야, 니들 뭐야?” “촉법인데요? 14살!” 자동차를 뺏어 여학생을 강제로 태우고 무면허로 질주하다 붙잡히자, 촉법소년이라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고 뻔뻔하게 비웃는 아이들. 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는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의 한 장면이다. 온갖 악행을 저지르면서도 형사미성년자라는 방패 뒤에 숨는 극 중 소년들의 모습은, 현행 소년사법 체계에 대한 대중의 불만과 분노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결국, 가상 기관인 교권보호국이 행정지도라는 비현실적이고 물리적인 수단으로 단죄하는 장면은 시청자들에게 묘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허구적 설정이지만, 이 드라마가 폭발적인 반향을 일으킨다는 사실 자체가 현실의 소년사법 시스템이 국민 눈에 얼마나 무력하게 비치는지를 잘 말해준다. 최근 성평등가족부가 촉법소년 연령 하향 권고안의 국무회의 보고를 미룬 것은 이러한 대중적 분노 속에서도 고심한 신중한 결정이다. 연령 기준을 만 14세에서 13세로 낮추는 것은 눈에 보이는 가시적인 조치일 수 있지만, 소년범죄 억제 효과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진단이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는 극적 장치로서의 통쾌함과 실제 정책으로서의 타당성을 냉정하게 구분해야 한다. 드라마가 보여주는 것은 처벌의 공백에 대한 대중의 분노이지, 단순히 처벌 연령을 낮추는 것이 현실의 해법이라는 증거는 아니다.
검사 시절, 몇 년간 소년 전담 업무를 수행하면서 수없이 많은 청소년을 검사실로 불러 훈계하고 반성문을 쓰게 했다. 때로는 어린 나이 피의자들의 범죄의 흉포함에 분노하며 직접 구속하기도 했다. 대검찰청에서 소년 담당 과장과 기획관으로 두 차례 근무하며 촉법소년 논쟁에도 직접 관여해 왔다. 소년 사법행정의 실무자로 근무하며 절감한 것은 문제의 본질이 연령 숫자가 아니라 시스템의 부실에 있다는 점이다.
청소년들에게 유해한 콘텐츠가 넘쳐나고 가정이 해체되는 환경에서 청소년이 범죄에 빠져들 유인은 너무나 많다. 그런 가운데 범죄가 발생해 소년보호처분이 내려지더라도 보호관찰관은 과중한 사건 부담으로 밀착 관리가 불가능하고, 소년원은 낡고 오래된 시설과 시대에 뒤처진 프로그램으로 교화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 보호관찰 인력 확충, 소년원 시설 개선, 위기 청소년을 위해 학교와 지역사회가 함께 개입하는 촘촘한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는 일이야말로 지금 이 시점에 가장 시급한 과제다.
특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피해자 보호의 공백이다. 사건이 소년부로 송치되는 순간 피해자의 이익을 대변해 온 검사는 절차에서 완전히 배제되고, 보호처분 심리 과정에서 피해자의 목소리는 묻히기 일쑤다. 이 공백을 메우는 길은 처벌 연령 하향이 아니라, 검사가 심리 과정에서 의견을 밝히고 피해자의 권리와 피해 회복 상황을 소년보호 절차 곳곳에서 환기시키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처벌 연령을 손질하지 않고도 피해자 보호의 실효성을 한층 높일 수 있다.
사회 전체가 청소년의 건전한 성장을 도와 범죄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예방 시스템, 범죄가 발생했을 때 보호관찰과 소년원을 통해 국가와 사회가 청소년을 실질적으로 교화할 수 있는 시스템, 그리고 소년범에 의한 피해자도 절차 안에서 충분히 보호받을 수 있는 시스템. 이 세 가지 시스템을 정비하는 논의가 촉법소년 연령 하향 논의에 앞서 이뤄져야 한다. 더디지만, 그것이 정직한 해법이다.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