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호 논설고문

그룹 리센느의 원이가 “무섭노” 한마디로 일베 논란에 휩싸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경남 거제도 사투리가 맞다. 영화 ‘친구’의 “(느그) 아부지 뭐하시노?” 대사와 마찬가지다. 극우 용어가 아니다. “와그라노(왜 그러느냐)” “머라카노(뭐라고 하느냐)”도 대표적인 의문형 경남 사투리다. 머하노(무얼 하느냐), 은제 가노(언제 가느냐) 역시 흔히 쓰인다.

경남은 산과 강, 바다로 갈라져 지역마다 사투리가 조금씩 다르다. 거제 등 해안지역이나 창녕·밀양 같은 낙동강 동쪽은 ‘쌀’을 ‘살’이라 발음한다. 사실 ‘쌀’이 근대 이후 된소리화가 정착된 것이고, 중세 시대까지는 ‘살’이 널리 쓰였다. 바다와 낙동강이라는 천연 경계선 때문에 ‘살’이라는 고어의 흔적이 더 잘 보전된 셈이다. 경남에서 여우를 여시, 부엌을 정지라고 하는 것도 옛말이 사투리로 보전된 사례다.

“에나(정말?)” “하모(당연하지)” 같은 사투리를 자주 쓰면? 진주 등 서부 경남 출신이라 보면 틀림없다. 창원 같은 중부 경남이나 거제의 60대 이상은 대개 잠자리를 짤래비, 오르막을 까꾸막이라 부른다. 경남방언연구보존회가 펴낸 ‘경남방언사전’에는 2만여 개의 사투리가 수록돼 있는데 그중 거제 사투리가 8000여 개로 가장 많다. 거제는 섬인 데다 바닷일이 많아 짧게 잘 들리는 쪽으로 사투리가 진화했다고 한다. 가뿌라(가 버려라)·이자뿟나(잊어버렸나)처럼 센 발음과 축약현상이 흔하다.

머얼쿠다(야단치다)·널찌다(떨어지다)·대다(힘들다)·천지삐까리(아주 많다)·단디(제대로)·파이다(안 좋다)·쌔빌맀다(매우 많다)…. 경남 사투리는 다양하고 지역마다 다르다. 이번 영상에서 PD가 “뭐야, 무섭노?”라고 하자 원이가 “무섭노? 조명부터 무서운데”라고 한 것은 자연스러운 사투리 대화다.

이에 대해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는 “일베는 표준말 뒤에 기계적으로 ‘노’를 붙여 사용한다”고 비난했다. 부산 출신인 그는 김해·양산과 같은 방언권이지만 창원·진주·거제·남해 등은 조금씩 사투리가 다르다. 다름을 인정해야지 틀렸다고 모는 것은 마녀사냥과 다름없다. “‘∼노’는 경상도 방언으로, 의문을 나타내는 종결어미”라는 국립국어원의 공식 답변으로 이번 사태는 종결돼야 한다. “요새 사투리 쪼깨 쓰는 기 와 이리 무섭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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