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민의 정치카페 - 일베몰이

 

일베몰이는 진보의 정치검열… 스벅 → 배재고 → 김부장 → 아이돌 → 이병태로 파묘 확산

권력과 결합 땐 표현의자유 침해로 비약… 李대통령 X글 신호탄으로 낙인정치 법제화

최근 한 지상파 방송의 인기 드라마 ‘김부장’의 웹툰 원작자가 ‘일베 논란’에 휩싸였다. 과거의 작품들에서 노무현과 문재인 등 진보좌파 출신 대통령들을 조롱하고 혐오하는 표현이 발견됐다는 주장이 재소환되면서다.

대부분 가짜뉴스이거나 지나치게 주관적인 해석이라는 지적에도 일베몰이는 멈출 줄 모른다. 아이돌 ‘거제소녀’도, 뉴이재명 이병태 교수도 당했다. 일베몰이가 진보좌파의 뉴노멀, 하나의 정치놀이로 자리 잡았다.

좌파의 정치놀이 된 ‘일베몰이’ “드라마·아이돌까지 당했다”ㅣ허민의 정치카페 [문화일보]

◇ ‘김부장’의 수난

친여 성향의 유튜브 채널 ‘여의도옆문래동’은 김부장 웹툰 원작자인 박태준 작가의 과거 작품을 다루며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 의혹을 제기했다. 이 유튜브가 지적한 것은 웹툰 ‘외모지상주의’의 533화 ‘부산 03’편에 등장하는 스톱워치 속 ‘5분 23초’. 주인공이 심부름 시간을 재는 장면에 등장한 숫자인데, 이게 노무현 기일인 5월 23일을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또 말풍선 뒤 건물 간판에 두 줄로 적힌 ‘rock owling’이라는 영어 단어는 노무현의 극단적 선택 장소인 ‘부엉이바위’를 연상케 한다는 지적도 했다. 유튜브 진행자들은 “이런 코드를 재미있다며 낄낄대고 그렸을 것”이라며 “일베적 사고가 깊숙이 깔려 있다”라고 비난했다.

그런데 원작을 잘 살펴보면 이 같은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owling’이라는 글자 앞에 영어 철자가 한 개 더 보인다. ‘rock owling’(부엉이바위)이 아니라 ‘rock bowling’(록 볼링장)이었다. 이 황당한 악의 정보는 가짜뉴스가 돼 들불처럼 번졌다. 박 작가의 과거 웹툰 ‘욕망일기’라는 작품 속 ‘훠훠훠’라는 단어가 문재인 당시 대통령을 조롱하는 표현이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대안사실과 가짜뉴스가 진짜 행세를 하며 창작의 세계를 억압하는 형국이다.

논란이 확산되면서 불똥은 인기리에 방영 중인 드라마로 튀었다. “일베 논란이 있는 작가의 작품은 소비하지 않겠다”라는 시청자가 생겨나고, 시청거부나 불매운동 조짐까지 보인다.

스타벅스 ‘탱크데이’ 논란에서 나타난 극우몰이, 배재고 야구부 학생들의 ‘스벅 가야지’ 이후 표출된 이지메 문화, 그리고 드라마 원작자 파묘에 따른 일베몰이가 일파만파로 확산 중이다. 진보좌파의 놀이문화가 된 일베몰이가 가져온 사회적 광기의 한 단면이다.

◇ 정치검문

‘거제소녀’ 사례는 일베몰이 확산의 좋은 사례다. 경남 거제 출신으로 진한 사투리를 쓰는 아이돌 리센느의 원이가 한 영상에서 “무섭노”라고 말했다가 일베 논란에 휘말렸다. 일베몰이꾼들은 원이가 경상도 방언을 이용해 일베식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트집 잡았다. ‘∼노’라는 종결어미가 노무현을 조롱하는 일베의 흔적이라는 것이다.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도 언어 검열을 통한 일베몰이에 가담했다. 조국은 거제소녀의 말투가 영남 사투리 아닌 일베식 표현이라며, 구별법이 담긴 표를 SNS에 올렸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자신의 SNS에 ‘일베 드립 콘텐츠 알고리즘’ 도식을 공유했다.

일베몰이가 공직 사퇴 압박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발생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보수 픽’으로 총리급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으로 발탁됐던 이병태 교수 사례다. 배재고 야구부 학생들의 ‘스벅 가야지’ 발언과 이에 대한 과도한 제재를 놓고 “5·18이 성역이냐”고 했다가 청와대가 압박하고 나서자 결국 사퇴했다. 일베몰이가 단순한 온라인 논박을 넘어 공직·인사에 대한 실질적인 배제 압박으로 작동하는 것을 보여준다.

