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 MOU 붕괴 위기와 ‘전략적 디커플링’의 종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끝났다(over)” 선언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끝났다(over)” 선언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프롤로그: “끝났다(Over)”는 선언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2026년 6월 17일 미국과 이란은 종전 양해각서(MOU)에 서명하며 새로운 평화관리의 출발을 선언했다. 완전한 종전은 아니었지만, 국제사회는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이 점차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안정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그 기대는 오래가지 못했다. 불과 3주 만에 호르무즈 해협에서 상선이 다시 공격을 받았고, 미국은 즉각 보복타격에 나섰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짧지만 강렬한 한마디를 남겼다. “끝났다(Over).”

이 선언은 하나의 군사작전이 종료됐음을 의미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국제정치에서 최고지도자의 한마디는 단순한 상황 설명이 아니라 향후 전략의 방향을 제시하는 정치적·군사적 신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과연 끝난 것은 무엇인가. 군사작전인가, MOU인가, 아니면 그동안 유지돼 온 평화관리 방식 자체인가.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국방대 명예교수. 김태준 소장 제공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국방대 명예교수. 김태준 소장 제공

이번 호르무즈 위기의 본질은 선박 피격이나 미국의 보복타격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더욱 중요한 것은 MOU를 유지해 온 전략적 조건이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정치와 군사, 억제와 협상, 위협과 질서 집행이 새로운 방식으로 결합하면서 중동은 또 다른 전략적 전환점에 들어서고 있다.

이 글은 트럼프 대통령의 “Over”는 선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이번 호르무즈 위기가 현대 국제질서와 평화관리 방식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지를 필자가 제시해 온 전략이론의 관점에서 분석하고자 한다.

종전 MOU가 위기를 맞은 이유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문제연구소장 AI 그림
종전 MOU가 위기를 맞은 이유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문제연구소장 AI 그림

Ⅰ. 왜 MOU는 첫 번째 위기를 맞았는가

2026년 6월 17일 미국과 이란은 종전 MOU에 서명하며 제한적인 평화관리 체제의 출범을 선언했다. 비록 완전한 종전협정은 아니었지만, 국제사회는 적어도 호르무즈 해협에서 대규모 군사충돌이 재발할 가능성은 상당 부분 낮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양측 모두 전면전을 피하면서 협상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했고, 국제 에너지 시장과 해운업계 역시 점차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는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MOU 체결 이후에도 호르무즈 해협에서는 산발적인 군사적 긴장과 상호 비난이 이어졌지만, 국제사회는 이를 협상 과정에서 나타나는 제한적 마찰로 받아들였다. 정치적 긴장과 군사적 충돌은 일정한 범위 안에서 관리됐고, 시장 역시 전면전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지 않았다.

결정적인 전환점은 2026년 7월 7일부터 8일 사이 발생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카타르 LNG 운반선과 사우디 유조선을 포함한 상선 3척을 동시에 공격했다. 미국은 이를 MOU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자 국제 항행의 자유에 대한 직접적인 도전으로 규정하고 즉각 대응에 나섰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방공망과 레이더 기지, 대함미사일 진지, 혁명수비대 해군기지 등 80여 개 군사표적에 대한 대규모 정밀타격을 실시했으며, 이란 석유 판매에 대한 제재 완화 조치도 전격 철회했다.

이란은 미국의 군사행동이 오히려 MOU를 위반한 것이라고 반발하며 추가 대응 의지를 밝혔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가 열린 앙카라에서 MOU는 “(Over)”라고 선언하며 더 이상의 협상은 시간 낭비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짧은 발언은 단순한 작전 종료 발표가 아니라 미국의 향후 대응 방향과 협상 기조를 함축한 전략적 메시지로 받아들여졌다.

