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근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통과된 ‘정보통신망법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법’이 오늘 시행됐다. 문재인 정권 후반에 가짜 뉴스 척결을 명분으로 추진됐던 언론중재법 개정이 벽에 부닥치자, 정보통신망법으로 번지수를 바꿔 ‘입틀막법’이 현실화한 것이다. 이용자 보호를 위한 법을 규제 용도로 개정하는 것이 맞는가 하는 법리적 적합성도 의문이다.

어쩌면 형사적 제재보다 훨씬 위협적이면서 효과적일 수 있는 높은 수준의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고, 처벌 대상에 내용물 작성자뿐 아니라 언론사 및 플랫폼 사업자까지 포함하는 ‘세계 최강 법률(?)’이라 해도 크게 지나치지 않을 듯싶다. 무엇보다 ‘허위 정보’나 ‘고의’ 같은 주관적 개념들을 처벌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의적으로 악용될 위험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특히 더 위험한 것은, 이 법으로 인해 공권력에 대한 평가나 비판이 원천 봉쇄되는 위축효과(chilling effect)다. 공직자나 정치인들에 대한 허위 정보에 의한 명예훼손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법 개정 당시 언론사들과 많은 시민단체가 가장 크게 문제 삼았던 부분이지만, 전혀 수정되지 않고 그대로 입법·시행됐다.

1673년 징벌적 손해배상제 판결이 처음 나온 영국에서도 ‘공권력에 의한 억압적 행위’ 같은 예외적 경우에만 이를 적용한다. 징벌적 손해배상은 국가라는 권력 기구에 의해 피해를 보는 개인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정보통신망법은 반대로 국가권력이 국민과 언론사를 대상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주객전도이다.

외국에서도 이 점을 가장 심각하게 지적한다. 미국 정부는 ‘침습적 검열’(invasive censorship)이란 용어로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사설로 ‘국가가 진실 여부를 판단하는 칼자루를 쥐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 했고, AP통신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가짜 뉴스 규제법’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개정 정보통신망법은 정부나 정치권력에 대한 어떤 비판이나 의견을 표현하지 못하게 하는 자기검열(self-censoring)을 압박하게 될 가능성이 아주 크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최대 10억 원에 이르는 징벌적 손해배상은 언론사들과 온라인 플랫폼까지 위축시킬 것이다.

이미 그런 전조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 2월, 온라인 뉴스 유통 창구를 독점하고 있는 네이버는 제휴 언론사를 대상으로 뉴스 품질 관리와 이용자 보호 강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카테고리를 벗어난 기사, 협찬받아 작성된 유가 기사 등에 대해 건당 1.5점의 벌점을 주고, 2년간 10점을 초과하면 뉴스제휴위원회 의결로 즉시 퇴출시킨다는 것이다. 그 때문인지 5월 이후 정치 관련 기사가 줄었다는 얘기가 들린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는 원래 시끄러운 것’이라고 했다. 정치는 서로 다름 즉, 다양성(diversity)을 근간으로 함을 의미한다. 또, 그 누구도 진리를 전유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특정 개인이나 집단이 ‘옳고 그름’을 규정해, 옳은 것만을 표현할 수 있는 사회는 다양성이 말살된 반민주적 사회가 될 수밖에 없다. 그것은 곧 민주주의 제도의 위기를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다. 다소 소란스럽더라도 표현의 자유가 소중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황근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황근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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