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극 ‘불온청춘’ 10일 개막
민주화운동가 이윤성 죽음 조명
단장 민병두 前국회의원도 출연
강제 징집과 녹화공작의 비극이 43년 만에 무대에 오른다.
극단 금잔디는 5공화국 시절 대표적 인권 침해 사건인 강제 징집과 녹화·선도공작을 정면으로 다룬 첫 연극 ‘불온청춘’을 오는 10일부터 무대에 올린다. 1983년 군에 강제 징집된 뒤 제대를 8일 앞두고 의문의 죽음을 맞은 성균관대 사학과 학생이자 민주화운동가 고(故) 이윤성 씨의 이야기가 중심에 놓인다.
극은 2026년 현재,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모여 그의 생애를 연극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을 그린다. 동료의 이름을 대야 했던 자, 도망치다 붙잡힌 자, 운 좋게 풀려난 자 등 저마다의 상처와 부끄러움을 안고 살아온 인물들이 무대에서 부딪치고 화해하며 연대의 의미를 찾아간다. 43년 전의 비극을 소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살아남은 이들이 그 상처를 어떻게 치유해 가는지 보여 주는 데 작품의 무게가 실려 있다.
작품은 성균관대 출신 민병래 작가의 책 ‘파괴된 청춘’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작·연출은 ‘이순신과 이순신’ ‘동산빌라’ ‘제물포별곡’ ‘말죽거리악극단’ ‘노온사리의 빛’ 등 다수의 화제작을 연출해 온 창작집단 곰 대표 강제권이 맡았다. 극작가이자 연출가 겸 배우로 활동해 온 그가 시민 배우들과 함께 무거운 역사적 소재를 무대 언어로 풀어냈다.
성균관대 민주동문회가 만든 극단 금잔디는 민주화운동에 헌신한 동문들의 과거와 현재를 무대화하기 위해 지난 2월 출범했다. 단장이자 배우로 출연하는 민병두 전 국회의원은 세종문화회관 시민연극교실 출신으로 이번이 다섯 번째 작품이다. 민 단장은 “이윤성의 숭고한 삶뿐 아니라 그 시절 국가 폭력에 무너질 수밖에 없었던 살아남은 이들의 부끄러움까지 나란히 무대에 세우고자 했다”며 “강제 징집, 녹화·선도공작의 진상 규명이 완전히 마무리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출연진은 민 단장을 제외하면 모두 이번이 첫 무대인 성균관대 졸업생들이다. 박종근, 전성호, 서한석 배우는 이윤성의 대학 동기이고, 박경석 배우는 대학은 물론 경기고 동창이다. 탁정헌, 권혁수 배우는 같은 사학과 동문이다. 김소현 조연출과 최원제 무대감독도 같은 대학 동문으로 이번이 첫 작업이다. 이윤성 역은 김우석 배우가 우정 출연한다.
당초 3회로 기획된 공연은 티켓 오픈 이틀 만에 전석 매진됐고, 관객 요청으로 추가 편성한 2회 공연도 하루 만에 자리가 동났다.
이윤성의 죽음은 2002년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서 민주화운동 관련 사망이자 부당한 공권력 행사로 빚어진 사망으로 인정받았고, 2005년 출범한 국방부 과거사위원회도 같은 결론을 재확인했다. 2021년 서울중앙지법은 유족이 겪은 피해에 대한 국가 배상을 판결했고, 지난해 4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도 강제 징집과 프락치 강요 등 위법한 공권력 행사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이윤성은 2003년 성균관대에서 명예졸업장을 받았다.
민 단장은 “그 시절 민주화운동을 했던 이들이 오늘의 시대를 살아가는 다양한 모습을 매년 정기공연을 통해 무대에 올릴 계획”이라며 “다양한 공동체의 삶을 다루는 시민극단이 공동체극을 많이 올리는 기폭제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공연은 오는 10일부터 12일까지 서울 대학로 공유 소극장에서 열린다.
박세영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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