결과적으로 양측은 공식적으로 협상을 완전히 종료하지는 않았지만, MOU 체결 이후 가장 심각한 군사·외교적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다.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은 급격히 고조되었고, 국제 에너지 시장 역시 다시 불확실성에 직면하였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군사적 충돌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지금까지 MOU를 지탱해 온 핵심 전제는 정치적 갈등이 존재하더라도 실제 군사적 충돌은 일정 수준에서 통제될 것이라는 믿음이었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그 전제가 흔들리기 시작했음을 보여주었다. 협상은 계속되고 있지만 군사행동은 더욱 직접적이고 강경해졌으며, 중동의 안보 환경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결국 이번 위기의 핵심은 MOU라는 문서의 존속 여부가 아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MOU를 가능하게 했던 전략적 환경이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 변화를 가져왔으며, 왜 그동안 유지되던 균형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일까. 다음 장에서는 이러한 변화의 핵심 원인이 된 전략적 디커플링의 변화 과정을 살펴보고자 한다.

전략적 디커플링이 왜 새로운 단계로 진화하는가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전략적 디커플링이 왜 새로운 단계로 진화하는가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Ⅱ. 전략적 디커플링은 왜 새로운 단계로 진화하는가

이번 호르무즈 위기의 가장 중요한 변화는 군사적 충돌 자체가 아니다. 더욱 본질적인 변화는 그동안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유지돼 왔던 ‘전략적 디커플링(Strategic Decoupling·전략적 분리)’이 새로운 단계로 진화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필자는 앞선 칼럼에서 전략적 디커플링을 정치적 수사와 실제 군사행동이 일정 수준 분리돼 작동하는 전략구조로 설명한 바 있다. 양측은 강경한 발언을 반복하면서도 실제 군사행동은 제한적으로 관리했고, 바로 이러한 분리가 협상과 억제의 균형을 유지하는 핵심 메커니즘이었다. 정치적 긴장은 높아졌지만 군사적 현실은 일정 수준에서 통제됐고, 그 결과 제한적 평화와 협상이 동시에 유지될 수 있었다.

2026년 6월 17일 체결된 미국·이란 간 종전 MOU 역시 이러한 전략적 디커플링을 전제로 성립했다. 협상은 지속되고 군사적 긴장은 관리되며, 제한적인 충돌은 전면전으로 확대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략적 신뢰가 존재했다. 국제 에너지 시장과 해운업계가 비교적 빠르게 안정을 회복한 것도 이러한 전략적 환경을 반영한 결과였다.

그러나 최근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한 상선 공격과 미국의 대규모 보복타격은 기존의 전략적 균형에 변화를 가져오기 시작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끝났다(Over)”라는 선언은 단순한 작전 종료 발표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최고지도자의 전략적 의도를 대내외에 동시에 전달하는 전략적 종료신호(Strategic Termination Signal)로서, 정치적 선언과 군사적 행동이 다시 하나의 방향으로 결합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었다.

그렇다고 전략적 디커플링이 완전히 붕괴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미국과 이란 모두 여전히 전면전을 회피하고 있으며, 외교적 협상 역시 완전히 중단되지 않았다. 정치와 군사는 여전히 일정 부분 분리돼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번 변화는 전략적 디커플링이 새로운 단계로 발전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필자는 이를 ‘전략적 재결합(Strategic Re-coupling)’, 즉 전략적 디커플링의 제2단계(Stage II)로 이해한다. 이는 기존의 분리 구조가 사라졌다는 의미가 아니라, 정치적 선언과 군사적 행동이 특정한 전략 목표 아래 이전보다 훨씬 긴밀하게 연계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변화는 현대 제한전쟁의 특징과도 맞닿아 있다. 오늘날 국가들은 외교와 군사, 협상과 억제를 선택적으로 분리하거나 다시 결합시키면서 전략적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상황에 따라 분리와 결합을 반복하는 유연성이 새로운 전략 환경의 특징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번 호르무즈 위기의 핵심은 전략적 디커플링의 종말이 아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정치와 군사, 협상과 무력행동의 관계가 새로운 방식으로 재구성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변화는 이후 미국의 ‘현장 집행전략(AFIB)’과 이란의 ‘위협 유지전략(TIB)’이 어떠한 방식으로 상호작용하는지를 이해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된다.

