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영화감독 장 클로드 루소(80)의 작품 25편을 미술관에서 관람할 수 있어 주목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이 미술관 인기 프로그램 중 하나인 ‘MMCA 필름앤비디오’를 통해 오는 24일부터 내달 2일까지 루소 감독의 영화를 상영하고, 이와 연계한 대담 행사를 진행한다고 8일 밝혔다. 1983년 데뷔작부터 2024년 최신작까지, 루소 감독 특유의 아날로그적 질감을 생생하게 만나볼 수 있다.
미술관 내 자리한 MMCA영상관에서 개최하는 ‘장 클로드 루소: 2026 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벌 엑스레트로’는 ‘창가에서 편지 읽는 소녀’(1983)부터 ‘내 연인들은 모두 어디에’(2024)까지, 국내에서는 접하기 어려웠던 루소의 작품 25편을 총망라한다. 데뷔작 ‘창가에서 편지 읽는 소녀’는 베르메르의 동명 회화를 참조한 것으로, 한 여인이 편지를 읽는 과정을 응시한다. 대표작 ‘갇힌 골짜기’(1995)는 프랑스 남동부 지역 보클뤼즈의 수원지를 무대로 자연과 대지에 관한 교훈을 담았다.
장 클로드 루소의 8분짜리 단편영화 ‘세계일주 두 번’(2006)의 스틸컷.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마르세유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그랑프리 수상작 ‘그의 아파트에서’(2007)는 프랑스의 극작가 장 바티스트 라신의 비극 ‘베레니스’를 읽는 작가 자신을 비춘다. 욕망과 시간 사이의 모순을 자화상처럼 그려낸 작품이다. 루소 감독이 2003년 전주국제영화제 회고전을 위해 방한해 촬영한 ‘소나기가 오기 직전’(2003)도 흥미롭다. 한국에서 태어난 영화가 23년 만에 다시 한국 관객을 만난다. 또, ‘웰컴’(2022)은 뉴욕 거리를 담은 영상으로, 삶의 풍경을 미끄러지듯 응시한다.
루소 감독은 1970년대 뉴욕에 머물며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와 아방가르드 시네마에 영향을 받았다. 1983년 첫 영화를 만든 이래, 2000년대 이후 디지털 비디오로 이행하면서도 40여 년에 걸쳐 일관된 방법론을 지켜왔다. 그는 미리 준비된 주제도 시나리오도 없이 자기 자신과 주변의 사물, 머물거나 스쳐 지나가는 장소에서 영화를 시작한다. 따라서, 그에게 영화란 탐색이 아니라 발견에 가깝다. 그의 작품에는 ‘브레송(Robert Bresson, 영화감독)의 절제와 응시, 베르메르(Johannes Vermeer, 화가)의 빛, 오즈(Ozu Yasujiro, 영화감독)의 정적과 대화하는 미학’이라는 수식이 늘 따라오며, “실험영화의 미학적 범주를 확장했다”는 평을 받는다.
장 클로드 루소.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영화 상영과 함께 연계 대담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이번 상영을 위해 방한하는 루소 감독은 김윤옥 학예연구사 등과 함께 영화적 사유의 핵심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대담은 오는 25일 오후 2시 MMCA영상관에서 개최한다. 신청은 오는 15일 오전 10시부터 미술관 홈페이지에서 사전예약 가능하다. 선착순 120명에게 무료 참가의 기회가 주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