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과 관련, 광주 군(軍) 공항 부지에 반도체 팹(fab) 4기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6일 발표했다. 이 대통령은 민관 합동 점검회의를 주재하면서 “국운이 걸린 총력전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오직 속도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바람직한 인식이다. 청와대는 공항 특성상 평탄화가 돼 있어 공사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공장 조성의 핵심 인프라로 꼽히는 ‘전·수·인·토’(電水人土) 4대 요소 중 당장 결정할 수 있는 부지 선정부터 실행한 셈이다.

문제는, 군 공항 이전이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군 공항은 어떤 경우에도 양보할 수 없는 국가안보의 핵심 인프라이고, 군 공항은 활주로 외에도 전투기, 탄약고, 정비시설, 방공시설, 지휘통제시설이 결합된 복합 안보 시설이다. 그리고 광주 군 공항에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는 서남권 영공을 지키는 공군 제1전투비행단이 있다. 게다가 미군 전시증원기지(COB·Contingency Operating Base)라는 사실도 매우 중요하다. 유사시 미 본토 및 주일미군 전력이 전개되는 핵심 거점이자 일본 오키나와 가데나 공군기지의 지원 기지 역할도 한다. 분명한 대안 공항이 완공되고 작동되기 전에는 포기할 수 없는 기능이다. 반도체 공장 속도전에 밀려 졸속으로 추진되면 심각한 안보 공백은 물론 동맹 갈등도 부르게 된다.

광주 군 공항 이전은 2014년 10월 당시 광주시가 국방부에 이전을 건의해 2016년 승인이 났지만, 국방부가 무안 공항 인근을 예비 이전 후보지로 정한 것은 지난 4월이다. 아직도 주민 동의 문제가 남아 있다. 전투기 소음 등을 이유로 무안군의 반대가 컸기 때문이다. “무안이 대중(對中) 전초기지가 될 순 없다”는 반발도 나온다. 국방부는 이달 말 무안 공항을 광주 군 공항 이전 후보지로 최종 선정한다고 하는데, 난관이 예상된다.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에 따른 협상도 필요하다. 미군 측이 더 좋은 시설로 이전하는 것 자체를 반대하진 않겠지만, 완벽한 조건이 갖춰지지 않은 속도전에는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대구 군 공항을 대구 군위군과 경북 의성군으로 이전해 대구경북 통합(TK) 신공항으로 조성하는 사업도 2016년 정부의 공식 부지 선정 후 10년이 흘렀지만, 비용 문제 등으로 2030년 완공도 어렵다고 한다. 전작권 전환을 둘러싼 입장 차이, 주한미군의 서해 공중 훈련과 관련된 갈등도 부담이다. 호남 지역에 반도체 공장을 밀어붙이더라도 안보 허점을 초래할 수 있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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