이러한 전략적 재결합 속에서 AFIB와 TIB가 어떻게 서로를 자극하며 새로운 전략적 순환구조를 형성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미국의 ‘현장 집행전략(AFIB)’과 이란의 ‘위협 유지전략(TIB)’이 왜 다시 정면으로 충돌하는가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미국의 ‘현장 집행전략(AFIB)’과 이란의 ‘위협 유지전략(TIB)’이 왜 다시 정면으로 충돌하는가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Ⅲ. AFIB와 TIB는 왜 다시 정면으로 충돌하는가

전략적 디커플링이 새로운 단계로 진화하면서 가장 먼저 현실에서 변화한 것은 미국의 ‘현장 집행전략(AFIB·Active Force in Being)’과 이란의 ‘위협 유지전략(TIB·Threat in Being)’의 상호작용이었다. 이번 호르무즈 위기는 두 전략이 단순히 충돌한 사건이 아니라, 서로를 끊임없이 자극하며 새로운 전략적 순환구조를 형성하기 시작한 첫 번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AFIB는 단순히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하거나 특정 지역에 전개하는 전략이 아니다. 이미 전개된 군사력이 최고통수권자의 정치적 결심과 동시에 즉각 행동으로 전환돼 국제질서를 집행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핵심은 전력의 규모가 아니라 신속한 집행 능력과 전략적 실행력에 있다.

이번 사태에서 미국은 이러한 AFIB의 특성을 그대로 보여줬다. 상선 공격이 발생하자 미국은 새로운 전력을 증원하기보다 이미 중동에 전개돼 있던 항모강습단과 전략폭격기, 정보·감시·정찰(ISR) 자산, 장거리 정밀타격체계를 즉각 운용해 관련 군사시설을 신속하게 타격했다. 이는 준비된 전력이 정치적 결심과 동시에 행동으로 전환되는 AFIB의 전형적인 작동 방식이었다.

반면 이란은 TIB를 유지했다. TIB는 상대를 군사적으로 격파하는 전략이 아니라, 언제든 국제질서와 세계경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위협을 지속적으로 유지함으로써 상대방의 전략적 선택을 제한하는 전략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이러한 전략이 가장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공간이며, 실제 봉쇄보다 봉쇄 가능성 자체가 더 큰 전략적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AFIB와 TIB가 독립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함께 보여줬다. 이란의 위협이 현실화할수록 미국은 AFIB를 더욱 적극적으로 운용했고, 미국의 질서 집행이 강화될수록 이란 역시 새로운 위협을 유지하려는 압력을 받게 됐다. 양측의 전략은 더 이상 일방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행동을 끊임없이 증폭시키는 상호작용 구조를 형성하기 시작한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현상을 ‘전략적 상호작용 순환(SIL·Strategic Interaction Loop)’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SIL은 하나의 전략이 상대방의 대응을 유발하고, 그 대응이 다시 최초의 전략을 더욱 강화시키는 순환적 구조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AFIB는 TIB를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형태의 TIB를 자극하고, TIB 역시 AFIB의 집행 강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현대 제한전쟁에서는 전략이 상대를 일방적으로 제압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변화시키고 진화시키는 과정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SIL은 이번 호르무즈 위기가 단순한 군사적 충돌을 넘어 새로운 전략 환경으로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제 전략의 성패는 상대를 얼마나 크게 타격했는가보다, 이러한 상호작용의 주도권을 누가 확보하느냐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결국 이번 호르무즈 위기의 핵심은 AFIB와 TIB 가운데 어느 하나가 승리했다는 데에 있지 않다. 더욱 중요한 것은 두 전략이 SIL이라는 새로운 전략적 순환구조 속에서 서로를 변화시키고 있으며, 그 결과 ‘전략적 교착(Strategic Stalemate)’ 역시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음 장에서는 이러한 전략적 순환이 왜 ‘관리된 긴장(Managed Tension)’을 새로운 단계로 변화시키고 있으며, 현대 국제질서가 어떠한 방식으로 갈등을 관리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관리된 긴장’이 왜 관리되는 확전으로 진화하는가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관리된 긴장’이 왜 관리되는 확전으로 진화하는가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Ⅳ. ‘관리된 긴장’은 왜 관리되는 확전으로 진화하는가

