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장(소지섭)은 홀로 딸을 키우기 위해 전직 특수요원의 신분을 숨기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또 한 명의 ‘김부장’이 ‘마(魔)의 시청률’이 불리는 20%를 돌파하며 방송가를 들썩이게 만들고 있다. 지난해 말 방송된 ‘김부장’(JTBC)이 서울 자가에 살며 대기업을 다니는 현실적 힘을 가진 반면, 지난달 26일 처음으로 방송된 SBS ‘김부장’은 홀로 딸을 키우는 가난한 회사원일지언정 불의에 맞서 가족을 지킬 힘을 가진 전직 블랙요원이다.
실종된 딸을 찾기 위해 본모습을 드러내고 사적 복수를 강행하는 강한 아버지의 이야기는 불과 2회 만에 2026년 방송된 드라마 최고 시청률(15.7%)을 기록했고, 4회 만에 21.6%까지 수치를 끌어올렸다.
배우 소지섭이 주연을 맡은 ‘김부장’의 이야기 구조는 간단하다. 북한 침투조로 활약했던 1급 살인병기 김부장(소지섭)은 은퇴 후 홀로 딸을 키우며 산다. ‘홀아비의 딸’이라는 이유로 놀림을 받고 학교폭력에 시달리던 민지(서수민)가 실종되자 김부장은 직접 딸을 찾으며 가해자들을 무참히 응징하기 시작한다.
이는 영화 ‘테이큰’이나 ‘아저씨’의 틀과 비슷하다. 하지만 ‘김부장’은 주인공이 북한군 출신 남한 블랙요원이라는 설정을 통해 한국적 색채를 강화하는 동시에 ‘부성애’라는 거부할 수 없는 감정을 적극 활용한다.
돈과 권력을 쥔 부모를 둔 학폭 가해자들에게 딸이 피해를 당했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신분과 위치가 드러나는 것을 우려해 가해 학생과 부모 앞에 무릎을 꿇는 김부장의 모습은 애처롭다. 그렇게까지 해서라도 지키고 싶었던 딸이 사라진 후 자책에 빠진 김부장의 분노는 시청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멋진 신세계’(11.8%)의 배턴을 이어받은 ‘김부장’은 1회, 전국 시청률 9.5%(닐슨코리아 기준)로 출발선을 끊었고 2회 만에 15.7%를 기록했다. 2026년 톱3였던 MBC ‘21세기 대군부인’(13.8%), SBS ‘판사 이한영’(13.6%), tvN ‘언더커버 미쓰홍’(13.1%)을 가뿐히 뛰어넘었다. 이제 다음 타깃은 2020년대 최고 성적을 거둔 ‘눈물의 여왕’(24.9%)과 ‘재벌집 막내아들’(26.9%)이다.
북한 최고 요원 박영광(옥택연)의 모습.
‘김부장’의 인기 돌풍은 넷플릭스 ‘참교육’의 성공과 맞닿아 있다. 교권 추락과 회복을 그린 ‘참교육’은 악성 민원을 퍼붓는 학부모, 비리 교사, 학교 폭력 가해자들을 응징하는 이야기로 절대적 지지를 얻었다. 사회적 공분이 일어나는 현실적 사건에, 교권보호국 감독권이라는 판타지를 덧대 일명 ‘사이다’(사이다를 마신 듯 속이 뻥 뚫리는 전개) 같은 쾌감을 선사했다.
‘김부장’ 역시 이 공식을 충실히 밟는다. 무력으로 피해를 주고 공포 상황을 조성하는 가해자들을 더 큰 무력으로 제압하며 “살려주세요” “잘못했어요”라고 반성하게 만든다. 그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얕은 꾀로 태세를 전환하는 가해자들을 용서하기보다는 ‘참교육’시키는 김부장의 모습은 공감과 지지를 받는다. “우리는 법이랑 아무 상관이 없다. 미성년자라서”라고 빈정대는 가해자에게 김부장이 “촉법소년? 표현 좋네. 그럼 나는 무법중년 해야겠다”고 답하는 장면은 이 드라마의 백미로 꼽힌다.
배우들의 호연도 ‘김부장’의 성공 요인이다. 앞서 넷플릭스 ‘광장’, 영화 ‘영화는 영화다’‘회사원’ 등에서 고난도 액션 연기를 선보였던 소지섭은 “‘광장’은 죽음을 불사하고 불나방처럼 불에 뛰어들지만, ‘김부장’은 딸과 살고 싶어서 처절하게 싸운다. 액션의 결이 다르다”고 차별점을 설명했다.
‘아빠 어벤져스’라 불리는 주인공 3총사.
여기에 김부장의 특수요원 출신 동료로 등장하는 윤경호, 최대훈의 코믹 연기는 ‘김부장’에 웃음 포인트를 찍으며 긴장도 높은 작품에 숨통을 틔운다. 연출을 맡은 이승영 감독은 ‘테이큰’과 유사하다는 반응에 “딸을 찾는 아빠의 추적극이라는 ‘테이큰’의 장점은 고스란히 있고, 동시에 ‘테이큰’엔 없는 생동감 넘치는 주변 인물들이 있다”고 말했다.
‘김부장’은 ‘모범택시’ ‘열혈사제’ ‘빈센조’ 등 공권력으로 처벌하지 못하는 이들에 대한 사적 제재 및 복수를 다룬 작품들의 연장선상에 있다. 현실의 부조리를 다뤘다지만, 그 해결 방법은 결국 판타지일 수밖에 없다.
이 감독은 “‘김부장’은 사이다 복수극이라기보다는 권선징악, 사필귀정, 고진감래”라면서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평범한 사람이 얼마나 더 강해질 수 있는가에 초점을 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