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한국 경제는 반도체 특수로 수출이 크게 늘면서 재도약의 갈림길에 섰다. 1980년대 후반 3저 호황 때와 같이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로 올해 성장률이 예상보다 크게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시중 유동성 증가로 주가와 물가가 크게 오르고 미국의 통상 압력도 가중되고 있어 부작용 또한 우려된다.

6일 원·달러 환율은 1530원대를 기록했고, 6월 소비자물가는 3.2%로 5월의 3.1%에 이어 2개월 연속 상승세를 타고 있다. 물가상승률은 앞으로 더욱 높아질 것으로 우려된다. 지금까지는 환율과 원유가 상승으로 생산원가가 올라 물가가 높아지는 비용상승형 인플레이션이었지만, 앞으로는 수출 증대와 주가 상승으로 소비가 늘어나 물가가 높아지는 수요견인형 인플레이션이 가세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 종전으로 국제유가가 낮아져도 환율이 높아지면 수입물가가 오를 수 있다는 점에서 물가와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정책 당국은 물가 안정을 위해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동결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런 대책도 필요하다. 그러나 좀 더 효과적인 대책은 금리인상이다. 한국은행도 금리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 문제는 인상의 폭과 속도다.

시중에서는 미국과의 금리 차이를 고려해 0.25%포인트씩 총 4차례 금리인상을 전망한다. 그러나 실제로 통화 당국이 금리를 단기간에 큰 폭으로 높일 가능성은 작다. 먼저, 신현송 한은 총재가 금융 안정을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금리를 큰 폭으로 높이면 물가가 안정되고 가계대출도 줄일 수 있지만, 경기침체가 심해지면서 대출 연체율이 높아져 금융 안정을 해칠 수 있다.

또 다른 배경은, 금리인상으로 자본 유출과 환율 상승을 막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신 총재가 구축한 ‘글로벌 금융사이클’론(GFC)에 따르면, 자본 유출은 미국과의 금리 차이보다 글로벌 은행들의 위험회피 대출 행태 때문에 발생한다. 금리를 높여서 금리 차이를 줄여도 자본 유출을 막아서 환율을 안정시키긴 어렵다고 본다. 부작용이 많은 대폭의 금리인상보다는 사전적인 거시 건전성 감독 강화로 자본 유출로 인한 금융 부실 위험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금리인상 지연 가능성도 중요한 이유다.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직접적으로 경기침체를 유발하는 금리인상보다는 대차대조표 축소로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는 정책을 선호한다. 양적긴축(QT)으로 주가와 주택가격 등 금융 안정에 통화정책의 초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지연되면 한은 또한 금리인상 속도를 늦추고 폭도 줄일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보면 통화 당국은 0.25%포인트씩 한두 차례 완만한 금리인상과 거시 건전성 감독 강화를 병행하는 방법으로 물가와 환율 상승에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 고물가·고환율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뜻이다.

중국의 추격으로 반도체를 제외한 대부분의 산업 경쟁력은 약해지고 있다. 저성장 함정에 빠진 한국 경제가 반도체 특수로 재도약할 수 있을지는 물가와 환율 안정에 달렸고, 이는 금리정책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지금은 물가와 환율 안정을 위한 통화 당국의 올바른 금리정책 선택이 필요한 시기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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