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인 비야디(BYD)가 이달부터 우리나라 정부·지방자치단체가 지급하는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수 없게 됐다.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사업자 평가에서 BYD가 탈락하며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앞세워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선 BYD의 공세가 주춤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안전 문제 등으로 첫 시정조치(리콜) 대상에 포함되면서 악재가 겹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6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올해 처음 실시한 ‘전기차 보급 사업 수행자 선정 평가’에 참여한 35개 업체 중 27개 업체를 보조금 지원 대상으로 선정했다. 전기 승용차에서는 현대자동차와 기아, KG모빌리티(KGM), 미국 테슬라 등 10개 업체가 포함됐다. 전기 화물차에는 현대차, 기아, 범한자동차 등 9개 업체가, 승합차에는 현대차, 우진산전 등 8개 업체가 선정됐다. 탈락한 8개 기업 중에서 지난달 말 기준으로 보조금 대상이었다가 제외된 곳은 BYD가 유일하다. 기후부는 올해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 심사 과정에서 국내 전기차 생태계 기여도, 사후관리(AS) 역량 등을 평가 기준으로 반영했는데, BYD는 이 같은 항목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BYD는 그동안 소형 전기 SUV인 ‘아토3’, 중형 세단 ‘씰’, 중형 SUV ‘씨라이언7’, 소형 해치백 ‘돌핀’ 등 6개 차종이 전기차 보조금 지원 대상이었다. 예를 들어, 판매 가격이 3990만 원부터 시작하는 씰은 국고 보조금 169만 원, 4490만 원인 씨라이언7은 152만 원을 지원받았다. 다만, 앞으로는 이 같은 국고 보조금을 받을 수 없게 된다. BYD코리아는 “전기차 보조금 제도와 관련한 정부의 정책 결정을 존중한다”며 “전기차 보급 활성화는 정부와 업계가 함께 달성해 가야 할 과제인 만큼 당국의 정책 목표 달성과 업계의 발전, 소비자 권익 증진을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보조금 조치는 1년간 시행되며 내년 상반기 재평가를 통해 보급사업 수행자를 다시 선정한다.
BYD는 지난해 4월 14일 이용자를 대상으로 첫 정식 인도를 시작한 이후 11개월 만인 올해 3월 국내 누적 판매량 1만75대를 기록했다. 수입차 브랜드 중에서는 최단 기간 1만 대를 돌파했다. BYD는 지난해 1월 승용 브랜드 출범 이후 한국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왔다. 최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6 부산모빌리티쇼’에서는 독자 하이브리드 듀얼모드 인텔리전트(DM-i) 기술이 적용된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량(PHEV) ‘씨라이언6 DM-i’(사진)를 공개했다. BYD는 3750만 원인 씨라이언6를 선보이며 저가 공세를 이어나갈 태세를 보였지만, 정부의 보조금 중단으로 하반기 판매·영업 전략에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BYD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리콜 부담도 떠안게 됐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BYD코리아,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스텔란티스코리아,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현대자동차, 볼보자동차코리아가 제작·수입·판매한 38개 차종 14만6505대에서 제작 결함이 확인돼 자발적 시정 조치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BYD는 씨라이언7, 아토3, 돌핀, 씰 등 6개 차종 1만8091대에서 리콜을 진행하고 있다. 해당 차량들은 좌석 안전띠 미착용 경고가 다른 알림으로 뜨는 경우 가려져 보이지 않는 현상이 나타나 ‘안전기준 부적합’ 판단을 받았다. BYD와 같은 중국 브랜드 차량이 리콜에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 관계자는 “화재 등 전기차 안전에 민감한 한국 소비자들의 특성으로 볼 때 이번 리콜은 BYD의 품질 관리 역량, 브랜드 신뢰도 및 안전성을 검증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정부의 보조금 정책이 국내 진출을 앞둔 다른 중국 브랜드의 전략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리자동차그룹 산하 프리미엄 전동화 브랜드인 지커는 지난해 12월 국내 판매·서비스를 담당할 파트너사와의 딜러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달 초에는 프리미엄 중형 전기 SUV ‘7X’를 국내에 공식 선보이며 한국 시장 진출을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