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훈 논설위원

정부가 발표한 ‘3대 메가프로젝트’를 놓고 인프라 부족에 대한 우려가 일고 있는 가운데, 투자 기업의 이사회를 주목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삼성전자(2655조 원)와 SK그룹(2100조 원)이 발표한 투자 규모는 기존 계획을 포함해 총 4755조 원. 국내총생산(GDP)의 약 2배, 정부 예산의 약 6.5배에 이르는 초대형이다. 충청권 392조 원·영남권 270조 원 수준인데, 반도체 생산거점을 구축하겠다는 호남권에는 총 896조 원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광주 국민보고회에서 “‘정책 쇼’나 보여주기가 아닌, ‘진짜로 하는구나’라는 점을 꼭 보여드리고 싶다”며 “총책임을 확실히 지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의 약속이 거쳐야 하는 첫 관문은 두 기업의 이사회다. 이재용 삼성전자, 최태원 SK 회장도 “이사회 승인”을 언급했다. 그런데 곧 상장 회사의 이사회에 상당한 법적 리스크가 몰려온다. 지난해 7, 8월 더불어민주당의 주도로 잇달아 국회를 통과한 1·2차 개정 상법의 주요 조항들이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오는 23일부터 차례로 시행된다.

기존 ‘사외이사’라는 명칭부터 ‘독립이사’로 바뀐다. 이사회의 독립적 운영과 감독 기능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의무선임 비율도 이사 총수의 4분의 1에서 3분의 1 이상으로 늘어나고, 자산 2조 원 이상 상장사는 과반수(3명 이상)를 독립이사로 선임해야 한다. 내년 7월 22일까지 이행하면 되지만, 그 기간 정기 주주총회는 한 차례뿐이다. 삼성전자만 해도 이사회 8명(사내 3, 사외 5) 중 사외이사 3명의 임기가 내년 3월에 끝난다. 기업으로선 제도의 취지에 맞는 추천 인사를 찾는 게 난제다. 이사회 풍경이 달라질지 시장이 주시하고 있다.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는 이미 시행 중이다. 반도체 투자와 관련해 주주의 이익에 부정적 영향이 우려될 때 충실의무 위반 여부가 쟁점이 될 수 있다. 감사위원도 2명을 별도 안건으로 분리 선출해야 한다. 게다가 집중투표제가 의무화됐고, 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3% 룰’도 시행된다. 소액주주·기관투자자·행동주의펀드가 이사 1명을 이사회에 진입시킬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봐야 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내걸고 밀어붙인 개정 상법이 호남 반도체 투자에는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

오승훈 논설위원
오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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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실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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