이번 호르무즈 위기를 바라보며 가장 많이 제기되는 질문은 ‘관리된 긴장(Managed Tension)’이 실패했는가 하는 점이다. 상선 공격이 발생하고 미국이 대규모 보복타격을 실시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끝났다(Over)”라고 선언한 만큼 MOU는 사실상 붕괴됐고 관리된 긴장 역시 종료됐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은 현재의 전략 환경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군사적 충돌이 발생했다고 해서 곧바로 관리체계가 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번 사태는 ‘관리된 긴장’이 무너진 것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미국은 강력한 군사력을 사용했지만 이란 정권의 붕괴나 전면전을 목표로 하지는 않았다. 이란 역시 호르무즈 해협에서 위협을 지속하면서도 미국과의 전면전을 선택하지 않았다. 양측 모두 군사행동의 강도는 높였지만, 충돌의 범위와 전략적 목표는 여전히 일정 수준 안에서 통제하고 있었다.

이러한 현상은 ‘전략적 교착(Strategic Stalemate)’이 사라졌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전략적 교착은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정치적 수사와 제한적 군사행동이 균형을 이루며 교착이 유지됐다면, 이제는 실제 군사행동이 반복되는 상황에서도 어느 누구도 전면전을 선택하지 않는 ‘새로운 전략적 교착’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군사적 충돌은 확대됐지만 전략적 균형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그 배경에는 앞 장에서 살펴본 ‘전략적 상호작용 순환(SIL·Strategic Interaction Loop)이 존재한다. AFIB는 TIB를 억제하기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작동하고, TIB는 AFIB의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위협을 지속한다. 이러한 상호작용은 어느 한쪽의 완전한 승리보다 일정 수준의 전략적 교착을 반복적으로 재생산하는 구조를 만들어낸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관리된 긴장’ 역시 새로운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 과거의 ‘관리된 긴장’이 군사행동 자체를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뒀다면, 이제는 제한적인 군사행동을 전제로 하면서도 확전의 범위를 통제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필자는 이러한 새로운 단계를 ‘관리되는 확전(Managed Escalation)’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관리되는 확전’은 확전을 허용하는 전략이 아니다. 오히려 제한적인 군사행동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도 정치적 목표와 전략적 한계를 동시에 관리하는 위기관리 방식이다. 충돌은 발생하지만 통제되고, 군사력은 사용되지만 전면전으로는 연결되지 않는다. 오늘날 제한전쟁의 핵심은 전쟁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전쟁의 범위를 관리하는 데에 있다.

이번 호르무즈 위기는 이러한 변화가 현실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보여준 첫 번째 전략적 사례이다. 전략적 디커플링은 새로운 단계로 진화했고, AFIB와 TIB는 SIL을 형성하며 서로를 변화시키고 있다. 그 결과 ‘전략적 교착’ 역시 새로운 형태로 지속되고 있으며, ‘관리된 긴장’은 ‘관리되는 확전’이라는 새로운 위기관리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다.

결국 이번 위기의 핵심은 MOU의 존속 여부가 아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국제질서가 갈등을 관리하는 방식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래 국제정치의 안정은 충돌을 얼마나 완전히 제거하느냐가 아니라, 충돌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관리할 수 있는가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미국과 이란을 넘어 미래 국제질서의 운영 원리와 갈등관리 체계에 어떠한 전략적 함의를 남기는지를 종합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호르무즈가 미래 국제질서에 무엇을 남기는가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호르무즈가 미래 국제질서에 무엇을 남기는가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Ⅴ. 호르무즈는 미래 국제질서에 무엇을 남기는가

이번 호르무즈 위기는 단순히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발생한 또 한 번의 군사적 충돌이 아니다. 그것은 현대 국제질서가 갈등을 관리하는 방식이 새로운 단계로 전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전략적 전환점(Strategic Inflection Point)’이다.

