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아오르는 ‘냉각 기술’ 경쟁
공기냉각 한계에 액체냉각 대세
美 버티브·佛 슈나이더 주도권
日후지전기, 전력 85% 줄이고
中화웨이 ‘올인원 냉각’ 전면에
LG도 냉각용량 2배 장치 공개
글로벌 인공지능(AI) 산업이 본격적인 ‘발열과의 전쟁’에 돌입했다. 챗GPT·제미나이 등 거대언어모델(LLM) 성능 경쟁을 넘어, 이제는 핵심 하드웨어 인프라인 AI 데이터센터(AIDC)의 효율을 좌우하는 냉각 기술로 전선이 이동하는 모습이다. 특히 기존의 공기 냉각(공랭식) 방식이 한계에 도달하면서 물이나 특수냉매를 쓰는 액체 냉각(수랭식·액침냉각) 시장을 선점하려는 글로벌 기업들의 경쟁도 한층 달아오르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데이터센터 냉각 시장은 미국의 버티브와 프랑스의 슈나이더 일렉트릭 등 기존 강자들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 과거 일반 데이터센터의 서버 랙 전력 밀도는 랙당 5∼15킬로와트(㎾) 수준에 불과해 대형 에어컨과 팬을 동원한 공랭식으로도 충분히 제어가 가능했다. 하지만 엔비디아 블랙웰 등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밀집한 AI 서버 랙은 전력 밀도가 랙당 50㎾에서 최대 100∼200㎾까지 폭증한다. 초고속으로 찬 바람을 불어넣어도 칩이 내뿜는 열기를 감당할 수 없는 구조다.
이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곳은 AI 후발주자였던 일본의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계다. 수십 년간 가전과 산업용 기기에서 축적한 독보적인 열제어·모터 기술을 AI 인프라에 맞춤형으로 이식, 글로벌 공급망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후지전기는 냉각 전력 소비를 기존 대비 최대 85%나 줄인 ‘배출기 칠러’를 선보였다. 전력 소모가 극심한 압축기 대신 운동 에너지를 활용해 압력과 유량을 제어하는 파격적인 메커니즘이다. 모터 강자인 니덱은 액체 냉각의 핵심 역할을 하는 냉각수분배장치(CDU) 시장에 사활을 걸었다. 태국 거점을 중심으로 대형 CDU 양산에 돌입해 이미 누적 출하량 1만 대를 돌파했으며, 미국의 슈퍼마이크로컴퓨터와 중국 레노버 등 글로벌 핵심 AI 서버 기업들을 파트너로 확보했다. 미쓰비시중공업 역시 기체와 액체 냉매를 동시에 순환시켜 열을 흡수하는 고난도 ‘2상 직접 칩 냉각’ 시스템을 상용화했다.
미·중 갈등 속 독자적인 AI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중국의 행보도 위협적이다. 화웨이는 자사 AI 가속기인 ‘어센드’ 클러스터에 최적화된 올인원 액체 냉각 솔루션을 전면에 내세웠다. 단순 서버 냉각을 넘어 칩 내부 발열부터 외부 환경 제어까지 전체 열 흐름을 유기적으로 통제하는 ‘수직 통합형 설계’가 강점이다.
국내 기업들도 검증된 제조 기술력을 바탕으로 영토를 넓히고 있다. LG전자는 최근 미국에서 열린 ‘데이터센터월드(DCW) 2026’에 참가해 냉각 용량을 기존 650㎾에서 1.4메가와트(㎿)로 두 배 이상으로 키운 하이퍼스케일용 차세대 CDU를 공개했다. 가상 센서 알고리즘과 고효율 인버터 펌프를 결합해 일부 센서가 고장 나더라도 중단 없이 계통을 작동시키는 안정성이 특징이다. 아울러 미국의 액침냉각 전문 기업 GRC, SK엔무브와 삼각 동맹을 맺고 서버를 특수 절연유에 직접 담그는 차세대 액침냉각 탱크 솔루션까지 포트폴리오를 확장했다. 이 밖에도 GS칼텍스·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기업들도 데이터센터 전용 액침냉각유를 차세대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상용화 속도전에 나섰다.
결국 차세대 AI 기술 패권은 반도체 미세공정 경쟁을 넘어, 막대한 에너지를 통제하는 인프라의 ‘통합 설계 역량’에서 갈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미·중 독주 체제 속에서 한국이 주도권을 잃지 않으려면 하드웨어 제조 경쟁력을 기반으로 독자적인 열관리 원천 기술을 다각도로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AI 성능의 한계는 칩 설계가 아니라 칩이 뿜어내는 열을 통제하는 냉각 인프라가 결정하는 시대”라며 “AI 인프라의 전력 효율을 낮추는 기업이 차세대 시장을 이끌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호준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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