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8개월 만에 끝낸 3차례 상법 개정은 전광석화 같았다. 지난 6월 9일 법무부는 규제 합리화의 대표 성과라면서 상법 개정 세트를 홍보했는데, 전체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는 이사 충실의무, 집중투표제 의무화 및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자기 주식 소각 의무화로 요약된다. 대주주의 경영권을 심각한 수준으로 제약하는 개정 상법이 기업의 투자 의지를 꺾어 고용을 더욱 위축시킬 조짐이다. 우리 경제는 반도체 특수로 수출이 급증하고 외국인의 주식 매수세가 몰리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반도체·조선·자동차·철강 등은 활황이지만 불황으로 고통받는 기업도 많다.
이런 와중에 이 대통령이 ‘서남권 투자’라는 충격적인 제안을 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참여를 결단했는데, 대통령은 90도 인사로 감사를 표시했다. 사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그룹 총수이지만 각 회사의 이사는 아니다. 이번 투자 사항에 대해 회사 이사회가 사전에 심의한 흔적도 없다.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독립이사로 명칭도 바꾸고 이사회의 권한과 책임을 강화한다며 요란스럽게 상법을 뜯어고쳤지만, 실제 투자 결정은 전통 방식으로 실행됐고 대통령도 당사자로 참여했다. 사내이사는 내용 파악은 했겠지만, 독립이사는 소외된 것 같다. 전체 주주 중에는 반대도 많을 것이어서 어떻게 흘러갈지 모른다.
삼성전자는 청와대 회의 당일이던 6월 29일 자로 2026∼2040년 투자예정인 장래 사업·경영 계획을 공정공시를 통해 약 2450조 원(반도체 약 2100조 원)으로 수정해 ‘대한민국 재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공시한다고 발표했다. SK하이닉스는 약 1100조 원 예상 투자금액을 하이닉스 뉴스룸에서 발표하는 형식으로 공시했다. 반도체처럼 수명 주기가 짧은 첨단산업 투자는 신속성이 생명이다. 용수와 발전 및 기계설계 등 일련의 건설 과정에서 공기 단축은 필수다. 대주주 기업이 투자를 결정하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규제자 자세를 버리고 작업 현장으로 달려가 기업과 함께 땀 흘려야 한다.
대통령과 두 그룹 총수가 직접 나선 이번 투자 결정 방식은 사실은 기업투자의 전형이다. 독립이사가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집중투표제에 의해 대주주 의결권 제한으로 소수파를 대변하는 감사위원이 일일이 확인하는 이사회 투자 결정은 비현실적이다.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우량기업의 투자는 대주주의 결단이 핵심이다. 단기적으로 투자해 기회만 있으면 처분하려는 주주가 대주주에 대한 의결권 제한으로 지나치게 많은 의결권을 행사하는 사례도 있다.
법무부는 기업 성장과 고용에 미칠 영향을 정밀히 검토해 대주주 의결권 제한 규정의 합리성을 재평가해야 한다. 노동조합이 공장입지에 관여할 수 있도록 허용한 세칭 ‘노봉법’(개정 노동조합법 제2·3조)의 재검토도 필요하다.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서의 공장 신설에는 더 많은 협력업체가 필요한데, 이들 노조와 일일이 교섭하라는 노봉법은 공기 단축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상법과 노봉법의 과도한 규제는 대폭 개선돼야 한다. 노동법의 주 52시간 규제는 이번 서남권 투자뿐 아니라 모든 사업장에서 노사 합의에 따른 유연한 운용을 허용하는 쪽으로 개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