냉전 이후 국제사회는 전쟁을 억제하거나 종결시키는 데에 전략의 중심을 둬 왔다. 그러나 오늘날의 제한전쟁은 더 이상 완전한 승리나 완전한 평화를 목표로 하지 않는다. 군사력과 외교, 억제와 협상, 경쟁과 협력이 동시에 작동하는 가운데 갈등 자체를 관리하는 능력이 국가전략의 핵심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번 호르무즈 위기는 이러한 변화가 현실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첫 번째 사례였다. ‘전략적 디커플링’은 ‘전략적 재결합’으로 진화했고, AFIB와 TIB는 ‘전략적 상호작용 순환(SIL)’을 형성하며 서로를 변화시키고 있다. 그 결과 ‘전략적 교착’은 새로운 형태로 지속되고 있으며, ‘관리된 긴장’은 ‘관리되는 확전’이라는 새로운 위기관리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개별 전략의 진화에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현대 국제정치는 갈등을 제거하는 시대에서 갈등을 관리하는 시대로 이동하고 있다. 앞으로 국가의 전략적 경쟁력은 상대를 얼마나 완전히 제압하느냐가 아니라, 충돌의 범위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국제질서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가에 의해 평가될 가능성이 더욱 커질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전략적 평화관리(SPM·Strategic Peace Management)’라는 관점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전략적 평화관리’는 전쟁과 평화를 서로 대립되는 개념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군사력과 외교, 억제와 협상, 경쟁과 협력을 하나의 통합된 전략체계 속에서 운용함으로써 국제질서를 유지하는 새로운 접근이다. 지금까지 제시한 AFIB와 TIB, ‘전략적 디커플링’과 ‘전략적 재결합’, ‘전략적 상호작용 순환(SIL)’, ‘전략적 교착’의 새로운 형태, 그리고 ‘관리되는 확전’은 모두 이러한 ‘전략적 평화관리’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들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끝났다(Over)”라는 선언 역시 단순한 군사작전의 종료를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MOU 이후 유지돼 온 기존의 평화관리 방식이 한계를 드러냈으며, 새로운 ‘전략적 평화관리’ 체계가 요구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전략적 신호였다.

호르무즈는 더 이상 단순한 해상교통로가 아니다. 이곳은 미래 국제질서의 운영 원리와 전략이 가장 먼저 검증되는 ‘세계 전략실험실(Global Strategic Laboratory)’이 되고 있다. 앞으로 이곳에서 나타나는 갈등과 협상의 양상은 중동을 넘어 인도·태평양과 유럽, 그리고 미래 국제질서 전반의 위기관리 방식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결국 미래의 승자는 가장 강한 군사력을 보유한 국가가 아니라, 가장 효과적으로 갈등을 관리하고 국제질서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전략을 갖춘 국가가 될 것이다. 이것이 이번 호르무즈 위기가 우리에게 남긴 가장 중요한 전략적 교훈이다.

종전 MOU 이후 유지돼 온 평화관리 방식이 끝났음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종전 MOU 이후 유지돼 온 평화관리 방식이 끝났음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에필로그: 무엇을 “끝냈다(Over)”는 것인가

트럼프 대통령의 “끝났다(Over)”라는 선언은 하나의 군사작전이 종료됐음을 알리는 말이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전략적 관점에서 보면 진정으로 끝난 것은 군사행동이 아니라, MOU 이후 유지돼 온 기존의 평화관리 방식이었다.

이번 호르무즈 위기는 현대 국제정치가 전쟁을 끝내는 시대에서 갈등을 관리하는 시대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평화는 더 이상 충돌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군사력과 외교, 억제와 협상이 끊임없이 균형을 이루는 과정 속에서 유지된다.

호르무즈는 오늘도 세계를 향해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평화는 선언으로 만들어지는가, 아니면 전략으로 관리되는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이제 분명해지고 있다.

평화는 선언되는 것이 아니라, 전략적으로 관리되는 것이다. 호르무즈는 다시 우리에게 묻고 있다. 전쟁은 어떻게 끝나는가가 아니라, 평화는 어떻게 지속되는가를. 전쟁은 끝날 수 있다. 그러나 평화를 관리하는 전략은 결코 끝나지 않는다.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국방대 명예교수

정충신 선임기자
정충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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