일베몰이는 진보좌파 진영의 정치적 반사신경으로 자리 잡았다. 상대 발언에 대한 반박에 앞서 ‘일베’라는 금지어를 덧씌운다. ‘김부장’ 흥행을 계기로 박 작가의 과거 작품 논란이 재소환된 것도, 거제소녀의 사투리가 일베식 말투로 몰린 것도, 이병태 교수의 ‘5·18 성역화’ 문제 제기가 사퇴로 귀결된 것도 같은 문법 위에 있다.

일베몰이는 정치적 반대자를 토론장에 세우기 전에 먼저 도덕적 출입금지 딱지를 붙이는 정치검문이다. 사실관계보다 먼저 낙인이 달리고, 맥락보다 먼저 혐오 코드가 호출된다.

◇ 권력의 가세

진보좌파 일각에서 시작된 일베몰이가 입법·행정 권력과 결합하는 순간, 문제는 단순한 정치적 조리돌림을 넘어 표현의 자유 침해로 비약한다. 대통령의 X글이 신호탄이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 5월 24일 X에 “일베처럼 조롱과 혐오를 방치하는 사이트의 폐쇄·징벌적 손해배상·과징금 등 필요한 조치를 허용하는 데 대한 공론화와 검토가 필요하다”고 썼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민주당 의원 12명이 지난 6월 4일 ‘일베 금지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대통령의 일베 규탄 열흘 뒤, 여당의 정치적 패배로 기록된 6·3 지방선거 하루 뒤의 일이었다. 도매금식 극우몰이, 표현의 자유 침해가 시작됐다.

일베몰이에 혹간 실체 있는 비판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조롱과 혐오’란 표현이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주관적이다. 좌파가 우파를 공격하기 위해 숫자나 단어, 우연한 문구 하나를 놓고 ‘일베 코드’로 단정하는 과잉 해석과 이에 따른 정치적 낙인찍기 사례가 넘쳐난다.

명예훼손, 협박, 모욕, 업무방해, 직접적 폭력 선동처럼 이미 법적으로 다룰 수 있는 영역이 존재한다. 여기에 덧대 모호한 범주를 앞세워 플랫폼 폐쇄, 콘텐츠 삭제, 인사 배제, 수사 착수로 간다면 그것은 표현이 나오기 전부터 사람을 위축시키는 ‘사전적 억제’가 된다.

표현의 자유와 관한 마그나카르타로 불리는 미국 수정헌법 제1조와 판례들은 ‘불쾌한 표현’도 보호한다. 미 연방대법원은 ‘Snyder v. Phelps’ 판례에서 이라크전 참전군인 장례식장 부근의 모욕적 피켓 시위도 공적 관심사에 관한 평화적 표현이라는 이유로 보호된다고 봤다. 설령 그것이 일종의 조롱과 혐오를 담는다 하더라도, 그건 법적 제재 아닌 ‘사상의 자유로운 공개시장’(존 밀턴)에서 다뤄져야 한다.

◇ 표현의 자유

일베몰이는 진보좌파의 정치검열이다. 이 검열은 실제 조롱과 혐오를 걸러내기도 하지만, 더 많은 경우 정치적 반대파 전체를 조롱과 혐오의 용의자로 만든다. 여기에 입법·행정권력이 가세하면 그것은 표현의 자유를 길들이는 일이 된다. 국가가 일베몰이와 결합할 때 표현의 자유는 입 밖으로 나오기도 전에 이미 마음속에서부터 위축된다.

전임기자, 행정학 박사

■ 용어 설명

‘사전적 억제’란 국가의 금지 입법 등을 통해 표현 자체가 유통되기 전에 국민 스스로 표현을 제한하도록 만드는 것. 위축효과를 통해 자기검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헌 추정을 받음.

‘Snyder v. Phelps’판례(2011)는 공적 사안에 관한 평화적 표현이면 수정헌법에 의해 보호된다는 판례. 미 연방대법원이 전사한 해병대원 장례식에서 피켓시위를 벌인 교회 측 손을 들어줌.

■ 세줄 요약

‘김부장’의 수난: TV 드라마 ‘김부장’의 웹툰 원작자가 ‘일베 논란’에 휩싸여. 과거의 작품들에서 노무현을 조롱했다는 것인데, 가짜뉴스임. “무섭노”라 말한 아이돌 거제소녀도 당해. 일베몰이가 좌파의 정치놀이가 됨.

정치검문: 이병태 교수의 공직 사퇴는 일베몰이가 온라인 논박을 넘어 공직·인사에 대한 배제 압박으로 작동한 사례. 일베몰이는 정치적 반대자를 토론장에 세우기 전에 도덕적 출입금지 딱지부터 붙이는 정치검문.

권력의 가세: 일베몰이가 입법·행정권력과 결합하면 표현의 자유 침해로 비약. 대통령의 X 글이 그 신호탄. 국가가 일베몰이에 나설 때 표현의 자유는 입 밖으로 나오기 전에 마음속에서부터 위축되는 ‘사전적 억제’로 작용.

허민 전임기자
허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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